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모바일 광고하는 28세… 마윈 선배 떠난 자리 제가 이을 겁니다

입력 2019.11.22 03:00

中 모바일 광고 태풍 일으킨' 제2의 마윈' 천샤오량

중국 IT(정보기술)업체 두이바 그룹의 천샤오량(陳曉亮·28) 회장은 중국에서 '제2의 마윈(馬雲)'이라고 한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회장과 같은 항저우 출신의 자수성가형인 점, 같은 항저우 사범대학을 졸업한 점, 어린 나이에 시대 흐름을 읽고 창업에 뛰어든 점 등이 닮아서다. 포브스는 최근 '주목해야 할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천샤오량 회장을 꼽을 정도다. 천 회장은 중국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바링허우(1980~1989년 출생 세대)·주링허우(1990~1999년 출생 세대) 자수성가 100인'에도 꼽혔다.

마윈 회장은 1999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마찬가지로 천 회장은 빅데이터와 5G(세대) 같은 첨단 IT가 미래를 새로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2014년 두이바 그룹을 창업했다. 두이바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 광고를 선보였다. 인터랙티브 광고는 고객의 참여와 활동을 이끌어 내는 형식의 광고다. 단순히 광고를 보여주는 게 아닌, 고객이 앱을 활용해 광고에서 보이는 이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고객의 앱 활동량이 늘어나면 앱이 광고를 더 얻거나 광고 단가 등을 상승시킬 요인이 된다.

두이바의 인터랙티브 광고는 출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재 두이바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수는 4만여개에 달한다. 중국 톱 500개 앱 중 68%가 두이바와 협력 중이다. 두이바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광고를 본 누적 고객은 20억명이 넘었다. 고객의 인터랙티브 광고 재사용률은 80%에 달한다.

게임형 광고로 앱 활성화 유도

천 회장은 대학생이던 2011년 당시 첫 창업을 시작했다. 천 회장이 주목한 것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寶)의 코인이었다. 타오바오는 많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한 운영을 해왔다. 그는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객들이 매일 출석 체크를 해 얻은 타오바오 코인이 많은 빅데이터를 쌓은 비결이었다"며 "타오바오 고객들은 얻은 코인으로 할인을 받고 쇼핑을 했고, 그것이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천 회장이 창업했을 당시 스마트폰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당시 IT업계는 앱 다운로드 수에 집착했다. 모바일 광고도 앱 다운로드 수를 늘리기 위한 광고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앱의 다운로드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시작했다. 앱을 설치해놓고 쓰지는 않는 이른바 유령 회원이 많아지면서다. 이때부터 앱을 실제로 꾸준히 활용하는 고객의 활동량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천 회장은 "고객의 앱 활동량을 기록하는 지표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의 동료들과 수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쳐 현재의 포인트 누적 방식으로 고객들의 활동을 추적하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광고는 사실 새로운 방식의 광고는 아니다. 한국 앱에서도 인터랙티브 광고 방식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천 회장은 5년 만에 중국 모바일 광고 업계를 장악하게 됐을까. 천 회장은 자신들이 개발한 선순환 구조 플랫폼을 성공의 비결로 강조한다. 두이바는 중국 쇼핑 앱 타오바오, 중국 배달 음식 앱 어러머(餓了麽), 중국 검색 앱 바이두(百度) 등에 게임, 룰렛 뽑기, 출석 체크 등 여러 형태의 인터랙티브 광고를 넣었다. 딱딱한 광고가 아닌 가벼운 게임으로 고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객들 대부분은 이것이 광고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이바는 이용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연령, 성별 등을 파악하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낸다. 포인트몰 운영으로 고객의 재방문도 노린다. 고객이 인터랙티브 광고를 활용할수록 포인트가 쌓이는데, 이것을 활용해 물품 등을 사게 하는 것이다. 포인트 적립-물품 구매-포인트 적립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광고 이용하면 포인트 지급

중국 40세 이하 자수성가 부호 업종별 분포
천 회장은 앱 플랫폼뿐 아니라 광고주와 관계 정립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기기, 영화 티켓 등 각종 기업들에서 받은 협찬품을 활용해 총 2000여개의 상품과 매주 300여개의 신상품을 여러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광고주는 이 상품을 재활용해 고객들을 두이바의 포인트몰로 모은다. 천 회장은 "중소업체들이 타오바오 같은 앱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고객들은 앱 내부의 인터랙티브 광고를 통해 중소 업체들의 상품과 친숙해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상품의 풍부함과 신속한 갱신은 포인트몰을 운영하는 핵심이다. 실물 상품 외에도 창고, 물류, 고객 서비스 같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앱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유명한 곳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구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 개수는 지난해에만 350만개에 달한다. 구글플레이 이외의 다른 앱까지 합치면 경쟁은 더욱 심화한다. 천 회장은 앱을 만들 때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이런 경쟁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단하고 직접적인 조작법으로 앱 개발 비용을 낮출 것, 빅데이터 조달을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수집함으로써 앱 운영 비용을 낮출 것. 두 가지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킨 덕에 두이바의 매출은 상승세다. 두이바의 매출액은 2016년 5100만위안(약 85억원)에서 2018년 11억위안(약 1833억원)으로 뛰었다. 그 결과 천 회장은 22억위안(약 3666억원)의 자산을 가진 거부가 됐다. 지난 5월에는 홍콩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해 항저우 최초로 20대 나이에 상장사 회장이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광고앱 넘어 플랫폼으로 확대 목표

하지만 천 회장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의 최종 목표는 두이바가 단순한 광고를 넘어 타오바오나 텐센트처럼 중국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타오바오 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이자 현 두이바 임원인 스웨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두이바의 분위기는 알리바바의 초기 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기초적인 광고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개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총알(빅데이터)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이바가 타오바오 코인과 비슷한 형태로 출발했지만, 고객들의 정보를 분석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중국 인터넷 전역에 두이바 플랫폼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뜻이다.

천 회장은 앱 시장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밀한 앱 운영으로 고객의 앱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앱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앱 고객들이 오랜 기간 앱을 삭제하지 않고 유지하는 잔존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회장은 "뉴스, 소셜미디어 등은 잔존율이 가장 높은 앱"이라며 "이 앱들은 설치 4개월 후에도 10% 정도의 안정적인 잔존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하게 앱을 사용하는 고객이 5~10%만 남아도 그 앱은 꽤 좋은 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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