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5G 전쟁에 대응해야 한다

    • 제프리 색스·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입력 2020.01.03 03:00

[WEEKLY BIZ Column]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제프리 색스·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2001년 9·11 테러 직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테러리스트가 대량 살상 무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단 1%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1%를 100%로 간주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체니 부통령의 '1퍼센트 독트린'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역사상 미국이 내린 최악의 결정 중 하나는 2003년 이라크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침략 전쟁'이다. 이 결정은 딕 체니 부통령의 '1퍼센트 독트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비논리(the illogic)가 잘못된 미국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의 기술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런 추론이 잘못된 결정을 낳는다고 확신한다.

이라크戰 유발한 '체니 독트린'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은 1%의 위험뿐만 아니라 잘못된 전제로 전쟁이 터져 중동과 세계 정치가 불안해질 위험 99%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체니 부통령은 1% 위험만 강조해 대중의 눈을 흐렸다. 잠재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공포를 이용한다. 그리고 미국의 지도자들은 또다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 아주 작은 위험을 과장해 중국의 기술 기업에 대한 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격이다. 미국은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를 쫓아냈고 세계적으로도 화웨이의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라크 침공 때처럼 미국은 아무 이유도 없이 지정학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나는 5G 등 디지털 기술이 빈곤을 종식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화웨이의 기술 발전과 개발도상국에서 벌이는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나는 다른 통신 회사들과도 마찬가지로 교류하고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 내가 아무런 대가 없이 화웨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쓰자 중국의 적들은 비판하고 나섰다. 난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화웨이의 활동에 대해 다각도로 물었다. 그리고 화웨이가 통신업계의 믿을 수 있는 다른 선두 기업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5G 장비가 세계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 스마트폰이나 소프트웨어의 '백도어(보안이 제거된 비밀 통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를 감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중국 기업들은 법에 따라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 정부에 협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화웨이 공격하나 근거는 못 대

사실은 이렇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많은 경쟁자보다 앞서 있다. 이런 뛰어난 성과는 연구 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 규모의 경제 등의 결과다. 그러나 미국은 '백도어'에 대한 증거도 없이 세계 각국에 화웨이를 멀리하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의 말처럼 5G 기술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의 기술 표준을 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나라가 미국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영국은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백도어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확실히 백도어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독일에 화웨이의 5G 기술을 배제하지 않으면 정보 공조를 축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 덕분인지 독일의 정보 당국 관계자는 체니 독트린과 같은 얘기를 했다. 확실히 믿을 수 없는 그룹에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 증거를 들지는 않았다. 이와 반대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화웨이에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막후에서 싸우고 있다.

화웨이를 봉쇄하라는 미국의 위협이 5G 네트워크의 조기 구축보다 더 걱정된다. 이제 미국은 세계의 기술 리더가 아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 무역 시스템 아래서 경쟁하길 원치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중국 기술의 부상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동안 WTO(세계무역기구)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그들이 세계 질서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준다.

과잉 보호무역 탓에 2차 대전 발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다. 미국 기술의 확산뿐만 아니라 1930년대 붕괴한 국제 무역을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1930년 미국의 보호주의 관세는 세계 대공황을 키웠고 이는 히틀러의 부상(浮上)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됐다.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고 이용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가장 안전한 행동 방침으로 합리성과 증거, 규칙을 고수하자. 그리고 사이버 전쟁이나 감시를 위해 세계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나라를 막을 독립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자. 그래야 전 세계가 공동 이익을 위해 획기적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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