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옷을 얼마에 팔길래… 日 자스닥 시가총액 1위 됐다

입력 2019.12.06 03:00

초저가 패션 '워크맨', 유니클로 점포수 넘어서

작업복을 캐주얼로
80년대 작업용 옷… 겨울용 점퍼 4만원
등산 바지 2만원, 10만원이면 온몸 입게

매출·순익 사상 최고
작년 유니클로 감소 속 매출, 4년 연속 성장
마니아들 사이 입소문… 시총, 日맥도널드 제쳐

지난해 9월 처음 매장을 연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 '워크맨플러스'. 작업복을 팔던 워크맨은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로 확장해 돌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처음 매장을 연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 '워크맨플러스'. 작업복을 팔던 워크맨은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로 확장해 돌풍을 이어갔다. / 워크맨
일본의 경제 매체인 '닛케이트렌디'는 올해의 히트 상품 1위에 초저가 패션브랜드 '워크맨(WORKMAN)'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일본 어패럴업계에서 '제2의 유니클로'가 되기에 충분하다"며 높게 평가했다.

워크맨의 매출 상승세는 매섭다. 지난 6개월간(4~9월) 매출은 418억엔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1.8% 증가한 58억엔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이다. 지난 9월 말 워크맨은 일본 내 매장 수(848곳)에서도 유니클로(815곳)를 처음으로 제쳤다. 일본을 대표하는 저가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시마무라와 비교해도 워크맨의 성장세는 손색이 없다. 워크맨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유니클로는 지난 2019년 8월 결산에서 일본 국내 사업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3.9% 줄어든 1024억엔으로 떨어졌다. 시마무라의 영업이익도 올해 2월 결산에서 전년보다 40.2% 줄어든 262억400만엔을 기록했다. 창업 40년의 워크맨이 돌풍을 일으킨 비결은 뭘까.

기능성 강한 초저가 패션

워크맨은 1980년 군마현에 처음 매장을 열고 현장 작업자들을 위한 작업복과 장갑, 안전화 등을 판매했다. 워크맨이 소비자의 관심을 받게 된 첫째 요소는 바로 높은 기능성으로 무장한 초저가 제품들이다. 워크맨의 마케팅 전략은 가혹한 노동 환경에도 끄떡없는 품질과 고기능성 제품을 초저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워크맨은 어정쩡한 중저가보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초저가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겨울용 얇은 점퍼도 워크맨에서는 2900~3900엔(약 4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이 밖에도 초경량신발 980엔, 미끄럼방지 신발 1900엔, 등산용 바지 1900엔, 카고바지 2900엔 등 초저가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10만원으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꺼번에 꾸밀 수 있는 부담없는 가격이다. 저렴한 워크맨 상품만으로 멋지게 차려입는 젊은 여성들을 일컫는 '워크맨 여성'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판매 기세도 무섭다. 열을 반사하는 특수 소재를 사용한 냉감(冷感) 티셔츠 가격은 580엔(약 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배 늘어난 50만장이 팔렸다. 미끄럼방지 신발은 지난해보다 13배 늘어난 32만켤레, 등산용 바지는 7배 늘어난 32만벌이 나갔다. 폭발적인 성장세이다. 경쟁업체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상품군도 워크맨의 강점이다. 햇볕에 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손등 부분에 특수 가공처리를 한 장갑과, 겨울에 땀을 따뜻한 열로 바꿔주는 신발 밑창, 겉표면에 알루미늄 성분을 바른 발열 코트 등도 있다.

워크맨은 독특한 발주 시스템으로 초저가를 실현했다. 워크맨은 납품하는 공장이 발주량을 직접 결정한다. 본사가 수요 예측 데이터를 20여곳의 제휴 공장에 보여주면, 공장이 생산해 납품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직접 판단한다. 본사는 세밀한 발주 작업에 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대신, 공장이 제시한 생산 수량을 전량 구매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했던 건 워크맨의 제품 수명 주기 덕분이다. 유니클로 등 유행에 민감한 기존 패스트패션 업체와 달리 워크맨의 제품들은 유행을 타지 않아 제품 수명이 길다. 이 때문에 떨이 판매나 폐기 등 재고 관리에 대한 위험도 적다. 글로비스 경영대학원의 가네코 히로아키 교수는 워크맨의 성공 요인을 '가동률'로 설명한다.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공장가동률에 기복이 거의 없다 보니 특정한 시기에 인력이나 공장가동이 몰리는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처음 매장을 연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 '워크맨플러스'. 작업복을 팔던 워크맨은 초저가 아웃도어 브랜드로 확장해 돌풍을 이어갔다.
스포츠용 의류로 유니클로에 대항

워크맨은 지난해 9월 작업복 전문 브랜드에서 새로운 캐주얼브랜드로 탈바꿈했다. 도쿄 다치가와시에 아웃도어와 스포츠용 브랜드 전문 매장인 '워크맨 플러스' 1호점을 연 것이 신호탄이다. 워크맨의 새 길을 모색한 건 구리야마 기요하루(栗山清治) 전 사장이다. 그는 200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1년 동안 워크맨을 이끌며 전성기를 만들었다.

워크맨은 2016년부터 자체 개발한 초저가 PB(자체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았다. 아웃도어용 필드코어(FieldCore), 스포츠웨어 파인드아웃(Find-Out), 강력한 방수·방한복에 특화한 이지스(AEGIS)다. 당시 구리야마 사장은 "초저가의 아웃도어나 스포츠용 고기능 의류로 유니클로에 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PB 매출은 2016년 30억엔에서 2017년 60억엔으로 늘었다. 지난해 PB 상품은 전체 매출의 약 32%를 차지하며,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구리야마 사장은 PB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그는 2017년 워크맨의 전체 매출액 중 작업복 관련 매출이 74.5%에 달한 점을 약점이라고 봤다. 경기 침체나 건설경기 불황이 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가 감소하면서 시장이 축소된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워크맨이 지난해 시작한 스포츠용 의류와 스포츠 용품 판매 전문 매장 '워크맨 플러스'는 그의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워크맨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롭게 점포를 물색하거나 제품개발팀을 따로 꾸리진 않았다. 대신 기존의 워크맨 매장에서 팔던 1700여개의 상품에서 320여종의 아이템을 추리고, 기존 워크맨 매장에 마네킹을 들여와 제품 진열 방식을 바꾸고 조명을 밝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련된 아웃도어 전문 매장으로 꾸몄다. 반응은 뜨거웠다. 워크맨 플러스가 새롭게 문을 연 지난해 9월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130%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전체 매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워크맨은 한국의 코스닥에 해당하는 일본 자스닥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11일 기준 시가총액 7218억엔을 기록하며, 그동안 1위를 지키던 일본맥도널드홀딩스(7139억엔)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

오토바이·캠핑 매니아 입소문 타

워크맨의 전성기를 이끈 또 다른 요소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다. 워크맨은 특별한 홍보 없이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SNS(소셜미디어)에 입소문을 퍼트리며 독특한 성공 궤도를 걸었다. 워크맨은 4년 전 우천 시 건설현장 등 야외작업용으로 주로 팔리던 방수방한옷이 오토바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전문 매장에서 2만~3만엔에 팔리던 방수옷이 워크맨에서는 6800엔에 팔리고 있었던 까닭이다. 덕분에 일본 패션업계도 워크맨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발수 가공 의류도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케첩과 소스가 묻어도 튕겨내는 독특한 기능으로 입소문을 탔기 때문. 용접작업용으로 입는 특수작업복은 불꽃이 튀어도 불이 붙지 않아 최근 야외 캠핑족 사이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구리야마 전 사장은 지난 2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방한복이 예상치 못하게 낚시와 오토바이 등 아웃도어 애호가들에게 큰 호평을 받으면서 입소문만으로 매장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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