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아트, 경매 시장서 안착… 루브르박물관선 VR전시 도입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입력 2019.11.22 03:00

이규현의 Art Market (17) 첨단예술과 미술시장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미술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역사적 가치'다. 21세기 들어 각종 첨단 과학기술만큼 현대미술의 궤도를 바꾸는 사건이 있을까? 시각예술가들이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권위 있는 미술관들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점점 높게 이뤄진다.

경매시장에 안착한 디지털 아트

미술 경매시장에서 디지털 아트를 처음 전문으로 모아 팔았던 건 2013년 필립스(Phillips) 경매회사가 소셜미디어 텀블러(Tumblr)와 협업해서 한 경매 행사였다. 당시 디지털 미술 작품 20점이 나와 16점이 총액 9만600달러에 팔렸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디지털 아트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제작한 그림 29점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자선경매에서 팔렸다.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복제나 거래 정보 조작 같은 불안 요소를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 회화나 조각에 비해 운송이나 보관, 소장자 전환이 쉽기 때문에 '유동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 한 작품을 오랫동안 소장하는 걸 따분해하는 신세대 컬렉터들 성향과 맞는 측면도 있다.

2018년에는 뉴욕 크리스티에서 인공지능으로 그린 초상화의 첫 경매가 열렸다. 43만2500달러(약 4억9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에드먼드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였다. 디지털 아트나 인공지능 아트는 똑같이 여러 점을 복제할 수 있지만, 제작자인 예술가가 처음부터 시장에 내놓는 에디션의 수를 한정해서 시장 가치를 인위적으로 만든다. 올해 5월에는 디지털 아트만 전문으로 파는 첫 아트페어인 카다프(CADAF·Contemporary and Digital Art Fair)가 뉴욕에서 시작했고, 12월 마이애미에선 두 번째로 아트페어를 연다.

지난달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시작한 모나리자 가상현실(VR) 체험 전시(Mona Lisa: Beyond the Glass) 개념도.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HTC바이브아트(Vive Arts)
루브르박물관도 VR 전시 도입

미술시장이 첨단 예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미술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루브르 역사상 첫 가상현실 전시인 '모나리자: 비욘드 더 글라스(Mona Lisa: Beyond the Glass)'를 최근 개막했다. 관객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7분 동안 감상하는 내용이다. 가장 보수적일 것 같은 루브르조차 이제 첨단 예술의 세계를 노크했다.

요즘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이어, 이 두 기술을 합하고 실제 현실 공간과 섞어서 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는 새로운 미술 장르도 생겼다. 런던 유명 미술관인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올해 2월에 실제로 혼합현실 작품을 전시했다. 세계적 퍼포먼스 예술가인 아브라모비치가 전시실 한가운데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가상의 모습과 실제 전시장에 들어간 관객이 섞이는 '더 라이프(The Life)'라는 전시였다.

과학기술은 이미 미술시장 곳곳을 바꾸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등 전통적 미술 장르도 유통 방식이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엔 온라인 거래가 있다. 히스콕스 온라인 아트 보고서(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 2019)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미술품 온라인 매출 총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9.8% 성장한 46억4000만달러였다. 2017년 전년 대비 성장률이 12%였던 것보단 주춤했지만 최근 6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도 온라인 경매 비율을 늘리고 있다.

기술 발달이 미술시장 불확실성 해소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기술과 예술이 상충하기보다 기술의 발달이 미술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술시장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불확실성'을 기술이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술 작품은 복제나 거래기록 조작 등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이런 위험도 '블록체인' 기술로 미술 작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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