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인들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돈 쓰느라

입력 2019.11.22 03:00

'야간 경기로 침체 탈출'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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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자 대응책의 하나로 심야 식당 개설을 늘리고 영화 개봉작을 자정에 상영하는 등 야간 경제 활성화 정책을 쓰고 있다. 베이징의 심야 영화관과 광저우의 포장마차. / 블룸버그
최근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성장 둔화를 겪으면서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6%를 기록해 지난 2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2020년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견제로 수출시장이 막히자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정부가 경기 침체 대응책으로 내놓은 조치 가운데 하나는 일명 '밤 문화 경제'로 불리는 야간 경제(night economy) 활성화 정책이다. 야간 경제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경제 활동을 뜻한다. 대도시 소비의 60%가 야간 경제에서 나온다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다. 특히 소비가 몰리는 대형 쇼핑몰의 경우 저녁 시간(오후 6~10시) 매출액은 일일 매출액의 절반을 넘는다.

베이징·상하이 등 "야간 경기 살리자"

'야간 경기로 침체 탈출' 총력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데이터 기준으로 오후 9~10시 거래량이 가장 많으며, 야간 거래량은 하루 전체 거래량의 36%를 차지한다. 또 알리바바 자회사인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 허마셴셩은 오후 7~8시 소비량이 가장 많다. 밤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 중국 청두 지부는 보고서에서 "베이징 등 중국 도시에서 야간 경제가 새로운 소비 촉진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야간 경제는 중국 소비 영역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성장 포인트"라고 밝혔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야간 소비 촉진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일부 주요 도시는 야간 경제 책임자를 따로 둘 정도다. 베이징은 야간 경제 활성화를 책임지는 공무원인 장등인(掌燈人·등불을 켜는 사람) 제도를 올해 설립했다. 시·구·진 등 3단계 지역별로 이뤄져 있으며, 야간 경제 발전 정책을 기획한다. 상하이와 지난에도 비슷한 제도가 올해 설립됐다. 상하이와 지난은 또 야간 경제 활성화를 책임지는 전문 직책인 '야간 경제 최고경영자(CEO)' 제도를 만들었다. 밤 문화 소비에 대해 잘 아는 기업인들로 꾸려진 '야간 경제 CEO'는 야간 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기획한다. 현재 10여명의 기업인이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식당·편의점, 문화시설 밤 개장

야간 소비 촉진 정책의 주요 사업 내역을 보면 대부분 심야식당, 24시간 편의점 개설, 관광지 운영 시간 연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두는 24시간 음식점·편의점 확대에 나섰으며, 버스 및 관광명소 운영 시간도 연장했다. 지난은 박물관, 음악홀 등 문화 관련 시설 운영 시간을 연장해 시민을 모으고 있다. 야시장 등 음식으로 유명한 광저우는 광저우요리 전문 요리사를 연간 1만명씩 배출하고 오는 2022년까지 약 3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해 야시장 활성에 나설 방침이다.

베이징은 2020년까지 24시간 편의점을 5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또 쇼핑몰과 수퍼마켓 등의 영업 시간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 베이징은 밤늦게 여는 심야식당이 밀집된 이른바 야식 맛집거리 조성에도 나선다. 밤에 불을 밝히는 거리가 있는 지역구엔 최대 500만위안(약 8억원), 밤늦게 여는 식당 점포에는 최대 50만위안(약 8000만원) 수준의 보조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베이징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 대학교가 몰려 있는 하이뎬구에 심야 전용 교통노선을 개통하고 영화관 등의 문화 소비를 창출해 야간 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젊은 세대의 소비가 주로 밤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한 셈이다. 중국관광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의 심야 소비 비중은 전체 소비의 92.4%로 압도적 수준이다.

심야 영화는 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신작 영화 대부분이 중국에서는 자정에 개봉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이언에 따르면 지난 4월 약 14만개의 영화관에서 자정에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은 초회 상영에서 2억8200만위안(약 467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중국 경제지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4년간 자정에 개봉된 영화가 1531편에 달한다고 밝혔다. 선전과 상하이, 광저우 등도 영화 같은 문화 산업을 야간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앱 타오피아오피아오에 따르면 선전 지역 영화관들의 올 3월 기준 일평균 심야영화 상영 횟수는 1257회에 달해 지역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상하이(1200회), 광저우(1047회) 등이 잇는다. 상하이의 다광밍 영화관과 궈타이 영화관은 지난 7월부터 중국 최초로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만 효과" 비판도

야간 경제 진작책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5월 1일) 연휴 심야시간대에 이뤄진 소비가 지난해보다 51.3% 늘었다. 또 노동절 연휴 기간 하루 중 심야 시간대에 이뤄진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2017년 25.82%, 2018년 26%, 2019년 29.9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즈옌컨설팅은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유동인구 100만명 이상이 야시장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충칭 지역 식음료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밤 시간대에 나오고 있다고 추정한다. 광저우 서비스업 생산액의 55% 정도도 야간 경제에서 이뤄지고 있다. 야간 경제는 전망도 좋은 편이다. 즈옌컨설팅은 30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 약 10% 인구가 야간에 평균 30위안(약 5000원)씩만 소비해도 1년에 30억위안(약 5000억원) 이상 소비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야간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야간에 소비하는 주민 대부분이 소액을 사용하고 있고 상하이 같은 대도시 주민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중국 상무부가 집계한 중국 전역의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약 38조위안(약 6318조원). 이 중 야간 소비는 약 0.5%(약 31조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도시에서 야간 경제가 활성화된다 해도 중국 전체로 보면 큰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중국 정부가 야간 경제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지만,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진작책의 결과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 취업 플랫폼 자오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5% 이상이 야간에 200위안(약 3만3000원) 이하 소액을 쓰고 있으며, 응답자의 60% 이상이 휴식 혹은 출근 준비를 위해 야간 시간대에 외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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