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배당'에 투자하는 베트남

    •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입력 2019.11.08 03:00

[On Vietnam]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나이 들수록 젊은이들 도움이 필요하듯 국가도 고령화될수록 주변 젊은 국가들이 있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한국보다 20년 앞서 고령화를 맞은 일본은 주변 젊은 국가 한국·대만이 성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 수혜를 통해 버틸 수 있었다. 한국은 2035년에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된다. 주변국도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젊고 잠재력이 큰 베트남에 주목해야 할 때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을 빠져나와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단지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로서 가치만을 지닌 건 아니다. 생산 기지보다 소비 시장으로서 가능성이 훨씬 크다.

소비 시장 매력도는 시장 크기와 개별 인구 구매력으로 판단한다. 인구가 많으면 시장도 크고 소득이 높아 구매력이 높다면 그 매력은 더 커진다. 베트남은 인구가 많은 데다 안정적이다. 베트남 경제 수준은 1980년대 한국을 연상케 하지만, 인구정책은 선진적이다. 한국은 가족계획을 성급하게 밀어붙였다가 한 세대 만에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반면, 베트남은 출생아 규모 130만~150만명을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 건강과 교육에 투자

최근 베트남 정부는 '인구 배당(population dividend)'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을 때 어린 인구가 많으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들이 성인이 되면 경제 발전에 기여해 사회에 배당으로 돌아온다는 이론이다. 단, 배당을 받으려면 미리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젊은 인구가 많다고 경제가 저절로 성장하는 건 아니다. 국가가 인구에 투자를 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건강과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건강하고 똑똑한 젊은 인구가 많아야 배당이 커진다. 아직 현재 수준은 낮다. 특히 대학 교육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교육열만큼은 한국 못지않다. 현재 베트남 대학 진학률은 23%에 불과하지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대졸자 수요가 커져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후에는 25~49세 교육 수준(교육 기간)이 9년에서 12년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발전 속도를 보이는 나라는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이 유일하다. 대졸자와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지면서 임금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도 많지만 전문직은 다르다. 전문·관리·기술직 임금은 해마다 20% 이상 오르고 있다. 소비 여력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2018년 기준 베트남 1인당 평균 소득은 월 200~300달러이지만, 중위 소득자들은 월 1500~2000달러를 번다. 이런 소득 계층이 2018년 현재 1500만명에 이르며, 매년 150만명씩 늘고 있다.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경제 발전이 가져다주는 기회와 부를 흡수하면서 그 과정에서 기존 세대들과 다른 소비 관성을 만들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는 적어지는데 고령 인구는 많아져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라 한다. 한국 앞에 닥친 미래다. 인구오너스를 피하고 인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베트남의 인구 배당을 나눠 갖는 것이다. 베트남을 단지 생산 기지로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할 소비 시장으로 바라보고 투자해야 한다. 베트남에 진출하길 바라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대개 '출구 전략'에 대해 궁금해한다. 베트남에서 번 수익을 언제 어떻게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냐는 것. 그런데 배당 수익이 한국보다 더 클 게 분명한 베트남인데 왜 성급하게 수익을 빼려 할까.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데 재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2035년이면 얼마 남지 않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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