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남과 다른 4가지 꿈, 결단, 집념, 절박함

    • 강정우 경영 저술가

입력 2019.11.08 03:00 | 수정 2019.11.16 18:16

성공적인 미래 전략의 조건

제프 베이조스
물류로봇 '키바' 무인점포 '아마존 고'
아마존 '주문 전 배송'결단으로 꿈 이뤄

래리 페이지
자율주행차 '웨이모' 10년째 뚜벅뚜벅
인터넷 절박한 곳엔 '집념의 풍선' 띄워

강정우 경영 저술가
강정우 경영 저술가
미래 비즈니스 전쟁을 좌우하는 키워드는 AI(인공지능)·플랫폼·공유 경제·4차 산업혁명으로 압축된다. 아디다스에서 월마트, GE까지 이 단어들을 언급하지 않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가운데서도 이 미래 전쟁 최선두에 서 있는 리더를 고르라면 많은 전문가들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꼽는다. 베이조스는 물류 로봇 '키바', 무인점포 '아마존 고' 같은 획기적이면서 과감한 경영적 투자 결단을 내리면서 믿기 어려운 성장을 이끌었다. 아마존 주가는 1997년 상장 이후 1000배 이상 올랐다. 페이지는 기술 가치 실현을 향한 집념으로 자율주행차 '웨이모'를 만들고, 상상력과 절박함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룬'을 창조했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 아래 실현 불가능할 듯한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다. 두 거인이 미래 전략을 세우고 돌파해간 방식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아마존의 모험
①변곡점을 잡아라

: 아마존의 키바와 아마존 고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이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실행하는 자에게는 극적인 성장을, 선택을 방기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 혹은 실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극적인 쇠락을 불러오는 분기점이다. 베이조스는 전자상거래 성장이 끝날 시점에 다른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상품 구색보다는 물류 경쟁력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물류 로봇 키바(Kiva)를 2014년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후, 키바가 기존 고객인 갭·스테이플스·오피스디포와의 관계를 끊고 오로지 아마존의 물품만을 취급하도록 했다. 그 결과 고객의 주문이 끝나고 배송 차량에 실리는 시간(click to uploading time)은 60~75분에서 15분까지 단축된다. 경쟁자들과 2~3년의 격차를 벌렸다. 본업의 차별화 요소에 대한 통찰이 가져온 첫 번째 변곡점이다.

베이조스는 더 나아가 2016년 12월 점원도 계산대도 없는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열었다. 오프라인 상점을 무너뜨린 아마존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오프라인에 상점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변곡점이다. 그동안 소매 업체들은 신화적이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판매 기법을 썼다. 예컨대 인기 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객들을 일부러 줄 세워 기다리게 하기, 점원을 동원한 판촉 행사 등이다. 반면 아마존 고는 오로지 '데이터'로 고객들의 취향을 읽는 방법을 선택했다. 베이조스가 만든 2차 변곡점 앞에서 흔들린 월마트는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무인점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②기술 효과 극대화 조건을 찾아라

: 아마존의 주문 전 배송

온갖 신기술에 쉽게 매혹되는 사람들을 기술 쇼핑객(technology shopper)이라고 부른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충격 이후 기업 현장에서는 AI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마존은 이 신기술의 효과를 산업 현장에서 극대화했다. 그들은 일부 상품에 대해 고객이 결제를 하기도 전에 잠재 고객이 있는 장소의 인근 창고로 미리 배송을 해 둔다. 비결은 AI의 딥러닝 기술이다. 그러나 아무나 함부로 못한다. 순도 높고 인과관계가 뚜렷한 다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대체로 한국 전자상거래는 결제 후 취소율이 13~14%, 배송 후 취소 환불률이 2%대이다. 만약 플랫폼상 고객의 행동을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면 '주문 전 배송'은 재앙이다. 답은 아마존의 플랫폼 환경에 있다. 강력한 추천 엔진, 결제 이탈을 막는 원 클릭 결제, 빠른 배송이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준다. 한 가지 더 강조할 점이 있다. 아마존에는 쿠폰과 판촉 활동에 의한 간섭 효과가 거의 없다. 간섭이 줄면 데이터의 인과관계가 뚜렷해지고, 예측 신뢰도는 높아진다. 아마존 플랫폼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적용하기에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나은 여건에 있다. 기술이 효용을 내는 조건을 냉철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기술의 덕을 볼 수 있다는 자명한 이치를 알려준다.

구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룬(Loon)’. 고도 20㎞ 성층권에 통신 중계 장치를 단 대형 풍선을 띄워 인터넷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여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구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룬(Loon)’. 고도 20㎞ 성층권에 통신 중계 장치를 단 대형 풍선을 띄워 인터넷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여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위키피디아
구글의 도전
③기술의 미래 가치를 믿어라

: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을 천재 선장을 둔 핵잠수함에 비유한다면, 페이지의 구글은 우수한 구글러들을 전투기에 태운 항공모함과 같다. 경영자와 구글러들이 함께 기술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미래를 개척한다. 우수한 구글러가 성공시킨 대표 작품이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 웨이모이다.

총 800만 마일의 시험 주행 기록을 쌓은 웨이모의 시작은 10년 전 도요타 프리우스 한 대에서 시작됐다. 2009년 구글 스트리트뷰 담당자였던 서배스천 스런은 "도요타 프리우스로 100마일씩 총 10번의 자율주행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실험은 세상과 구글 경영진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차곡차곡 믿음의 마일리지를 쌓아갔다. 시각장애인 스티브 마한과 보조 운전자를 태우고 캘리포니아를, 보조 운전자 없이 애리조나를 달렸다. 애리조나 사막 주변 도시에서 360도 레이더를 장착하고 데이터를 수집, 시험하며 데뷔를 준비한다. 남보다 10년 먼저 달린 덕에 부랴부랴 살길을 찾고 있는 경쟁자들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와 인허가 요건을 갖추었다. 그 온갖 화려한 기술과 데이터 이야기 뒤에 서배스천 스런이 있다. 10년간 웨이모의 사업 책임자는 바뀐 적이 없다. 2005년 그는 다카르 랠리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차를 사랑했던 그가 인간의 모빌리티(이동 차량)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고 재정의하고 있다.

아마존은 로봇 ‘키바’를 통해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로봇 ‘키바’를 통해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있다. /아마존로보틱스
④절박함 담은 스토리를 만들어라

: 구글의 미치광이 풍선

절박함은 기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흔히 요구되는 태도이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자신과 같은 절박함을 독려하는 일은 영원한 숙제이다. 이 분야에서 페이지의 구글만이 가진 스토리가 있다. 프로젝트 룬(Loon). 아직 지구상 수십억 명이 통신사 기지국들 간의 사각지대 탓에 인터넷을 쓰지 못한다. 통신 중계 장치를 단 풍선을 고도 20㎞에 수백 개 띄워 공백을 메운다는 이 프로젝트는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날아다니는 미치광이 프로젝트'이다.

풍선을 띄우고 있는 구글러들의 마음 근저에는 인터넷 서비스 혜택을 보다 많은 이에게 제공하겠다는 박애주의적 사고와 함께 구글이 가지고 있는 위기감이 있다. 그들의 전체 수입의 85%를 차지하는 검색 광고 시장의 모수인 인터넷 가입자가 포화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디지털 스트리밍 비디오 시청자 수는 연 2% 성장에 머물고 있다. 인터넷 광고 시장에 새로운 가입자를 편입시키지 않고서는 번영이 없다는 위기감이다.

그러나 그들이 항상 이러한 위기감에 쫓겨 채근당하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북동부의 한 시골 중학교는 인구 100만 대도시로부터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구글러들은 이 학교 지붕에 빔 수신기를 설치하고, 학생들의 역사 수업에 위키피디아를 선물한다. "몇 분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훌륭했습니다." 구글러가 지붕에 댄 사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실배나 페레이라 교장의 흥분과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구글러들을 뿌듯하게 한다. 기술을 통해 세상을 진보시킨다는 스토리가 구글러들의 시도에 또 다른 절박함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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