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후예들 '水産 혁명'

입력 2019.12.06 03:00

[Cover Story] 세계 최고 노르웨이 수산업

사회적 大타협의 산물
1960년대 남획으로
청어 고갈 "배 줄이자"
4만척이 6000척으로

컴퓨터 기술 어업 적용
수산 첨단화에 온 힘
1인당 생산 10배 급증
GDP 8만달러 넘어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의 청정 바다에 늘어선 한 연어 양식장의 전경. 노르웨이는 천혜의 자연 환경, 축적된 수산업 기술 등을 바탕으로 양식업을 미래 식량 산업으로 키워냈다.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의 청정 바다에 늘어선 한 연어 양식장의 전경. 노르웨이는 천혜의 자연 환경, 축적된 수산업 기술 등을 바탕으로 양식업을 미래 식량 산업으로 키워냈다.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현국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참으로 아름답다. 바다는 깊고 절벽에는 눈이 덮여 있다. 거대한 빙하가 대지를 깎아 만든 골짜기인 피오르(fjord)를 내려다보면 평화로우면서도 아찔하다. 하지만 생활인 관점에서 노르웨이는 참으로 척박한 땅이다. 농사지을 땅은 적고 바닷바람은 유난히 차다. 노르웨이인들의 선조 바이킹은 살아남기 위해 거친 바다로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경매부터 해저 양식 단지까지

상전벽해. 지금 노르웨이는 가히 세계 최고 수산 선진국이 됐다. 인구 50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연어, 고등어, 청어 등 수산물을 1년에 112억달러(약 13조4000억원)어치나 수출한다. 매일 전 세계 3700만명이 노르웨이 수산물을 먹는다. 수출 물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품질과 어업 기술까지 종합하면 '세계 1등'이라는 평가다.

노르웨이 위치도 / 세계 수산물 수출액
'세계 1등' 수산업의 중심에는 최근 10년간 수출량이 3배로 늘어난 수산 양식(aquaculture)이 있다. 10만㎞에 이르는 해안선과 피오르는 양식을 하기에 꼭 맞았다. 차가운 바닷물은 수산물을 천천히 더 실하게 키워냈다. 노르웨이는 축적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1차 산업인 수산업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8만달러 넘는 나라에서 수산업이 석유·천연가스와 함께 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게 됐다. 이상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노르웨이는 중국·동남아와 달리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효율적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갖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직접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수산업계는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글로벌 양식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는 이미 미래 수산업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고등어를 잡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가상 경매를 한다. 또 먼바다 한가운데에 첨단 양식 시설을 띄워 연어를 기르고 있다. 세계 1위 연어 수출 업체 '모위(Mowi)'는 해저 양식 단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수출, 유통, 마케팅, 생물학은 물론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오토메이션(자동화) 등에서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업에 대한 노르웨이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200크로네(약 2만6000원)짜리 지폐에 대구를 그려 넣을 정도다. 그들은 "바다는 노르웨이인의 삶의 터전" "수산업은 산업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천혜 자연 위에 사회적 대타협 이뤄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 수산업 경쟁력을 갖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 외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사회적 합의의 전통이다. 1960년대 남획으로 주식처럼 먹던 청어가 고갈되자 노르웨이 정부와 어업인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선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기로 뜻을 모았다. 덕분에 1960년대 4만 척이 넘던 어선이 6000척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어민 1인당 생산량은 20t에서 220t으로 10배 넘게 급상승했다.

노르웨이 연어, 고등어는 한국 시장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노르웨이 수산물 수입량은 8년 만에 4배로 늘어났다. 고등어는 한국 전체 수입 물량의 88%, 연어는 67%를 차지한다. 국내산까지 합치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는 10마리 중 2마리, 연어는 10마리 중 7마리가 노르웨이산인 셈이다.

노르웨이 사람들 눈에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수산물을 2017년 1인당 59㎏ 먹었다. 이는 노르웨이(49.4㎏)나 일본(47.7㎏)보다 많고 세계 평균(20.8㎏)의 2배가 넘는다. 그리고 한국은 골목골목 편의점마다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팔고, 유달리 안전성과 원산지에 예민한 소비자가 많은 나라다. 노르웨이처럼 첨단 양식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초고속 통신 기술과 선박 기술을 가졌다.

하지만 한국 사람 중에 노르웨이가 어떻게 수산물을 잡고 기르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 수산업은 노르웨이에서 어떤 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 WEEKLY BIZ가 노르웨이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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