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불안·재해… 非시장 경쟁력 키워라

    • 오창훈 사이먼프레이저대 석좌교수

입력 2019.11.22 03:00

[On the Management]

오창훈 사이먼프레이저대 석좌교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는 기업 활동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재고를 줄이는 적시생산방식(Just In Time)이나 밀착된 공급망 관리는 선진 제조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본 행태는 기업들에 세상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물론 정부가 외교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이런 기업들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정부에 기댈 수만은 없다.

일본만 그런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사드 배치 문제 때문에 아직도 중국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듯 다른 다국적기업들 처지도 다르지 않다. 신발 브랜드 반스(VANS)는 디자인 대회를 열면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출품작을 제외했다가 중국 이외 국가에서 항의를 받았다. 나이키는 디자이너 하나가 소셜미디어에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글을 올렸다가 중국에서 반발해 그 디자이너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켜야 했다. 미 프로농구 NBA 구단들은 일부 선수가 홍콩 시위 지지 발언을 했다가 중국에서 중계권 철회 등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중국과 홍콩을 주요 시장으로 두는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럼프·브렉시트·극우 득세 등 리스크 곳곳에

우리는 북한이란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외국인 투자와 국내 주식시장은 북한 리스크 영향을 자주 받았다. 북한 무력 도발이 있을 때마다 다국적기업 철수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내 경제 혼란이 1999~2009년 사이 수시로 발생했다. 반대로 남북이나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간주되곤 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의 극우 정당 득세 등은 기업들엔 리스크(위험)다. 기업들은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탈출구를 찾는다. 브렉시트 찬반 투표 후 대형 다국적 금융기업들이 영국 런던 인근 아일랜드에 투자를 집중한 것도 그런 노력이었다.

월마트, 페덱스, 맥도널드, 노바티스, 아레바 등 많은 다국적기업은 이윤 확대나 고객 확보 등 경쟁에 기초한 전통적인 '시장 전략'을 넘어 정부와 투자자, 시민단체, 지역사회 등 이해 관계자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기술, 안전경영, 윤리경영, 학습 역량 등을 개발하는 '비(非)시장(non-market) 전략'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2013년 PwC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 경영진은 미·중 경기둔화에 따른 시장 위험뿐 아니라 사회 불안, 사이버 공격, 자연재해, 천연자원을 둘러싼 갈등, 전염병과 물·음식 안전사고 등 비시장 문제들이 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PwC는 이후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핵심 부서와 다른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하고 시나리오별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비시장 전략은 단지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문제만은 아니다. 매년 홍수가 일어나지만 홍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대비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가축 전염병은 매년 종류를 바꿔가며 축산 농가들에 큰 피해를 주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과 방역, 보상·지원 이외에 사업체 스스로 예방과 대처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축산농가, 자영업자들은 최소한 대처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자연재해 보험조차 잘 가입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무역 갈등, 보호무역, 기후변화, 자연재해, 산업재해, 사회불안 등 비시장 위험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비시장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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