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줄이고 연금 깎고… 뼈아픈 개혁 서서히 효과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침체 속 잘나가는 3개국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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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시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서해안 이타카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타카섬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오디세이'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묘사된 곳이다.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간의 여정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작품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곳에서 그리스의 재정 위기를 오디세우스에 빗대 "현대판 오디세이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재정 자유를 되찾은 그리스는 다시 정상 국가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2010년 어마어마한 재정 적자가 발각돼 유럽연합에서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다. 다행히 지난해 가까스로 구제금융 체제에서 탈출했다. 유럽연합은 총 619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3개월마다 그리스의 경제개혁 상황을 평가하고 감독했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열 차례 이상 연금을 삭감하는 연금개혁을 했다. 월 700유로를 받는 연금 수령자는 수령액의 14%를, 3500유로를 받는 연금 수령자는 44%를 깎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도입됐다. 연금 수령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연금과 기타 복지 급여는 무려 70% 삭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 숫자도 대폭 줄여 2009년 90만명이나 됐던 공무원이 2016년 67만명 수준이 됐다. 이 기간 공무원 임금은 38% 줄었다. 그리스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채용과 지출을 더 줄일 예정이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승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선거 승리 이후 친시장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승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선거 승리 이후 친시장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 블룸버그
수년간의 뼈아픈 긴축정책은 그리스의 국가 재정을 간신히 흑자로 돌려놨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근본적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지하 경제 비중이 아직도 높아 세수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그리스 내 기업 경쟁력이 지난 8년간 글로벌 경쟁에서 한참 후퇴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아직 재정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실업률은 약 18%로 유럽 내 최고 수준이다. IMF는 그리스의 성장률이 앞으로 3~4년간 2%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그리스 경제 규모가 25%나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그래서 지난 7월 취임한 새 총리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중도우파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세제 개편의 하나로 법인세를 현행 28%에서 24%로 4%포인트 인하했다. 또 규제 철폐, 공공 부문 민영화 등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개혁안 중에는 노조 파업 추진 시 온라인을 통한 소속원 찬반 표결 및 투표율 50% 이상 등 파업을 까다롭게 하는 요건이 포함돼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선거 유세 당시 외국인 투자를 위한 환경 개선, 세금 인하 등으로 양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경제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 덕택에 지지세를 불렸던 만큼 당분간 과감한 시장 친화적 정책을 시행해 답보 상태인 그리스 경제를 부흥한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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