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60m 링 모양 양식장… 직원 6명이 모니터 보며 연어 160만 마리 키운다

입력 2019.12.06 03:00

[Cover Story] 노르웨이 수산업 세계 1등의 비밀
연어 수출 세계 1위 '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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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위 양식장의 직원이 수중 카메라 화면을 통해 바다속 양식장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왼쪽). 가운데는 자동화된 연어 가공 공장의 모습. 모위가 추진 중인 해저 양식 단지 ‘아쿠아 스톰’을 그린 조감도(오른쪽). / 바르스타드비크·포스나보그(노르웨이)=최종석 기자, 모위
지난 10월 노르웨이의 어업 도시 올레순을 출발해 외룬드피오르를 따라 달렸다. 노르웨이의 빙하 침식 지형인 피오르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눈 덮인 산봉우리 아래로 거대한 링(고리) 8개가 나타났다. 세계 1위 연어 업체인 '모위(Mowi)'의 양식장(aqua farm)이었다.

모위는 대서양 연어 수출 1위 업체다. 지난해 세계 70여개국에 연어 38만t을 수출해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적으로 양식업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위는 올해 '사회적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의 네트워크(FAIRR)'가 발표한 지속 가능한 단백질 식품 공급 회사 1위에 올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수산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벤치마킹할 기업으로 모위를 꼽았다.

양식 과정 자동화… 사료는 자체 생산

[Cover Story] 노르웨이 수산업 세계 1등의 비밀
시커먼 물 위에 떠 있는 양식장은 지름이 160m다. 물속에서 보면 45m 높이의 거대한 원통형 그물 구조물이다. 그 속에 연어 20만 마리씩 총 160만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1년에 길러내는 연어는 5400t. 한국 인구와 맞먹는 4300만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양이다. 링 8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배와 호스(튜브)로 연결돼 있는데 이를 통해 사료를 자동 공급한다. 양식장은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2㎞짜리 긴 앵커(닻)를 사방으로 연결해 고정했다.

양식장 위에 올라 바닷물에 손을 넣으니 10월 초인데도 얼음장 같았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27도. 하지만 양식장의 기온은 5도, 물밑 5m 지점은 영하 13도였다. 물이 상당히 맑아 7~8m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모위의 트론 발데르하우그 본부장은 "연어가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서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더 식감이 좋고 오메가 3가 풍부하다"고 했다.

배 안에 들어가니 직원 한 명이 모니터 5개를 통해 물속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었다. 양식장 물속에는 움직일 수 있는 수중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무리 지어 헤엄치는 연어와 그물망이 또렷이 보였다. 연어의 밀도는 전체 공간의 6% 정도라고 한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물망은 수시로 전체를 교체한다. 씻어서 재사용하는데 낡은 그물은 주로 양말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물망과 카메라 등 모든 장비는 '메이드 인 노르웨이'라고 했다. 모위 측은 "첨단 양식은 연관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어 사료는 자체 생산한다. 주 원료는 생선 기름, 콩이다. 생선은 북극해, 콩은 브라질 등에서 조달한다. 사료를 남기지 않고 얼마나 정확하게 주느냐가 중요한 노하우다. 모위 관계자는 "전체 비용에서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나 된다"며 "카메라로 양식장 안을 살피는 것도 남는 사료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남는 사료는 환경오염의 원인도 된다. 모위는 연어 양식에 항생제와 살충제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치어 때 백신을 놓고 10마리 중 한 마리꼴로 청소 물고기를 함께 기른다. 모위 관계자는 "우리 연어에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환경오염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한 덕분"이라고 했다.

週 3회 대한항공 직항으로 서울에

연어 160만 마리를 기르는 양식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6명뿐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일이 자동화돼 있다. 이 양식장의 책임자인 프랑크 오베 요르달(49)씨는 "25년간 양식 일을 했지만 160만 마리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 책임이 무겁다"며 "매일매일 신경 써야 해 열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200g짜리 치어가 5㎏ 연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행복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은 온 가족이 모여 연어 요리를 먹는다. 그의 아들은 벨기에 프로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

연어는 민물 부화장에서 180~200g까지 자란 뒤 이곳 바다 양식장으로 온다. 모위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노르웨이 안에서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민물 부화장을 짓는다. 이날 찾은 스타인비크 부화장은 피오르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뒤편으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에서 폭포수가 세차게 떨어졌다. 이 물을 활용해 치어를 기른다.

모위 연어의 경쟁력은 또 오랫동안 길러온 우량종자 '모위 브리드'에서 나온다. 올라 옐트란드 홍보실장은 "모위 연어 한 덩어리엔 1일 권장량의 7배가 넘는 오메가 3가 들어 있다"며 "한 덩어리만 먹으면 일주일치 오메가 3를 섭취하는 셈"이라고 했다.

바다 양식장에서 길러낸 연어는 5~6㎏이 되면 배를 타고 가공 공장으로 간다. 거기서 필렛(살코기)이나 통연어로 가공된다. 대부분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연어가 컨베이어벨트를 거쳐 상품으로 나오는 데 2시간이 걸린다. 모위는 연어의 모든 부위를 활용한다. 내장은 사료로, 배의 지방은 과자나 스시 토핑으로 만든다. 가공된 연어는 오슬로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간다. 사람은 독일이나 핀란드 등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연어는 주 3회 대한항공 직항을 타고 들어온다.

세계 곳곳에 공장 세우고 수출

글로벌 기업인 모위는 캐나다, 칠레, 아일랜드, 영국 등에도 가공 공장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는 일본과 대만, 한국, 중국에도 가공 공장이 있다. 이 공장들은 통연어를 해당 시장의 수요에 따라 추가 가공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모위는 10여년 전만 해도 연어를 길러 수입상에 넘기는 회사였는데 이제 자체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갖추고 소매시장에 직접 완성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가공 상품의 수출 비중이 60% 정도라고 한다. 모위는 길러낸 연어 전부를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에 수출한다. 노르웨이 국내시장은 레뢰이(Leroy) 등이 장악하고 있다. 노르웨이 마트에서 모위 브랜드를 볼 수 없는 이유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은 대구다. 연어는 원래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특별한 날에 먹는 생선이었다. 노르웨이에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날 생선을 먹는 문화가 없다. 주로 훈제를 하거나 구워 먹는다. 발데르하우그 본부장은 "최근 4~5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회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생산과 유통 혁신에 집중했던 노르웨이 양식 업체들은 요즘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모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마린 하베스트'란 이름을 모위로 바꿨다. 올해는 폴란드, 프랑스에 자체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모위는 창업자의 이름 토르 모윈켈에서 땄다. 60여년 전 창업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발데르하우그 본부장은 "생물을 파는 것보다 브랜드를 입혀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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