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미·일·중·독일 경제 어디로

입력 2019.12.20 03:00

[Cover Story]

'기운빠진 미국' 초입금리 약발 안 먹힌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

돈 찍어 침체 막은 중앙은행, 더 이상 경기 대응 능력 없어
향후 3년간은환율 전쟁 벌어질듯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
내년 미국 경제를 묘사할 때는 '침체(recession)'라는 단어 대신 '대단히 기운이 빠졌다(great sag)'를 쓰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추동력이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선, 중앙은행이 더 이상 경기 하강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지난 10년간 중앙은행들은 국채와 회사채를 마구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더 많은 돈을 뿌려 경기 침체를 막아왔다. 돈을 마구 찍어 뿌린 결과 현재 채무자들에게 다양한 채무를 갚아야 할 시기가 하나둘씩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돈을 찍어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해 온 과거 정책도 더 쓰기 어려워졌다.

명심할 점은 미국 경제가 아직 '기운 빠진 경제'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당분간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경기를 자극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기에, 환율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자극하는 '환율 카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보통 환율 가치가 떨어지면 자국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 주가 부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든, 직접 개입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3년간은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환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차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여러 방식으로 지나치게 돈을 풀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소득 상위 1%가 가진 부가 하위 90%가 가진 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미·중 갈등도 내년 경제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변수다. 최근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며 미국과 갈등을 빚는 현상은 대공황 때인 1930년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신흥 강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는 그것이 미·중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은 미·중 갈등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술 패권 경쟁부터 홍콩·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안보 문제까지 다양한 의제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변수가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반(反)중국 정책에 공감하고 있기에 이러한 추세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근 미국 증시의 주가 상승을 장밋빛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현금에 붙는 금리가 0%에 가깝고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 주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빛나 보일 뿐이다.

中, '3대 공견戰' 중글로벌 전망 불투명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中정부 관리능력 강해 외자 유치도 '성과' 소비 왕성, 경제 견인
美의 對중국 압력은 점차 정치화돼 가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현재 중국 경제는 확실히 주춤거리는 중이다. 이런 흐름은 미·중 무역 전쟁 여파 이외에도 중국이 지난해 초부터 겪어온 ‘3대 공견전(攻堅戰·힘든 싸움)’과 국내 정책의 대조정과도 연관이 있다. 3대 공견전은 금융 리스크 관리, 환경보호, 빈곤 퇴치를 뜻한다.

하지만 중국의 2020년 경제 전망은 그리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는 경제 주체다. 현재 중국 개인소득은 중상(中上) 소득 단계에서 상(上)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다.

둘째, 중국 경제는 최근 수년간 발전을 거쳐 소비 부문이 이끄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 소비 역시 왕성하다. 현재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의 60%가 소비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됐다.

셋째, 중국 정부의 국가 경제 관리 능력은 비교적 강하다. 현재 경제성장 둔화 국면은 중국 국영기업과 국영은행들의 경기 촉진 활동을 통해 충분히 진작할 수 있다. 넷째, 중국은 개혁과 개방 정도를 높이고 있다.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은 지속적인 시장 개방 정책으로 적지 않은 외국 자본을 유치해 성과를 올렸다. 독일 바스프와 일본 혼다 같은 기업이 중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민영기업과 외국기업 등은 곧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중국 시장 투자는 현명한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2020년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하다. 미국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미국은 보호무역 기조를 굳힐 것이고 대외 경제 역시 일방주의로 밀고 나갈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점점 정치화돼 가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 무역 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은 중하층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와 중국과 미국 간 무역 문제를 건드릴 것이다. 또 미국은 대만과 신장, 티베트 등을 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하여 중국 평화 굴기 시도를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미국 정책은 더 큰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을 촉발하고 2020년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는 2020년에 반드시 협력해 보호무역주의 충격 여파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가 협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RCEP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하며,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중국은 CPTPP(포괄적 및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해 다른 나라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반등" "침체" 갈려… 일본형 디플레 우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2017년 9월 정점 이후 계속 하락중인 韓경제
내년 반등 여부 의문 GDP 디플레이터마이너스는 큰 우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우리 경제의 경기변동 사이클을 보면 2017년 9월에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락 국면이 지속된 지 27개월이 되었는데 내년 3월까지도 반등이 시작되지 못하면 하락 국면 길이가 30개월을 넘으면서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저점을 찍고 반등이 시작될 가능성, 그리고 만약 반등이 시작된다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내년도 우리 경제 전망은 매우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금융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를 보면 이러한 엇갈리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우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금융연구원 전망치는 올해 1.9%, 내년 2.2%로 내년에 조금 나아지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올해 2.0%, 내년 1.8%로서 내년에 더 나빠지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연구원의 전망치가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설비투자 분야이다. 금융연구원은 설비투자가 3.6%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LG경제연구원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을 엇갈리게 만들고 있다. IMF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미국은 각각 2.4%와 2.1%이고 중국은 6.1%와 5.8%, 일본은 0.9%와 0.5%로서 미·중·일 3국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도·러시아·남미 등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경제 전체로는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3.0%, 내년 3.4%로 발표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경제 전체 전망치가 개선되는 부분을 강조하게 되면 우리 경제도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와 관계가 밀접한 미·중·일 3국에 대한 전망치가 내년도에 나빠진다는 점이 강조되면 내년도 우리 경제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다.

이처럼 설비투자의 증감 여부, 세계경제 전체는 좋아지지만 미·중·일 3국은 나빠진다는 전망 등으로 내년도 우리 경제에 대한 예측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많은 한국 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내년도 투자도 축소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투자에서는 LG경제연구원 전망이 더 우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수준인 상황에서 가장 광범위한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가 지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6%를 기록하면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는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한·일 갈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에 노동 시장 관련 국내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위협까지 다가온 셈이다.

日, 내수 침체 경계감외수 부진은 털어낼듯

이노우에 데쓰야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

아베, 재정정책 기동성 있게 운용 큰 폭 둔화는 없을듯
도쿄올림픽 관련 투자 내년 경제에 好신호

이노우에 데쓰야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
내년 일본 경제는 잠재성장률(0.8%) 수준의 성장을 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하강 압력에도 2021년 9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아베 정권이 재정 정책을 기동성 있게 운영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내년 일본 경제는 올해처럼 해외 부문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내수로 유지되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경제의 명확한 대비가 이전처럼 뚜렷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가계 소비는 견고하다. 지난 10월 1일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했다. 10월 이전에 사재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3분기(7~9월) 개인 소비는 증가했지만, 소비세율 인상 후 10월 소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큰 폭의 소비 둔화는 겪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내수 침체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높다. 일본의 가계 소득 기반이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일본 가계의 실질 소득은 보너스 지급 달만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일 뿐 그 외 시기에는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에 기업들은 고정비 상승을 의미하는 기본 급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외수 부진을 털어낼 전망은 오히려 밝다. 지난 13일 미·중이 무역 1차 합의안에 다다른 것처럼 최악의 무역 마찰을 피하려는 유인 동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경기 부양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자본재나 중간재 비중이 높은 일본의 수출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빨리 회복될 전망이다. 2020년은 글로벌 IT(정보통신) 주기상 재고 조정도 진척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예상 외로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한 기계화·자동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눈에 띄게 관련 투자가 늘었다. 이러한 투자는 내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기 동향에 취약한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좀 더 강화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활발했던 인프라 투자와 숙박·요식업 관련 시설 투자는 내년에 일단락되겠지만, 노동력 부족 등을 이유로 미뤄졌던 관련 투자가 내년에도 꾸준하게 지속되면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내년은 저성장 역풍 속에서 일본 경제 대책도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일본의 경제정책이 기업 등 산업계 재생에 역점을 뒀다면 2020년은 가계 후생으로 그 중심축을 옮기는 원년이 될 것이다.

무역전쟁에 수출 부진獨, 최악 끝나 상승 반전

안드레아스 파이힐 뮌헨대 교수

獨, 내수 실적개선 속 수출 불황…분열 양상 자동차도 도전 직면
유로 경제 최악은 끝나 브렉시트 우려는 여전

안드레아스 파이힐 뮌헨대 교수
독일 경제는 올해 0.5% 성장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1.1%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세금과 사회보험 기여금 경감, 정부의 민간 지원 확대, 정부 소비와 공공 투자 지출의 증가 등 재정 정책을 써가며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는 내수와 수출 부문이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 산업인 서비스업과 건설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분쟁 때문에 수출 부문은 불황에 빠져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올해 세계 산업 생산과 국제 무역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갈등은 두 국가 간 상품 교환을 심각하게 제한했고 생산을 억제했다. 미국 연준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기업의 5분의 1이 무역 갈등에 대응해 2019년 상반기에 투자 활동을 중단했거나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서 중간재를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중국과 경제적 유대가 밀접한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미·중이 무역 1단계 합의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동안의 무역 갈등으로 기존의 글로벌 가치 사슬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새로운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한 위험성도 커지면서 미·중 이외의 다른 지역 경제도 큰 부담을 받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진행된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는 특히 중간재나 자본재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 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 분야도 특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만 최근에는 주문이 늘어나고,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월에는 상품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독일 경제도 자유낙하를 멈추고 점차 경기 침체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고 있다.

독일을 포함해 유로존(유로를 쓰는 나라들)의 경제는 2020년에 더 이상 악화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회복은 아마도 앞으로 몇 분기 더 걸릴 것이다. 경제 분야 가운데서 어떤 부문은 좋아지고 어떤 부문은 부진한 불균등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제조업체는 부정적 신호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낮은 수준이던 구매자관리지수는 다시 소폭 상승했다.

유럽 경제의 최악 상황은 끝났다고 본다. 하지만 다시 최고 속도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지난 12일 실시한 영국의 조기 총선 결과를 보면 보수당이 전체 650석 중 365석을 얻어 승리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다가오고 있다. 유럽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2020년 12월 31일에 실제로 종료되는 브렉시트의 이행 기간이 연장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영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기업들 처지에서는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20 한·미·일·중·독일 경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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