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품 선두에 선 100살 기업… 식물로 만든 우유 선봬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

프랑스 다논

다논은 시대 흐름을 읽으며 100년 후의 사업을 구상한다. /블룸버그
1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유럽의 식품 기업은 28곳에 달한다. 올해로 100살을 맞이한 프랑스의 글로벌 식품 업체 다논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고 변화가 오기 전에 미래를 대비한 모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다논 창업의 고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창업 100주년 기념식에서 에마뉘엘 파베르(Faber) 회장은 "앞으로의 100년은 식품에 얼마나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논의 향후 100년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10조7000억유로 규모인 식물원료 식품 시장 규모를 2025년까지 50조유로로 5배 가까이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논은 최근 몇 년 동안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식품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자 '식물원료 식품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식물성 대체 육류와 비슷한 식물성 우유가 대표적이다. 젖소에서 짠 우유가 아니라 아몬드 등 식물을 원료로 만든 우유이다. 이는 유럽과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 출생)를 중심으로 건강과 식품,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우유를 가공한 유제품이 지방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과 동물성 식품에 대한 동물 애호가들의 반발이 결합되어 식물성 식품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최대 유가공 업체인 '딘 푸드'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도 우유 소비가 급감한 것과 관련이 있다.

식물성 우유 등 건강식품에 올인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논은 건강식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2016년 미국 건강 음료 기업 화이트웨이브푸즈를 약 100억달러에 사들였다. 파베르 회장은 식물원료 식품은 수익 증가가 가장 기대되는 품목이라는 신념을 갖고, 이 업체와의 공동 연구 개발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대두로 만든 요구르트와 아몬드밀크 등 대체 유제품 65종 판매를 시작했다. 다논은 2025년까지 유제품에서 식물원료 식품 비율을 현재의 15%에서 4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자 기존 거래처인 낙농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파베르 회장은 "(유제품의) 전체 판매량을 늘리면 우유 조달량은 급격히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의 반발이 두려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자동차의 엔진을 끄는 격"이라고 대응했다.

다논의 기업 이념은 '식품을 통해 건강을 전달한다'이다. 이 이념에 맞춰 이미 1996년 요구르트·생수·이유식·기능성 건강식품 등 4대 부문으로 사업 분야를 재단장했다. 2007년에는 대표 품목인 비스킷 브랜드 'LU'마저 매각해 완벽한 건강식품 기업으로 재도약했다. 최근에는 특허 유산균 기술도 외부와 공유해 식품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돕는 이로운 박테리아, 비피더스 유산균인 '액티레귤라리스'의 연구 결과를 외부 연구자들에게 공개해 더 나은 효능의 유산균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논은 식품 산업의 새로운 흐름에 맞춘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2016년 뉴욕과 파리에 '다논 매니페스토 벤처'를 설립해 여러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을 꾀하고 있다. 맞춤형 필터 정수기 업체인 미테(Mitte)와 유기농 어린이 간식 배송 스타트업 얌블(Yumble)이 대표적인 협력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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