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음향기기 버리고 헬스케어 업체로 환골탈태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

네덜란드 필립스

필립스는 조명 등 기존 사업을 버리고 헬스케어 장비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의 경제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지난 9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탈바꿈에 성공한 기업' 20곳을 선정했다. 넷플릭스(미국), 아마존(미국), 텐센트(중국) 등 내로라하는 혁신 기업들 사이에서 네덜란드의 가전 거인 필립스가 이름을 올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필립스에 대해 "헬스케어(건강관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기업의 모태인 조명기기 사업까지 처분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필립스의 변신은 놀랍다. 지난 120여년간 TV, 오디오 등 가전제품과 조명 기기로 명성을 쌓은 회사가 어느새 헬스케어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이제는 전체 매출의 97%가 의료 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10년 전인 2009년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했던 가전 사업의 비중은 한 자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기면도기, 에어 프라이어 정도만 남았다. 이제 가전 기업이란 간판을 떼어내야 할 정도다.

프란스 판 하우턴(Houten) 필립스 회장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필립스가 이제 완벽한 글로벌 의료·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선언했다. 헬스케어로 말을 갈아타며 정체했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145억1700만유로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181억2100만유로로 25% 늘었다.

스타트업 출신 외부 인재 수혈

하우턴 회장은 필립스가 4억7900만유로의 영업 적자를 낸 2011년 취임했다. 아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하우턴 회장은 중국의 급성장으로 더 이상 가전, 조명기기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선택한 미래 사업은 헬스케어였다. 인류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는 기업의 근본 체질을 바꾸기 위해 주력 사업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2011년 취임 직후 홍콩에 본사를 둔 전자회사 TPV와 TV 합작 회사 설립을 발표하며 TV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TV 사업의 연 매출은 5조원에 달했다. 2014년에는 오디오 부문을 미국의 깁슨에 넘겼다. 2016년에는 조명기기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상장했다. 1891년 전구 업체로 출발한 필립스에 조명기기 부문은 가업과 같은 사업이다.

외부 인재도 적극 수혈했다. IT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유로엔 타스(Tas)를 2011년 영입해 CIO(최고정보책임자)를 맡겼다. 그는 이후 헬스케어 부문 최고책임자를 맡아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필립스는 과감한 사업 구조 조정으로 실탄을 마련한 뒤 유망한 헬스케어 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2015년 의료 기구 제조업체인 미국 볼케이노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2017년에는 미국의 심혈관 질환 치료 기기 업체인 스펙트라네틱스를 19억유로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영국의 원격 진단 기술 업체인 RDT를 사들였다. 필립스가 2011년부터 인수·합병한 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20여곳에 이른다.

필립스에 따르면, 현재 MRI, CT 등 필립스의 헬스케어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21억명에 달한다. 필립스 헬스케어 제품 10개 중 6개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필립스는 이런 헬스케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의료 서비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의료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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