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킹크랩 이렇게 먹다니, 오~ 굿!"

입력 2019.12.06 03:00

[Cover Story] 이것이 미래의 수산업

한국 온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

킹크랩을 산 채로 파는 한국 수산물 시장에 놀란 하랄 네스비크(오른쪽)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
킹크랩을 산 채로 파는 한국 수산물 시장에 놀란 하랄 네스비크(오른쪽)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하랄 네스비크
지난 10월 방한한 하랄 네스비크(Nesvik)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을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노르웨이의 어업 전진기지인 올레순 출신으로 거기서 어업기술대학을 나왔다. 노르웨이의 유명 정치인으로 진보당 의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수산부 장관이 됐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제일 많이 먹는 나라예요. 게다가 매우 생동감 있고 흥미로운 시장이에요. 노르웨이에겐 엄청나게(extremely) 중요한 시장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7년 1인당 59㎏의 수산물을 먹었다. 이는 노르웨이(49.4㎏)나 일본(47.7㎏)보다 많고 세계 평균(20.8㎏)의 2배가 넘는다. 게다가 소비량은 계속 늘어 2025년에는 63㎏에 육박할 전망이다.

네스비크 장관은 인터뷰 전날 인천 소래포구의 어시장을 들렀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시장에 살아있는 킹크랩들이 진열돼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노르웨이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살아 있는 킹크랩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했다. 살아 있는 신선한 수산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노르웨이는 킹크랩 수출도 많이 한다. 값싼 러시아산과 달리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 만들었다. 큰 그물로 바닷속 킹크랩을 끌어올리는 러시아와 달리 통발을 활용한다. 어부들이 직접 잠수해 끌어올려 상태가 좋다. 오슬로 공항 근처에 '킹크랩 호텔(찬물을 담은 수조)'을 만들어 싱싱한 상태로 전 세계로 보낸다.

인류 먹여 살릴 미래 산업

네스비크 장관은 수산업을 인류를 먹여 살릴 차세대 식량 산업이자 미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100억명이 될 겁니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수산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선 사료가 16㎏이 들지만 물고기는 1.2㎏이면 된다. 특히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먼바다에서도, 땅에서도 수산물을 길러낼 수 있다. 노르웨이는 잔잔한 근해뿐만 아니라 먼바다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첨단 양식장을 운영 중이다. 정부도 업체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적극 장려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수산물의 QR코드를 찍으면 그 수산물을 잡은 어부가 등장해 어디서 어떻게 잡은 건지 한눈에 알려주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해안선은 10만㎞로 한국보다 7배 길다. 그는 바다에 대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철학을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국가 자체가 바다에서 태어났습니다. 바다를 선조의 유산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노르웨이인에게 수산업은 그저 산업 중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 자체예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수산업을 설명할 때 항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바다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정부·기업이 뭉쳐야 수출 강국

노르웨이는 1991년 일찍부터 수산물위원회란 조직을 만들었다. 수산물 업체들이 돈을 내 공동으로 홍보·마케팅을 하는 조직이다. 작은 수산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벅차기 때문에 시작했다. 세계 12국에 지사도 두고 있다. 수산업계 전문가들에게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도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수산물위원회에 물어봅니다. 오슬로 집무실에서 전 세계 시장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죠. 우리 수산업의 눈입니다."

그는 수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 해외시장의 수요를 파악해 최적의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에요. 한국과 일본도 비슷해 보이지만 크게 달라요. 일본 사람들은 냉동 생선을 많이 먹지만 한국 사람들은 활어나 냉장 생선을 선호하죠. 킹크랩도 살아 있는 것을 직접 보고 사잖아요." 한국은 원산지와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노르웨이 연어는 항생제를 쓰지 않고 백신을 활용합니다. 국제 인증을 받는 데도 적극적이죠."

그는 정부와 업계의 유기적인 협력도 강조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이 아주 가까워요. 수산업 하는 사업가들이 수시로 장관인 나한테 전화합니다. 저는 수출 마케팅 전문가예요. 그들을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배울 것 너무 많아

네스비크 장관은 겸손했다. 한국에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한국은 골목골목 편의점에서도 수산물로 만든 즉석 식품을 팔더라고요. 1인분씩 먹기 좋게 포장된 상품도 봤어요. 다양한 상품화 아이디어와 기술이 놀랍습니다. 노르웨이에선 최근에야 피시버거(생선 햄버거)를 팔아요. 오랜 수산물 생산 노하우를 갖고 있는 노르웨이와 한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요새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인기를 끌면서 울상인 한국 어민도 있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노르웨이는 2006년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파트너입니다. 노르웨이는 한국에서 선박과 자동차를 많이 수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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