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속도전을 식품에 도입, 新제품 주기 단축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

스위스 네슬레

네슬레는 인수 기업의 사업 방식을 직접 활용해 시너지를 효과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지난 7일 현재 시가총액이 3121억8000만달러(약 364조3000억원)에 달하는 유럽 최대 기업이다. 잘나가던 네슬레는 지난 2017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창립 이후 첫 외부 출신인 울프 마크 슈나이더(Schneider)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해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슈나이더 회장은 네슬레의 체질 개선을 위해 성장 전망이 좋은 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기존 사업을 음료와 영양 식품, 펫케어(애완동물)의 3대 핵심 사업으로 재편해 확장 중이다. 대신 미국 법인의 제과와 냉동식품 부문을 매각했고, 기초 화장품 사업도 매각을 준비 중이다. 네슬레는 커피 음료 분야 강화를 위해 2017년 신생 커피 업체인 미국 카멜레온 콜드브루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스타벅스의 커피를 세계 각국 편의점과 수퍼마켓에서 팔 수 있는 판매권을 72억달러에 사들였다. 영양 식품과 펫케어 부문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의 영양 보조 식품 회사를 인수했는데, 유아·건강식품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2013년과 비교해 27% 증가했다.

네슬레는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인수한 애완동물 용품 대형 인터넷 판매 업체인 영국의 '텔스닷컴'이 대표적이다. 애완견 주인이 견종과 연령, 활동량 등을 인터넷에 입력하면 네슬레와 수의사, 영양사들이 공동 개발한 시스템에서 분석해 개개의 애완견에게 맞는 최적 사료를 제공한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애완동물 주인은 10만명 이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슬레는 이를 펫 전용 식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커피 음료 부문도 인수 기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미국 카멜레온사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커피 음용 방식을 참고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콜드브루(차가운 온도에서 뽑는 커피)' 제품 판매를 강화했다.

자라·아디다스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초청

슈나이더 회장은 지난해 스페인 패션 업체 자라(ZARA)의 모기업인 인디텍스의 파블로 이슬라 회장, 독일 아디다스의 캐스퍼 로스테드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초빙하는 파격적 조치를 했다. 자라와 아디다스는 유행에 매우 민감한 패션 사업에서 잘나가는 유럽 기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패션 업계의 노하우를 이종인 식품 사업에 접목하면 정체되기 쉬운 식품 부문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자라는 제품의 기획·제조·판매 주기가 매우 짧다.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신상품을 최대한 빨리 투입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장점이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노하우도 강하다. 슈나이더 회장은 자라와 아디다스의 소셜미디어(SNS) 마케팅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SNS보급으로 젊은 층의 취향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변화 주기도 짧아지는 유행 방식이 식품 업계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네슬레는 신상품 출시 주기를 평균 1년 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신제품 개발에서 시장조사까지 최장 1년 6개월이 걸리면 자칫 상품 출시 이전에 유행이나 소비자의 취향이 변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현재 출시 6개월 전에 시장조사 표본 집단을 작은 구역으로 한정해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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