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구루들이 말한다, 결국 승패는 시간 씀씀이에 달렸다고

입력 2020.01.03 03:00

[CEO 시간 관리법]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생전에 매일 새벽 3~4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 5시쯤 동생, 자녀들과 함께 식사한 뒤 그날 할 일들을 지시하고, 6시쯤 서울 청운동 자택을 나와 계동 현대그룹 사옥까지 걸어서 출근했다. 그는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언제나 내 앞에 놓여 있는,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무슨 일로 얼마만큼 알차게 활용해서 이번에는 어떤 '발전과 성장'을 이룰 것인가 이외에는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별로 없었다."

이처럼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되거나 직위가 높아질수록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2011년 8월부터 애플 CEO를 맡고 있는 팀 쿡의 일정은 오전 3시 45분 기상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700~800개 이메일 확인 및 처리, 오전 5시부터 운동, 아침 식사 후 오전 7시 전 회사 도착, 오후 8시 45분쯤 취침…. 그의 하루 수면 시간은 7시간 정도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최근 여성 2명과 남성 25명 등 미국 상장(上場) 기업 CEO 27명의 3개월간 일정 데이터 6만시간을 분석한 결과 매주 평균 근무량은 62.5시간에 달했다. 평일에는 하루 9.7시간씩 일했고, 주말에도 상당 시간을 업무에 할애했다. 휴가일의 70%를 하루 평균 2.4시간 일했다. 이는 "CEO의 업무는 무한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정교하고 생산적인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경영 대가(大家)들은 어떤 방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시간 사용을 기록하고 분석하라

피터 드러커 박사는 충실한 시간 관리를 위한 첫 단계로 "자신의 시간을 알아야 한다(know thy time)"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했는지 '기억'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분기나 반기별로 정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비서나 자신이 시간 운영표를 작성함으로써 낭비형 일을 제거하고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능동적인 시간 이양(delegate time)이다. 특히 '다른 사람이 최소한 나만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른 사람에게 넘기라는 것이다. 그는 "대체로 우리는 자신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일을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고 했다. 잦은 회의가 대표적인데, 구성원들이 총근무시간의 25% 또는 그 이상을 회의로 보내는 조직은 시간을 낭비하는 결함 많은 조직이라고 드러커는 지적했다.

셋째는 시간을 통합(consolidate time)해 자유재량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15분, 30분 같은 자투리 단위가 아니라 길고 큰 시간 덩어리를 배분해야 한다고 드러커는 밝혔다. 인사(人事) 문제, 컨설턴트와 면담, 전략적 결정, 부하 직원의 애로 청취 및 관리 같은 경우가 해당한다. 이런 일에는 연속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90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90분씩 인터넷은커녕 전화 연결도 안 되는 서재에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실천하라

세계적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명제 아래 '시간관리 매트릭스' 활용법을 내놓는다. '긴급성'과 '중요성'을 두 잣대로 삼아 ①급하고 중요한 일 ②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 ③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④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등 4분면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동안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실천하는 습관 훈련을 권고한다. 여기에선 우선순위 결정 능력과 그에 맞춘 준비와 계획 능력,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실천력과 자제력이 요청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니틴 노리아 교수는 CEO 27명에 대한 실증 조사를 바탕으로 6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①1시간 이상 끄는 회의 시간을 대폭 줄일 것 ②권한·업무 위임을 확대할 것 ③이메일 사용 시간을 축소할 것 등 세 가지는 드러커의 제안과 비슷하다. 포터 교수의 제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④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것 ⑤일반 직원들과의 대면(對面) 소통을 늘릴 것 ⑥분 단위 일정을 짜지 말고 빈 시간을 많이 확보할 것이다.

문제는 조사 대상 CEO들도 평균적으로 전체 업무 시간의 28%를 혼자 보내고 있으나 대부분 1시간 이하 자투리 시간이라는 점이다. 포터 교수는 "CEO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길게 잡아두되 미결 서류 처리 등을 하느라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혼자 있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내외 출장 시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유능한 CEO는 조직 안에서 다양한 직급의 직원과 소통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신뢰와 충성심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유능한 비서를 확보하라

포터 교수는 CEO나 고위 임원일수록 비즈니스와 무관한 외부 활동은 억제하고 그 대신 가족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CEO 스스로도 전문성을 높이고 개발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CEO와 고위 임원의 성공적인 시간 관리를 판가름 짓는 또 다른 중요 요소는 '유능한 비서'다.

비서가 자신의 넘치는 업무 열정으로 CEO의 일정을 꽉꽉 채운다면, 그 CEO에 대해 냉담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진다. 또 해당 CEO나 임원의 판단력·감성지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터 교수는 "비서는 CEO를 대변하고 사람들 눈에 비친 CEO의 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유능한 임원 비서를 위한 4가지 행동 원칙을 뽑아냈다. 그것은 ①리더의 어젠다를 파악하고 중요도에 따라 일정을 짜라 ②리더가 갖는 무계획적 여유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라 ③CEO의 개인 시간 및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사수(死守)하라 ④한번 회의할 때 직속 부하 직원과 관련된 관리자들을 모두 불러 회의 횟수를 줄이라 등이다. 물론 비서에게 재량권을 주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부터 리더의 역량과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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