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비 절반 돌려주는 필사적 친기업 정책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침체 속 잘나가는 3개국 비결
포르투갈

포르투갈 국기
인터넷 해킹 '디도스'를 방어해 유명해진 클라우드 업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는 지난여름 포르투갈 리스본에 새로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 이 회사 창업자인 미셸 재틀린(Zatlyn)은 "약 40개 도시를 검토했는데 리스본만큼 이공계 인재가 풍부하고 정부가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펴는 곳이 드물다"면서 "리스본은 50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조만간 리스본에 유럽에서 둘째로 큰 R&D센터를 열 예정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기업도 리스본에 디지털혁신센터를 세웠다. 금융업계에선 BNP파리바가 리스본을 유럽 총괄본부로 삼았다.

리스본 시내 곳곳엔 아직 2011년 재정 위기의 여파로 구도심엔 버려진 건물과 함께 분노에 찬 낙서가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럼에도 리스본에 기업과 인재가 몰리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다. 우선, 비자 발급 기준을 확 낮췄다. 유럽연합(EU) 국가의 국민이 아닌 근로자에게도 50만유로 이상의 포르투갈 부동산 또는 100만유로 이상의 포르투갈 주식을 매입하거나 10명 이상의 현지인 직원을 고용하면 '골든비자'를 발급해줬다. 올해 초부터는 기술 인력의 거주·근로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스타트업 비자'도 발급하고 나섰다. 법인을 설립하면 투자 비용의 절반을 정부에서 돌려준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지난 4년간 강력한 성장 주도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타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려 제1당으로 올라서며 앞으로 정치적 합의를 위해 다양한 정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지난 4년간 강력한 성장 주도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타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려 제1당으로 올라서며 앞으로 정치적 합의를 위해 다양한 정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블룸버그
지방 정부 역시 포르투갈을 친(親)스타트업 국가로 만드는 데 필사적이다. 페르난도 메디나 현 리스본 시장은 일찌감치 에어비앤비에 문호를 활짝 열었고, 관광객으로 채워진 빈집을 출근길 때마다 셌다고 한다. 도심 곳곳도 창업 단지로 변모 중이다. 가령 리스본 동부의 옛 무기 창고 겸 군수공장 지대였던 베아투에는 '크리에이티브 허브'가 건설되고 있다. 재개발된 3만5000㎡ 부지에 20개 건물이 새로 지어진 이곳엔 혁신 기술기업이 들어설 예정이다. 완공되면 10만㎡ 규모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로 꼽히는 파리의 '스타시옹F'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레그레사르(Regressar)'라 불리는 해외 인재 유턴 정책은 해외에 3년간 체류했던 근로자가 포르투갈로 돌아오면 소득세를 5년간 50% 깎아준다. 포르투갈로 돌아올 때 필요한 이사·행정 비용도 최대 6500유로까지 지원해 준다.

페드루 시자 비에이라(Vieira) 포르투갈 경제부 장관은 WEEKLY BIZ와 만나 포르투갈의 관광붐과 함께 친시장 정책이 회복의 열쇠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3000개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2만5000개,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의 매출은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 위기 속에서 공무원 임금 삭감 등 뼈를 깎는 긴축 정책을 견뎌낸 것 또한 회복의 버팀목이 됐다.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리스본 시장 시절 집무실을 화려한 구도심에서 사창가 바로 옆 옛 타일 공장으로 옮긴 것은 긴축 정책 추진 과정의 유명한 일화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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