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미치게 한 비결, 세 가지가 있소이다

입력 2019.12.06 03:00

'광군제 광클릭' 中 기업의 3대 전략

올해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일인 광군제(光棍節)는 총매출액 4101억위안(약 69조원)의 신기록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과거 매년 6~7배씩 늘어나던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엔 24%까지 하락하는 등 성장세가 식었다는 우려감이 커지던 가운데 올해는 매출 성장률이 30%를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알리바바의 광군제 당일 매출(2684억위안)은 1년 전보다 1% 줄어들었지만, 알리바바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2위인 징둥은 지난해 광군제 땐 0% 성장을 기록하며 위기설이 제기됐으나, 올해는 1년 전보다 매출이 30%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각종 내외 악재로 내수 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안간힘을 쓰는 중국 대기업의 성장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알리바바 조셉 차이 부회장(위쪽).  류창둥 징둥그룹 회장
①중소 도시 공략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중소 도시 진출이다. 3~4년 전부터 중국의 고학력 청년들이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정착에 어려움을 겪어 중소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한 데 따라 주요 소비층도 함께 옮겨갔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100만명 이상의 뤄양(洛陽)·탕산(唐山) 등이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자오샹증권은 이미 2015년 중소 도시들의 소비가 대도시를 앞질렀다고 분석한다.

중소 도시 진출의 선두 주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이다. 알리바바 조셉 차이 부회장<위쪽 사진>은 "2014년부터 중소 도시를 공략 중"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2015년에 중소 도시 전용 플랫폼 춘타오(村淘)를 개발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소 도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중소 도시의 열악한 물류망을 구축하고, 알리바바 산하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 차이냐오(菜鳥)를 결합해 배송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다른 IT 기업보다 중소 도시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장판(蔣凡) 타오바오·티몰(淘寶·天貓) 총재는 "최근 2년간 유입된 고객 중 70%가 중소 도시 거주자이며 중소 도시 시장의 40%를 알리바바 계열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시장인 중소 도시를 선점한 알리바바는 광군제 때 톡톡히 효과를 봤다. 알리바바 발표에 따르면 올해 사용자 총 5억명 이상이 광군제 당일 티몰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억명이 증가한 수치였는데,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이 중소 도시 거주자였다. 비록 시장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중국 언론들은 둔화하는 국내 경제 상황과 늘어나는 경쟁자를 고려해 볼 때 알리바바가 상당한 저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2인자 징둥(京東)의 약진 역시 눈에 띈다. 징둥은 최근 부진한 실적과 경쟁 업체들의 성장으로 업계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었다. 이에 류창둥 징둥그룹 회장<아래쪽 사진>은 알리바바보다는 뒤늦었지만 중소 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가령 올해 9월엔 기존의 중소 도시 생활 정보 플랫폼 징시(京喜)에 소셜커머스 형식을 더한 새 앱을 선보였는데 소비자 반응이 대체로 고무적이었다. 징시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은 뒤 원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징시 출시 이후 징둥은 1년 전보다 새 고객이 60% 늘었고, 이들 중 70%가 중소 도시 거주자였다.

②라이브 쇼핑 방송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주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이번 광군제 소비의 키워드로 꼽았다. 중국 빅데이터 분석 업체 퀘스트 모바일(Quest Mobile)은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이 나타남에 따라 이번 광군제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라이브 쇼핑 방송'을 꼽았다. 라이브 쇼핑 방송은 인터넷 방송, 홈쇼핑,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중국의 새로운 소비 방식이다. 라이브 쇼핑 방송은 홈쇼핑의 중독성과 핀테크의 편리함을 동시에 구현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인터넷 방송의 주 시청자 규모는 5억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54%가 25세 이하이다. 알리바바는 이러한 트렌드를 포착해 중국 인터넷 방송의 원년인 2016년부터 라이브 쇼핑 방송 플랫폼 타오바오 라이브(淘寶直播)를 실험 운영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정식으로 타오바오 라이브 앱을 출시했다. 라이브 쇼핑 방송은 알리바바의 독무대다. 징둥, 모구제 등의 경쟁자도 있지만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알리바바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라이브 쇼핑 방송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소비층은 중소 도시의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올해 광군제 타오바오 라이브의 주문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뉴미디어 'DT 재경'의 분석에 따르면 중소 도시의 직장인들은 주거, 생활 등의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소비 여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상품을 구입할 기회가 적었다. 라이브 쇼핑 방송은 중소 도시 직장인들의 이러한 욕망을 채워준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의 배송 창고에 수북이 인 상품들.
중국의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의 배송 창고에 수북이 인 상품들. /블룸버그
③온·오프라인 결합해 배송 질 높여

전자상거래 업체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는 배송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매년 광군제마다 폭주하는 주문량과 수반되는 환불 조치에 배송난을 겪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결합해 해결책을 찾았다. 가령 티몰은 알리바바 산하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 차이냐오를 이용하여 배송의 질 향상에 공을 들였다. 차이냐오는 첨단 ICT를 이용한 창고-배송 일원화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 분배 시스템으로 배송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했다.

동시에 티몰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무료 방문 환불' 서비스를 개시했다. 징둥은 주문 폭주를 대비해 중소 도시 1700곳에 임시 거점 4만곳을 만들어 배송 효율에 신경을 썼다. 올해 광군제에 징둥의 임시 거점은 물류 거점과 고객 체험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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