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 5가지에 달렸다

입력 2019.12.20 03:00

[Cover Story]
내년 세계경제 두 복병, 무역전쟁과 '차이나 리스크'… 제로 금리 효과는 미지수
5G·바이오·헬스에 '기회의 場' 열린다

1 미·중 무역 전쟁 3년째… 중국 경제 잘 견딜까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핵심 리스크(위험 요인)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WEEKLY BIZ가 최근 인터뷰한 세계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을 내년 세계 경제의 가장 불확실한 리스크로 꼽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보호무역 기조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20 세계경제 5가지에 달렸다
2018년 봄 본격화한 미·중 무역 갈등은 지난 2년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도 2018년 이후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두 수퍼 파워의 충돌이 불확실성을 낳아 설비 투자와 제조업 생산, 교역량이 쪼그라들었다. 수출 중심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 불똥이 튀어 유럽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 전쟁' '화폐 전쟁'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러던 지난 13일 희소식이 들렸다. 끝을 알 수 없이 공전을 거듭하던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문을 낸 것. 곧바로 증시가 움직이고 투자은행 등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합의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수 있는 긍정 요인"이라며 "불확실성이 줄어 예상보다 세계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 상황까지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중 무역 갈등이 오래가면 미국 내 물가가 오르는 등 미국 경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췐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내년에도 미·중 무역 갈등은 대화와 전쟁을 오갈 것"이라고 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일단 봉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 당사자인 중국 경제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막대한 부채, 부동산 거품 등이 원인이 돼 체력이 약한 지방 은행과 기업이 부도를 내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이것이 세계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내년 경제성장률이 심리적 방어선인 6%는 물론이고 5%대 중반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 고대 교수는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중국 경제 거품의 붕괴'를 꼽았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중국의 경제 위기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 하락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고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압둘 아비아드 거시경제연구국장은 "중국 당국도 금융 리스크를 알고 있으며 잘 관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2 '마이너스와 싸운다' 저금리 시대의 파장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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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내년은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와 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WEEKLY BIZ와 인터뷰한 경제·경영 전문가들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나라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에도 금리 인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 하반기에 경기 침체에 대한 '보험용'으로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솔솔 제기되면서 선제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 이제는 기준금리가 1.50~1.75%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제로 금리'를 이어오던 EU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보통 기업들은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게 된다. 기업이 투자하면 일자리가 늘고 경기가 살아난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만 비쳐도 주가가 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국은 이 기준금리를 경기 부양책으로도 활용한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 전망이 나오는 것은 내년 이들의 경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대에서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앨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저금리가 미국 경제를 지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저금리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금리 추가 인하 조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견해와, 올 하반기 보험용으로 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으로선 금리 차이를 실감하는 단계는 지났다"며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불안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리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경고했다. 그는 "실물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데 주식시장만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통화 정책에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노구치 다케히로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금리 인하에 한계를 느낀) 각국이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통화 정책보다 재정의 역할이 부각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 '트럼프 재선할까'… 美대선의 영향, 정책 불확실성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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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세계적으로 굵직한 경제·경영 이벤트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은 미·중 무역 갈등 같은 불확실성 상당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경제·경영 전문가들도 "미 대선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 1년 내내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라 칼리시 딜로이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대 교수는 "기업들도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규모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북미 관계도 흔들 수 있다고 봤다. 씨티그룹 출신인 장재철 KB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보호주의, 일방주의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흔드는 상황에서 미 대선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3월부터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한다. 각 당 대선 주자를 뽑는 예비선거가 주별로 치러진다. 가장 많은 주가 선거를 치르는 '수퍼 화요일'도 3월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 등이 경합하고 있는 민주당은 대선 후보 윤곽이 3월 말이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해보면 낮은 수준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더 높고 민주당 후보들과 가상으로 벌인 대결에서도 전부 밀리고 있다. 하지만 탄핵 등 부정적 이슈에도 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 미국 동북부의 쇠락한 공장 지대인 '러스트 벨트' 근로자 등 콘크리트 지지층이 건재하다는 점, 민주당 쪽에서 확실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등은 유리한 점이다.

관췐 중국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이 '심판의 해'가 될 것"이라며 "AI(인공지능)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감세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아마존,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고소득층 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무역 적자와 관세 문제를 넘어 패권 전쟁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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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성장 동력' 5G 시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왕창윈 중국 인민대 한청경제금융고급연구원장은 설문 조사에서 "2020년의 신성장 동력은 5G(5세대),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바이오 산업 등 새로운 영역에서 많이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시모토 마사히코 다이와연구소 선임이코노미스트도 "2020년에는 5G 관련 산업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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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이동통신은 지난 4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본격 개막했다. 미국과 세계 최초 경쟁을 벌이던 한국은 미국보다 한발 먼저 내딛었다. 5G는 2011년 나온 LTE(롱텀에볼루션·4G)보다 약 20배 빠르고 통신 지연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응 속도가 실시간에 가깝다는 뜻이다. ICT (정보통신기술) 업계는 대량 및 고용량 데이터의 빠른 전송 속도가 필요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AI, 사물인터넷(IoT) 등이 5G 기반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딜로이트는 5G를 "대규모 정보 흐름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네트워킹을 결합한 통합 기술"로 정의했다.

5G는 작게는 스마트폰부터 크게는 빌딩끼리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자율주행은 5G로 인해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 중 하나다. 신호 같은 교통 상황과 차량끼리의 정보 전송 속도가 실시간에 가까워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TE 자율주행차는 응답 속도가 0.03~0.05초가 걸린다. LTE 자율주행차가 시속 100㎞로 달리던 도중 급제동하면 0.8~1.3m가 밀리지만, 5G 자율주행차는 같은 조건에서 0.027m 밀린다. 정보 전송 속도에서 약 5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미국도 이런 잠재력을 깨닫고 5G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5G는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쟁"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최근 미국 전역 5G 확산을 위해 10년간 200억달러(약 2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5G 기반 통신굴기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중국의 이동통신 투자는 400억달러(약 46조원)를 기록, 북미 지역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5G의 특성인 연결성(connectivity)에 의해 많은 디바이스(장치)가 연결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개의 디바이스가 해킹당할 경우 연쇄적으로 수백 개의 디바이스가 해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시빈 카마라주 탈레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연결된 디바이스와 센서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은 사이버 공격의 목표 지점이 확대됨을 의미한다"며 "2020년은 커넥티드 디바이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기록적으로 증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데이터 유출 사고는 개인 및 보안 규제를 다시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5 독점 논란 빅테크의 변신… 바이오와 헬스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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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턴 굴즈비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는 설문 조사에서 "2019년에는 빅테크(거대기술기업) 독점 논란 등 많은 혼란이 있었고 많은 일이 벌어졌다"며 "하지만 정부와 사회는 빅테크를 어떻게 감독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0년에는 빅테크 독점과 관련해 많은 중요한 질문과 대답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빅테크 논란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집중되면서 개인 정보 침해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논란과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정치권은 빅테크에 직접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빅테크에 칼날을 겨눈 대표적인 인물은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다.

워런 후보는 "미국 주요 빅테크들은 우리의 개인 정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점점 더 디지털 생활을 통제하며 기술 산업 분야의 경쟁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빅테크 분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2020년 빅테크의 거취에 대해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 빅테크가 여러 업체로 해체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굴즈비 교수는 "큰 위험이 있는 곳에는 큰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독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빅테크에 꾸준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둘 이룸반 콘퍼런스보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소비에 대한 신뢰는 강화되는 반면, 빅테크 등 기업들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있어서 문제"라며 "빅테크는 2020년에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이러한 신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빅테크들이 규제 때문에 주춤하는 와중에 바이오 테크 및 헬스케어 산업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으며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많은 국가가 고령화되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이오 테크는 유전자 조작을 활용해 생존력이 강하고 생산량도 많은 농산물 생산을 돕는다. 헬스케어는 인류 전반의 건강을 향상시켜 평균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라 칼리시 딜로이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인해 2020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많은 국가가 고령화되면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바이오 테크와 헬스케어 부문은 2020년 강력한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리야마 아키에 일본 와세다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도 "점차 폭발하는 인구수에 비해 식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인구 변화 등은 2020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기후변화와 인구 변동으로 인해 바이오 테크를 활용한 푸드테크와 유전자 조작 등이 2020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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