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제조업의 상징, 17년 전부터 풍력발전 계획

입력 2019.11.22 03:00

[Cover story]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

독일 지멘스

지멘스는 5년마다 미래 계획을 짜고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 /블룸버그
최근 유럽 경제의 엔진인 독일 경제가 차갑게 식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며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찍었다. 3분기도 0.1%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유럽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일 경제가 경기 침체 수준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효율적인 '가치 사슬'을 갖춘 전통 대기업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혁신도 앞서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독일의 지멘스다. 지멘스는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한 올 2분기에도 매출을 4%(전년 동기 대비) 늘리며 선방했다. 최근 발표된 4분기 매출 실적은 더 놀랍다. 성장률은 8%를 찍었고 당기순이익은 14억7000만유로로 전년 대비 2배였다.

비결은 과감한 구조 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한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이다. 독일 제조업 경쟁력의 상징인 지멘스는 유럽 최대 발전 설비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멘스가 매각하거나 분리한 사업은 철도, 에너지 등 10개에 이른다. 매년 한 개꼴로 사업을 정리한 셈이다. 내년 9월에는 화력발전 사업도 분리·상장할 계획이다. 조 케저(Kaeser)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여러 사업을 가진 덩치 큰 대기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지멘스의 주력 사업은 디지털 공장 설루션 사업인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다. 마인드스피어는 클라우드 기반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의 설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AI(인공지능)로 자동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센서를 활용해 각 설비의 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오류나 고장까지 미리 예측한다. 고객이 원하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공장 운영 컨설팅도 해준다. 마인드스피어는 지멘스가 가진 제조업 경쟁력에 디지털 기술을 버무려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다.

결과는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디지털 공장 부문의 매출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129억3200만유로였다. 아직 전체 매출의 15% 정도지만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한다. 작년 기준 전 세계 140만개 장비가 마인드스피어로 연결돼 있다.

5년마다 미래 청사진 만들며 변신

지멘스 혁신의 바탕은 2000년 초부터 발표한 '미래 사업 청사진(Pictures of the Future)'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멘스는 엔지니어 10여명으로 전속 팀을 꾸리고 미래 유망 사업을 예측했다. 가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미국 UC버클리, 중국 칭화대 교수 등 전문가 자문단도 꾸렸다. 5년마다 나온 청사진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의 방향타가 됐다. 지멘스가 2004년부터 15년간 진행한 인수·합병은 60여건에 이른다. 그사이 지멘스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이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디지털 공장과 풍력발전 등이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풍력발전은 지난 2002년 완성된 청사진에 등장했다. 이후 지멘스는 2004년 덴마크의 '보너스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해양 풍력 시장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지멘스의 글로벌 풍력발전 부문 영업이익률은 5.3%로, 세계 최대 풍력발전 업체인 미국 GE(3%)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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