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무섭게 졸라매… IMF 졸업하고 초고속 성장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침체 속 잘나가는 3개국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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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로 발표했다. EU 평균인 1.4%보다 4배 높은 수준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럽 서쪽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가 침체된 유럽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는 인구 490만명의 작은 섬나라. 국토는 한국의 70% 정도다.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수출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고 외자를 적극 유치해 고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0년대 들어선 '켈틱 타이거(켈트의 호랑이)'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제가 무너지면서 2010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2009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1%까지 떨어졌다. 실업률은 2011년에 15%를 넘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2017년 역대 최연소로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인도 이민자의 아들로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2017년 역대 최연소로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인도 이민자의 아들로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 블룸버그
하지만 아일랜드는 강도 높은 긴축 재정 정책과 구조조정으로 3년 만에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했다. 포퓰리즘 바람이 불었던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와 달리 아일랜드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 위기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생산성이 크게 뛰었다. 공공 부문 근로자의 임금은 2010년 14%, 2011년 8% 삭감했다. 2008년 유럽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았던 단위노동비용은 3년 만에 유럽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세계 최저 수준인 법인세(12.5%)가 시너지를 내면서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유럽 지사나 공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계 10대 제약·바이오 기업 중 아일랜드에 지사나 공장을 두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다. 2014년 아일랜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액은 GDP(국내총생산)의 33.6%에 달했다. 이듬해엔 GDP의 81%에 달하는 돈이 아일랜드로 들어왔다.

시장에 돈이 돌면서 아일랜드 경제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구제금융을 졸업한 직후인 2014년 경제성장률이 8.6%로 뛰더니 이듬해에는 무려 25.2%로 급상승했다. 아일랜드는 2017년과 2018년에도 8%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는 성장 속도가 빠른 개발도상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속 성장 사례다. 1인당 GDP는 2013년 4만8918달러에서 5년 만에 7만8806달러로 불어났다. 1인당 GDP 세계 순위도 13위(모나코·마카오 등 도시 국가 제외)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경제에 활력이 돌면서 일자리도 늘어났다. 15%가 넘던 실업률은 6년 만에 3분의 1 수준인 5.7%로 떨어졌다. 지난해 외국 기업을 통해 창출한 일자리는 23만개에 달했다.

앞으로 전망도 긍정적인 견해가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환경을 갖춰 유럽에서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로 영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로 몰려들 가능성도 크다. 최근 스위스 IMD (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아일랜드는 세계 7위에 올랐다. 작년보다 무려 5계단이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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