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가 창피해"… 유럽 항공업계 고민에 빠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9.11.22 03:00

"FlyingShame!"

전세계 민항기年 8억t CO2 배출 전세계 배출량의 2%
스웨덴 16세 툰베리 비행기 안타기 운동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프랑스 환경세 부과 등 유럽 각국 규제 움직임 항공업계는 비상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Flygskam(플뤼그스캄)'이라는 스웨덴어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의미의 단어다. 유럽환경청(EEA)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비행기를 탄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85g으로 교통수단 중 가장 많다. 자동차(104g)의 약 3배, 기차(14g)의 약 20배에 달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비행기가 배출하는 뜨거운 배기가스와 찬 공기가 혼합해 만들어지는 구름인 비행운 속의 수증기 등을 합치면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최소 두 배 이상이 된다.

항공기 환경파괴
블룸버그
항공기가 환경 파괴… 탑승 반대 운동

전 세계 민간 항공기의 운항은 연간 약 8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또 항공 수요가 점차 증가해 매년 그 비율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비행기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기차로 여행하는 자부심을 뜻하는 'Tagskryt(탁쉬크리트)'라는 단어 등을 외치며 항공 산업에 반발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보호 운동가로 유명한 그레타 툰베리(Thunberg·16)가 이 운동의 중심에 있다.

툰베리는 비행기 탑승 반대 운동인 일명 '창피한 비행기 여행(flight shame)' 운동에 나서며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파괴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툰베리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을 펼친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비행기 대신 영국 플리머스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2주간 횡단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과다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써 세계 각국 정상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주고자 하는 퍼포먼스였다. 이 일로 툰베리는 '요트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툰베리의 이런 행동은 많은 청년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귀감이 됐으며, 툰베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유럽 각국, 환경세 부과 움직임

이런 환경보호 움직임은 스웨덴 항공업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스웨덴 항공사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올 8월 말 기준 항공 교통량이 올 초보다 2%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공항을 이용한 스웨덴 국민 승객 수는 3% 감소했다. 또 기후변화 우려로 지난해 스웨덴 국민의 23%가 항공 여행을 줄였다고 세계자연기금은 밝혔다.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은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부터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에 환경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렇게 얻은 환경세를 기차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 발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2021년부터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 여객 1인당 최대 18유로(약 2만3000원) 수준의 환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벨기에는 지난 3월 환경장관회의에서 EU(유럽연합) 회원국 내 모든 항공 여객에게 환경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이후 규정된 배출 한도를 초과한 항공사에 배출권을 사서 초과분을 상쇄하라는 내용의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는 자율 시행이지만, 2027년부터는 의무 이행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대중 앞에서 환경보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대중 앞에서 환경보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블룸버그
다만 일각에서는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의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나라의 면적이 클 경우 기차 등이 비행기를 대체할 수 없고, 비행기는 먼 곳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중산층의 항공 이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동참 없이는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스웨덴과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도 아직 툰베리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이 특히 활발해진 올해,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승객 수는 지난해보다 4% 성장할 전망이다. 카르스텐 슈포어(Spohr)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일명 '툰베리 효과'는 올해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행기 반대보다는 연료를 적게 쓰면서도 멀리 이동하는 방법,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등 실효성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사들도 환경보호 대책에 부심

항공사들은 툰베리 효과가 작다고 주장하면서도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에 대한 대응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항공이나 패션 등 여러 산업에서 환경보호 이슈가 점차 커지고 주요 고객층이 될 젊은 세대들도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경영 전략 수립 과정 등에 반영하고 있다. 우선 루프트한자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루프트한자는 향후 5년 안에 최신 트윈 엔진 항공기 40대를 구매한다는 방침이다. 이 항공기에는 엔진 2개가 장착돼 기존 엔진 4개를 장착한 기종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연간 최대 50만t의 연료를 절감하면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최대 150만t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임원의 급여 등을 기후변화 대응 목표에 연동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경영 전략을 수립 중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 등이 속한 국제항공그룹(IAG)은 2050년까지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을 상쇄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델타항공 등은 기내 일회용품 등을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국제선 승무원의 기내식 수저 포장을 냅킨으로 바꾸는 등 연간 136t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였다. 또 전 세계 항공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본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연료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곡물, 식물 등에서 추출해 만드는 연료를 말한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보다 탄소 배출이 적다.

: 툰베리 효과(Thunberg Effect)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보호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16)의 이름을 딴 현상이다. 툰베리는 솔직하면서 대담한 방식의 연설로 대중에게 지지를 얻는 것으로 유명하다. 툰베리로 인해 환경보호 시위가 벌어지거나, 특정 산업에서의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툰베리 효과라고 부른다.

'창피한 비행기 여행' 운동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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