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버리고 친기업 정책 폈더니 실업률이 뚝 뚝 포르투갈·아일랜드 "야호~"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침체 속 잘나가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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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경제가 침몰했으나 스타트업 육성 등 친기업 정책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사진은 창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 리스보아’가 있는 프라타가의 모습. /게티이미지·그래픽=김현국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구(舊) 도심의 프라타가(街). 늦은 저녁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하자 식당과 가게들이 하나둘씩 셔터를 내린다. 이 가운데 한 건물 2층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건물로 들어가 보니, 퇴근은커녕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에 열중하는 청년들로 가득하다. 포르투갈 정부가 재정 위기 직후인 2012년 스타트업 창업을 독려하려 세운 첫 창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 리스보아'의 내부 풍경이다. 관광도시로 알려진 리스본은 '스타트업 허브'와 거리가 먼 듯하다. 그러나 이 건물에선 지금까지 벌써 40국 400여 스타트업이 1억5000만달러 투자를 받아 속속 성공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미겔 폰트스 스타트업 리스보아 대표는 "포르투갈인은 물론 외국 창업자까지 적극적으로 리스본으로 끌어들여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친기업과 공공 개혁으로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리스보아'는 막대한 재정 적자로 '돼지들(PIGS·피그스)'이라 조롱받던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4국 가운데 첫째인 포르투갈 경제의 부활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포르투갈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한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까지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16%까지 치솟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손쉬운 '확장 재정'에만 매달리며 유럽 지도부와 갈등을 빚던 이탈리아 등과 달리 포르투갈은 정공법을 택했다. 뼈를 깎는 공공 부문 개혁을 실시하고, 중앙·지방정부 공무원들이 합심해 필사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페드루 시자 비에이라(Vieira) 포르투갈 경제부 장관은 "재정 위기로 무너진 창업 환경을 되살려 3000여개 스타트업 창업을 도왔던 게 회복의 열쇠였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한때 아프리카까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하나둘씩 돌아와 실업률이 현재 6%대로 떨어졌다. 또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2.8%를 기록, 마침내 재정 위기 이전의 GDP 규모를 회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사설에서 '포르투갈 경제는 유럽 경제 희망의 빛'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에서 흘러나오는 정치·경제 뉴스가 대부분 비관적이다 보니 그만큼 유럽인들의 눈에도 포르투갈 경제의 회복세가 눈에 띄는 것이다. 유럽 전문가들이 포르투갈과 함께 유럽 경제 회복의 '쌍두마차'로 꼽는 곳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역시 영국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 국가 이미지가 강했으나, 과감한 법인세 인하 조치 등으로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유럽의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은 부진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선전에도 유럽 경제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유럽 경제의 주도 세력인 서유럽 주요 국가들이 무역 전쟁과 포퓰리즘의 덫에 갇혀 좀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는 2016년 초유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3년 넘게 비관론에 빠져 있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인 독일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 감소로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을 개혁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구조 개혁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서는 고질적 고실업 문제가 여전하다.

올해 유럽은 정치·경제 사령관이 바뀌면서 불확실한 변수가 하나 더 늘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곧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 독일 국방장관이 취임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일부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바통을 넘겼다.

유럽 경제가 무역전쟁과 포퓰리즘 광풍 속에서도 그나마 버티는 것은 유럽 대표 기업들이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살려가며 내실 경영을 하고 있는 덕이다.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다논, 스위스의 네슬레 등 유럽의 간판 기업들은 착실하게 개혁과 변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풍파를 이겨내고 있다.

8년 전 덮친 재정 위기 악몽에서 아직 덜 깬 듯한 유럽 경제.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WEEKLY BIZ가 유럽연합 주요 간부들을 리스본에서 열린 웹서밋 행사에서 만나 진단을 듣고, 선방하는 주요 기업들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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