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문가 20명이 본 2020 세계 경제

입력 2019.12.20 03:00

[Cover story] "올해보다 나아질 것" 7명, "올해처럼 험난" 8명, "더 나빠질 것" 5명

올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주요 사건은 미·중 무역 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여기서 파생하는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을 지배했다. 유럽 경제는 성장 엔진인 독일이 미·중 무역 갈등의 파편을 맞으며 차갑게 식었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이 번지며 정치 리스크(위험 요인)가 부각된 해이기도 했다.

그러면 새해인 2020년은 어떨까. WEEKLY BIZ는 2020년을 앞두고 각국 경제·경영 전문가 20명에게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올해처럼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등할 희망이 보인다고 답변한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상세히 보면 20명 중 8명(40%)이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험난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명(25%)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반해 나머지 7명(35%)은 내년이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며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지난해 조사(2019년도) 때는 전문가 16명이 모두 "머지않아 불황(recession)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가장 많은 전문가가 꼽은 불황의 해는 바로 2020년이었다. 2020년 경제 상황 전망이 작년보다 올해 더 나아진 셈이다.

중국·저금리·미국 대선이 변수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들은 세계 경제의 3대 리스크를 주목한다. 미·중 무역 갈등 후유증으로 거론되는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 저금리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산 가치 폭등과 금융시장 불안, 미국 대선 과정에서 예상되는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다. 이러한 악재 때문에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황웨이핑 전 인민대 경제학원 원장은 "내년에는 세계 경제가 실질적 하락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한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선진국 경기 하강세의 둔화, 신흥국 성장을 근거로 든다. 영국의 글로벌 금융 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SC)의 데이비드 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경기 둔화 속도가 '슬로 모션'처럼 느려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내년에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3.3%로 제시했다. 안드레아스 파이힐 독일 뮌헨대 교수는 "올해 말 들어 대부분 선진국에서 제조업 하락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 조사 기관인 콘퍼런스보드의 압둘 이룸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완만하게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의 둔화를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 미·중 양국이 무역 갈등과 관련해 1단계 합의를 하고, 영국 총선에서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수당이 압승하면서 영국의 EU 탈퇴 방향이 선명해진 것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플러스 요인이다.

5G 본격화로 IT 투자 늘듯

하지만 세계 경제 전망과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전망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이는 인도·아세안·브라질 등 신흥국 덕분"이라며 "한국 경제와 밀접한 미국·일본·중국 등은 오히려 경기 하강이 쭉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구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연금 개혁, 인도는 법인세 감세 등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터뷰한 전문가들을 지역별로 나눠 보면 미국 전문가들은 3명 중 2명이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비관론이 약간 우세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낙관론이 많았다. 올해만큼 더 나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위기'와 '반등' 의견이 모두 나왔다. 장재철 KB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반등하는 세계 경제 흐름을 잘 타야 한다"고 했고, 윤창현 교수는 "성장률을 가르는 것은 기업 투자"라며 "기업들이 돈을 풀 수 있도록 신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내년에 본격화하는 5G(세대) 통신 서비스를 주목했다. 다이와연구소의 하시모토 마사히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5G 관련 IT(정보 기술) 분야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또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의 독과점 현상에 대한 규제도 구체적 모습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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