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에서 연어 기르는 ‘오션 팜’ 성공… 노르웨이, 심해 첨단 양식장 '아쿠아 스톰' 만든다

입력 2019.12.06 03:00 | 수정 2019.12.11 16:53

[Cover Story] 이것이 미래의 수산업

노르웨이는 글로벌 수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양식장에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등을 접목해 첨단 산업으로 만들었다. 이른바 '바다 혁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용석 해양수산부 어업자원정책관은 "수산물 생산량을 늘리려는 업체들이 정부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혁신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위가 추진 중인 심해 양식장에서 뱀장어 로봇이 양식장을 점검하는 모습 예상도.
모위가 추진 중인 심해 양식장에서 뱀장어 로봇이 양식장을 점검하는 모습 예상도. /모위
10㎞ 밖 해상에 초대형 양식장

노르웨이의 글로벌 빅3 연어 업체 살마(SalMar)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먼바다에 연어 양식장 '오션 팜(Ocean Farm)'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름 110m, 높이 67m 구조물로 밖에서 보면 UFO처럼 생겼다. UFO 모양 가운데에 컨트롤타워가 있다. 지난해 연어 6000t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살마 관계자는 "1년간의 실험 결과 먼바다로 갈수록 연어의 품질과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먼바다에서 키울수록 사료가 덜 들고 연어가 더 튼튼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육지에서 10㎞ 떨어진 더 먼 바다로 위치를 옮겨 연어를 기르고 있다.

살마는 벌써 2호기를 건조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2호기(2만t)는 1호기(1만t)의 2배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2호기에는 연어 가공 시설까지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1호기는 중국 조선소에 제작을 맡겼는데 2호기는 노르웨이나 한국 조선소에 맡길 가능성도 있다. 노하우가 쌓인 중국이 오션 팜과 비슷한 양식장을 만들며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살마가 먼바다를 개척하려는 것은 양식하기 편한 근해가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바다는 리스크가 크다. 멀리 나갈수록 거센 바람과 파도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살마는 이를 첨단 기술로 극복하려고 한다. 거의 대부분 작업을 자동화해 생산성이 매우 높다. 이상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연어 6000t을 길러낸 오션 팜의 상주 직원은 불과 4명"이라며 "한국의 양식 생산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보통 뱀장어 100t을 생산하는 데 15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살마는 로봇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육지의 연어 가공 공장에서는 자동차나 반도체 공장처럼 로봇 팔이 박스 등을 옮긴다.

살마가 먼바다에 운영 중인 첨단 연어 양식장
살마가 먼바다에 운영 중인 첨단 연어 양식장 /살마
해저에 첨단 양식 단지 추진

세계 1위 연어 업체 모위(Mowi)는 올 들어 첨단 양식장 '아쿠아 스톰(Aqua Storm)'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쿠아 스톰은 세계 양식업계의 태풍이 되겠다는 야심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수면에 떠 있는 구조물인 오션 팜과 달리 본격적인 해저 도시 콘셉트이다. 조감도를 보면 SF 영화에 나옴 직하다. 연어가 살 그물 구조물은 해저에 고정할 예정이다. 밖에선 구조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면 아래에서 연어를 기르는 방식이다. 컨트롤타워는 수㎞ 떨어진 육지에 둔다. 사료는 해저를 따라 설치하는 파이프로 공급한다. 오션 팜에 비해 태풍이나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해충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모위 관계자는 아쿠아 스톰을 "노르웨이가 오랫동안 축적한 세계 최고 석유 시추 플랜트, 선박, 양식 기술이 집약된 결정판"이라고 했다.

아쿠아 스톰은 자동으로 운영된다. 컨트롤타워 직원 3~4명을 빼고는 무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물 곳곳에 센서를 장착한다. 현재 수산부에 계획안을 내고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완성까지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 육지에서 수㎞ 떨어진 양식장까지 어떻게 안정적으로 사료를 공급할지도 난제다. 모위 관계자는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짓기 시작할 것"이라며 "실제 연어를 생산하기까지는 8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비용 30억크로네(약 3900억원)는 투자를 유치해 조달할 계획이다.

피시 펌프
뱀장어 로봇, 피시 펌프, 자동 보고 시스템…

2015년 설립된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일루메(Eelume)'는 같은 이름의 무인 해저 작업 로봇을 개발했다. 뱀장어처럼 생긴 일루메는 물속을 헤엄치며 플랜트 등 시설을 유지·관리한다. 헤엄치는 모양이 실제 뱀장어 같다. 여러 관절로 이어진 몸체와 곳곳에 장착된 스크루가 그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로봇을 뱀장어 모양으로 만든 것은 조류 영향을 최대한 덜 받으면서 좁은 공간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머리 부분에는 카메라와 조명이 달려 있어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집게 등 다양한 장비를 장착해 작업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바닷속을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시험 단계로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위는 아쿠아 스톰에 일루메를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루메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에서 시작한 산학 협력 케이스다.

노르웨이 수산 업체와 어선들은 '피시 펌프(fish pump)'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기압을 이용해 진공청소기처럼 물고기와 바닷물을 빨아들여 순간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노르웨이 어선이나 바닷가 가공 공장에 가보면 호스(튜브) 모양 설비를 볼 수 있는데 이게 피시 펌프다. 피시 펌프를 활용하면 더욱 빠르게 물고기를 옮길 수 있다. 물고기를 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노르웨이의 고등어 수출 업체 펠라지아의 욘 스틴스리드 선임 매니저는 "물고기는 식품"이라며 "되도록이면 사람 손을 타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시 펌프는 자동화와 무인화의 핵심 설비로 수산업 풍경을 바꿔놨다는 평을 받는다. 노르웨이 어선에선 그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매달리거나 잡은 물고기를 공장으로 옮기는 모습이 사라졌다.

노르웨이의 투명한 조업 보고 시스템에도 각종 혁신 기술이 쓰인다. 원래 배 위에서 매일 전화로 어획량 등을 신고했는데 요즘은 자동 보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수산물 공장에는 피시 펌프를 통해 들어오는 물고기의 무게를 자동으로 잴 수 있는 계측 기기를 달아 이중으로 체크한다. 이런 정보는 모두 실시간으로 취합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선의 움직임은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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