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아닌 실력을 보여주마… 샤오미, AIoT 칼 빼들었다

입력 2020.01.03 03:00 | 수정 2020.01.14 07:22

샤오미 레이쥔 회장의 미래 전략

2018년 7월 샤오미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던 날,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객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8년 7월 샤오미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던 날,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객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블룸버그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좁쌀 군단' 샤오미(小米)가 신천지를 찾아 나섰다. 이번엔 부동산이다. 지난 11월 샤오미는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호텔, 부동산, 기업용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장비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부동산기업그룹 주어얼, 그린랜드, 시대부동산과 손잡고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 공동체를 비롯한 14단계 부동산 진출 청사진을 선보인 것이다. '샤오미 호텔'에는 샤오미가 만든 AI(인공지능) 스피커, TV, 조명, 각종 통신장비가 줄줄이 들어간다. 샤오미 왕강(王剛) 스피커 부문 총책임자는 "샤오미가 만들 건물에선 샤오미가 구현하는 진정한 스마트 홈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이 주력이긴 하지만 보조 배터리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탁상등, 로봇청소기, 가방에 신발까지 만드는 '만물상회'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도대체 안 만드는 물건이 뭐냐"는 말을 들을 정도다. 성능은 뛰어난 데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모든 자잘한 역량을 총집결해 사물인터넷과 샤오미표 각종 기기가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스마트 홈, 스마트 커뮤니티를 세우겠다는 게 이번 부동산 진출 선언 배경이다. 샤오미의 이번 선언은 중국 내에서 1조위안(약 166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시장 쟁탈전 참전을 알리는 출사표이기도 하다. 샤오미는 이미 지난해 초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IKEA)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스마트 홈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AIoT 매출 매년 증가세

샤오미는 최근 IoT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2019년 6월 기준 샤오미 IoT 전용 플랫폼에 연결된 IoT 장비는 1억9000만개로 전년 대비 69.5% 늘었다. AI 스피커 분야에서는 중국 내에서 점유율 34%를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8년 매출은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IoT 사업을 시작한 2015년과 비교하면 3배 가량 성장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은 지난해 초 "향후 5년간 AIoT 분야에 100억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샤오미는 AIoT를 사물과 인터넷이 단순히 연결되는 차원을 넘어, 상호 데이터 교환과 AI를 통한 기능 최적화, 미래 테크노피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로 간주한다. 사업 초기부터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꾸준히 진행했고, 일찌감치 AI 스피커를 내놓았다. 현재 샤오미 AI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는 IoT 장비만 2200여 종에 이른다. 샤오미는 IoT 전용 소프트웨어를 제3자에게 확장·개방하면서 샤오미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니라도 샤오미 제품을 구동할 수 있도록 지평을 넓힌 상태다.

스마트폰 실적 만회 차원

샤오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단지 오래된 야심만은 아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점 기세가 밀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샤오미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8%로 출하량 이 전년 동기 대비 30% 하락했다. 경쟁자인 화웨이(華爲)가 점유율 42%를 기록,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4.5%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샤오미와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비보(Vivo)와 오포(Oppo) 점유율이 샤오미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현재 샤오미가 처한 위치를 말해준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샤오미 전체 매출 중 스마트폰 비율은 2015년 80%에서 2019년 62%까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IoT 설비 매출은 15%에서 29.1%로 수직 상승했다. 스마트폰이 부진하자 주변 기기와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가전제품으로 공백을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은 5G 상용화 원년으로 스마트폰 대량 교체가 예상되는 해. 레이쥔 회장은 스마트폰이 주춤하자 AIoT 시장에도 초점을 맞추며 양면(兩面) 작전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반응은 일단 호평

일단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스마트 홈, AIoT 진격을 선언한 이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샤오미 주가는 2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역시 영업이익 537억위안, 순이익 35억위안으로 증권사 전망치를 넘었다. 중국 중신증권은 "장기적으로 볼 때 AIoT 선점은 좋은 결정"이라면서 "샤오미가 보유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일체화 능력을 감안했을 때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서남증권 천항 연구원은 "샤오미의 IoT 플랫폼인 미홈(Mi Home)의 경우, 실사용자가 월 3040만명인데 그중 절반 이상은 샤오미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앞으로 샤오미 IoT 전략에 핵심 전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5G 스마트폰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앞으론 AIoT 제품에 주목해야 하는데 샤오미 AIoT 라인업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모방 기업' 한계 돌파가 과제

AIoT 시장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대표적 '카피캣(모방 기업)'인 샤오미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샤오미는 잘 알려진 대로 설립 초기부터 마케팅, 제품, 전략 등에서 미국 애플을 대담하게 따라 했다. '1년 1제품 출시'부터 스마트폰 디자인까지 모든 걸 베끼다시피 했다. 레이쥔 회장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옷차림과 행동, 발표 방식까지 따라 해 '대륙의 스티브 잡스'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샤오미를 두고 '보급형 아이폰'이나 '짝퉁 애플'이란 조롱이 달리기도 했다. 이 모방 전략은 오포나 메이주, 비보 같은 '2세대 카피캣'들이 똑같이 따라 하면서 샤오미를 압박하고 있는 처지다. 중국 산업계에선 "샤오미는 태생이 모방으로 성장해온 기업인데 AIoT 시장을 독자적으로 개척하는 게 쉽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공룡인 화웨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화타이증권은 화웨이가 스마트 홈과 관련,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메이더(美的)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도 샤오미를 불안케 하는 요소로 꼽았다. 화웨이는 지난해 3월 앞으로 AIoT 분야에 60억~70억달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호시탐탐 AIoT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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