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20 03:00
미·중 전쟁 격랑을 돌파하는 런정페이의 뚝심
"미국이 화웨이를 타격하려는 전략적 결심이 이렇게 굳건한지 생각하지 못했다. 화웨이는 지금 '고장 난 비행기'이다."(6월 17일·중국 CCTV)
"구글 없이도 우리는 잘 살아남을 수 있다. 화웨이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문제없다."(11월 26일·CNN 인터뷰)
세계 최대 통신 장비 회사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메이커인 화웨이(華爲·중화의 굴기를 위해 행동한다는 뜻)의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이 5개월 새 크게 달라졌다. 미국 상무부가 올해 5월 15일 미국 기업과의 기술·부품 등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거래 제한 명단'에 화웨이를 올린 직후 고통을 호소하던 그가 낙관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구글 없이도 우리는 잘 살아남을 수 있다. 화웨이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문제없다."(11월 26일·CNN 인터뷰)
세계 최대 통신 장비 회사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메이커인 화웨이(華爲·중화의 굴기를 위해 행동한다는 뜻)의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이 5개월 새 크게 달라졌다. 미국 상무부가 올해 5월 15일 미국 기업과의 기술·부품 등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거래 제한 명단'에 화웨이를 올린 직후 고통을 호소하던 그가 낙관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런정페이는 1987년 광둥성 선전(深圳) 시내 한 아파트에서 직원 5명과 함께 43세에 화웨이를 늦깎이 창업했다. 이후 31년 만인 지난해 연간 매출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돌파하고 19만여명의 종업원을 둔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액(7212억위안)은 알리바바(3768억위안)와 텐센트(3127억위안) 두 회사를 합한 것보다 많다. 런정페이는 10년간 복무한 인민해방군에서 제대한 뒤 석유회사 근무를 거쳐 화웨이를 세웠다. 1978년부터 중국공산당 당원인 그는 "중국 정부와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웨이는 올 들어 3분기까지 65건이 넘는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납품 계약을 맺었고 40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수출했다. 스마트폰 판매는 지난해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2억대를 달성했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런정페이가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를 돌파해나가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화웨이는 올 들어 3분기까지 65건이 넘는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납품 계약을 맺었고 40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수출했다. 스마트폰 판매는 지난해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2억대를 달성했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런정페이가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를 돌파해나가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① 10년 넘게 준비한 '플랜 B'
런정페이가 독자 생존을 호언하는 첫 번째 근거는 16년 전부터 마련해 온 '플랜 B'이다. 화웨이는 미국 모토롤라에 통신기기 부문을 100억달러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다 성사 직전인 2003년 무산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전사(全社) 차원에서 모든 예측 불가능 상황에 대비하는 '플랜 B'를 준비했다. 올여름 공개한 화웨이 스마트폰의 독자 운영체제(OS) '훙멍(鴻夢)'은 7년 전부터 5000여명이 개발에 착수해 만든 것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이라는 '비밀 병기'도 있다. 2004년 선전에 문을 연 이 회사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麒麟)'과 5G 칩세트인 '바룽(巴龍)' 등을 만들었는데, 반도체 칩세트 분야에서 미국 퀄컴과 쌍벽(雙璧)을 이룬다. 지난해 75억달러(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1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41%를 기록했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 30'에 지금까지 탑재되던 코보(Qorvo)·스카이웍스(Skyworks) 등 미국 회사 부품이 빠지고, 하이실리콘 제품이 빈자리를 채운 것은 '플랜 B'의 힘이다. 리처드 우 화웨이 사장은 "올 9월부터는 매출의 주력인 5G용 통신 장비도 미국산 부품 대신 유럽·일본·중국산 부품 등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92개 핵심 부품 공급 기업 가운데 미국 회사는 33개이다. 기지국용 라디오 주파수 칩세트, 하이엔드 스마트폰용 CPU칩 등은 미국 기업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거래 제한이 계속되면 화웨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의 핵심 부품 재고 확보량은 최장 1년치로 알려져 있다. 또 '훙멍' OS에서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4만5000개 정도로 280만개에 달하는 안드로이드의 2% 미만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획기적인 기술 도약을 이루지 못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의 해외 판매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에서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14%(1015억위안)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고 전체 종업원의 45%에 이르는 8만명을 R&D 인력으로 두고 있다.
② '종업원 지주제'와 '화웨이 기본법'
또 다른 버팀목은 '종업원 주주회사'로서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여하는 독특한 내부 구조이다. 화웨이의 2018년 연차 보고서를 보면 전체 종업원 중 9만6768명이 회원인 노동조합위원회가 화웨이 총주식의 98.99%를 보유하고 있다. 런정페이의 주식 지분은 1.01%이다. 지배 구조의 최상위에는 '종업원 주주(株主)'들이 투표로 뽑는 115명의 노동조합 대표위원회가 있다. 대표위원회는 이사회(회장 포함 총 17명)와 감시위원회(10명)를 선출한다. 간접적이지만 종업원이 사실상 경영진을 선출하고, 감시하는 '노동자 경영' 기업인 것이다. 또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는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6개월마다 돌아가며 근무한다. 홍대순 연세대 객원교수는 "'회장 윤번(輪番)제'로 조직의 관료화를 막고 해당 부회장의 업무 집중력 극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종업원 지주제를 통해 충성심을 높이고 장기적인 경영 판단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사내 헌법(憲法)인 '화웨이 기본법'을 제정해 준수하는 것도 주목된다. 1996년부터 2년간 중국 런민대 교수진 등의 자문을 거쳐 1998년 완성한 총 103개 조항의 기본법은 회사의 핵심 가치관부터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출액의 10%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에 투자"(26조), "종신 고용제 아닌 (언제든지 해고 가능한) 자유고용제 채택"(60조), "처세에 능한 종업원 중용(重用) 금지"(102조)처럼 내용이 구체적이다. 화웨이는 기본법의 틀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폭넓고 유연한 정책을 허용하고 권장한다. 1998년부터 미국 IBM의 경영컨설팅을 받으며 영업·품질관리·서비스 등 조직 전반을 업그레이드한 게 대표적이다.
③ 파격 보상과 실력 위주 조직 문화
런정페이가 독자 생존을 호언하는 첫 번째 근거는 16년 전부터 마련해 온 '플랜 B'이다. 화웨이는 미국 모토롤라에 통신기기 부문을 100억달러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다 성사 직전인 2003년 무산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전사(全社) 차원에서 모든 예측 불가능 상황에 대비하는 '플랜 B'를 준비했다. 올여름 공개한 화웨이 스마트폰의 독자 운영체제(OS) '훙멍(鴻夢)'은 7년 전부터 5000여명이 개발에 착수해 만든 것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이라는 '비밀 병기'도 있다. 2004년 선전에 문을 연 이 회사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麒麟)'과 5G 칩세트인 '바룽(巴龍)' 등을 만들었는데, 반도체 칩세트 분야에서 미국 퀄컴과 쌍벽(雙璧)을 이룬다. 지난해 75억달러(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1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41%를 기록했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 30'에 지금까지 탑재되던 코보(Qorvo)·스카이웍스(Skyworks) 등 미국 회사 부품이 빠지고, 하이실리콘 제품이 빈자리를 채운 것은 '플랜 B'의 힘이다. 리처드 우 화웨이 사장은 "올 9월부터는 매출의 주력인 5G용 통신 장비도 미국산 부품 대신 유럽·일본·중국산 부품 등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92개 핵심 부품 공급 기업 가운데 미국 회사는 33개이다. 기지국용 라디오 주파수 칩세트, 하이엔드 스마트폰용 CPU칩 등은 미국 기업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거래 제한이 계속되면 화웨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의 핵심 부품 재고 확보량은 최장 1년치로 알려져 있다. 또 '훙멍' OS에서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4만5000개 정도로 280만개에 달하는 안드로이드의 2% 미만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획기적인 기술 도약을 이루지 못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의 해외 판매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에서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14%(1015억위안)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고 전체 종업원의 45%에 이르는 8만명을 R&D 인력으로 두고 있다.
② '종업원 지주제'와 '화웨이 기본법'
또 다른 버팀목은 '종업원 주주회사'로서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여하는 독특한 내부 구조이다. 화웨이의 2018년 연차 보고서를 보면 전체 종업원 중 9만6768명이 회원인 노동조합위원회가 화웨이 총주식의 98.99%를 보유하고 있다. 런정페이의 주식 지분은 1.01%이다. 지배 구조의 최상위에는 '종업원 주주(株主)'들이 투표로 뽑는 115명의 노동조합 대표위원회가 있다. 대표위원회는 이사회(회장 포함 총 17명)와 감시위원회(10명)를 선출한다. 간접적이지만 종업원이 사실상 경영진을 선출하고, 감시하는 '노동자 경영' 기업인 것이다. 또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는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6개월마다 돌아가며 근무한다. 홍대순 연세대 객원교수는 "'회장 윤번(輪番)제'로 조직의 관료화를 막고 해당 부회장의 업무 집중력 극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종업원 지주제를 통해 충성심을 높이고 장기적인 경영 판단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사내 헌법(憲法)인 '화웨이 기본법'을 제정해 준수하는 것도 주목된다. 1996년부터 2년간 중국 런민대 교수진 등의 자문을 거쳐 1998년 완성한 총 103개 조항의 기본법은 회사의 핵심 가치관부터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출액의 10%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에 투자"(26조), "종신 고용제 아닌 (언제든지 해고 가능한) 자유고용제 채택"(60조), "처세에 능한 종업원 중용(重用) 금지"(102조)처럼 내용이 구체적이다. 화웨이는 기본법의 틀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폭넓고 유연한 정책을 허용하고 권장한다. 1998년부터 미국 IBM의 경영컨설팅을 받으며 영업·품질관리·서비스 등 조직 전반을 업그레이드한 게 대표적이다.
③ 파격 보상과 실력 위주 조직 문화
화웨이 종업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3000만원 정도로 중국 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다 매년 파격적인 성과급(인센티브)이 주어진다. 중국 상법상 유한기업의 주식은 50명까지만 소유할 수 있어서 종업원은 지주회사에 주식을 모두 맡기고 출자 비율에 따라 가상 주식을 받는다. 종업원들이 매년 실적에 따라 받는 주주 배당금은 연봉의 25~50% 선이다. 그러나 연봉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배당으로 받은 사원도 상당하다. 입사 20년쯤 된 사원은 대부분 100만주 안팎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파격적인 주택 구입 지원 같은 사원 복지도 최고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이와 함께 매년 인사평가에서 하위 5~10%에 해당하는 저성과자를 퇴출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명문대 석·박사 학위 소지자라도 입사 후엔 모든 경력을 무시하고 같은 조건에서 일하면서 실적으로만 대우받는다. "못 버티면 내보내고 실적을 내면 최대한 보상한다"는 원칙에서다. 에릭슨·시스코 등 경쟁자를 추월할 때 화웨이가 보여준 스피드와 도전 정신은 이런 조직 문화에서 탄생했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야근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회사 측은 이와 함께 매년 인사평가에서 하위 5~10%에 해당하는 저성과자를 퇴출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명문대 석·박사 학위 소지자라도 입사 후엔 모든 경력을 무시하고 같은 조건에서 일하면서 실적으로만 대우받는다. "못 버티면 내보내고 실적을 내면 최대한 보상한다"는 원칙에서다. 에릭슨·시스코 등 경쟁자를 추월할 때 화웨이가 보여준 스피드와 도전 정신은 이런 조직 문화에서 탄생했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가장 많이 야근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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