美 탄핵, 한국 투자에 영향 없다

    • 켄 피셔·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

입력 2020.01.03 03:00

[On the Investment]

켄 피셔·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
켄 피셔·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
지금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부 전문가는 탄핵 추진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고 주가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은 세계 GDP의 25%,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선진국 주식의 62.9%를 차지한다. 2019년 10월까지 한국은 전체 수출 중 13.4%를 미국을 상대로 이뤘다. 중국 다음이다. 일부 전문가 우려처럼 탄핵으로 미국 시장과 경제가 위협받는다면 한국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단 탄핵 소추안은 현실적으로 상원을 통과하기 어렵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수지만 상원에선 탄핵을 가결하려면 100명 중 3분의 2 이상, 즉 67명 표가 필요한데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현재 53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탄핵 위기를 겪은 대통령은 3명.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탄핵 소추에 이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데이터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 그다음으로는 1974년 탄핵 압박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과 1998~1999년 탄핵 소추 후 무죄 선고를 받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는다.

탄핵 소동은 대선 위한 준비작업

우선 닉슨 시대인 1970년대엔 심각한 경기 침체와 시장 약세가 겹쳐 발생하긴 했다. 이 때문에 탄핵 추진이 경기 약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가 경제에 도움이 되진 않았겠지만 경기 침체와 시장 약세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은 닉슨 행정부가 탄핵 사건 이전에 물가에 간섭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를 취한 데 있다. 더불어 그 이전엔 아랍 지역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를 내려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에너지 부족을 초래했다. 클린턴 시대는 탄핵 소추가 데이터상으로 경제와 무관했다. 1998년과 1999년 미국 GDP는 각각 4.5%, 4.8% 성장했다. 탄핵 이전인 1997년(4.4%), 이후인 2000년(4.1%)보다 높다. 주식시장에선 미 S&P500 지수가 1998년 28.6%, 1999년 21.0%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박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시작된 2016년 10월 말과 11월 코스피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금세 안정을 회복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한 12월부터 파면 판결이 나온 이듬해 3월까지 코스피는 오히려 6.5% 상승했다.

트럼프가 탄핵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파면되더라도 미국 경제에 대한 악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일 것이라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이번 탄핵 소동은 올해 대선을 위한 각 당의 준비 작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지금 진행 중인 탄핵 조사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 행위 의혹을 조사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가장 위협적인 2020년 대선 상대는 바이든이란 전문가가 많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바이든을 피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맞붙길 원하고 있다. 그래야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한 제조업 중심 주(州)들이 다시 표를 던질 것이라 믿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 논의가 깊어질수록 바이든에 대한 논란 역시 커질 수밖에 없고, 만약 탄핵이 무죄로 끝나면 트럼프에 대한 먹구름 역시 걷히고 그 여파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주(must-win states)'에서 공화당에게 주도권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어찌 됐건 이는 한국과 상관없는 미국 정치에 대한 자세한 분석일 뿐이다. 미국 탄핵 소식을 위협이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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