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기업 아마존·페이스북, 해체보다는 주식 분산이 옳다

입력 2019.11.08 03:00 | 수정 2019.11.16 18:28

[WEEKLY BIZ Column]

카우식 바수·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우식 바수·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넷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기성 기업과 경쟁하고, 기존 산업을 뒤흔들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민주화 세력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신생 스타트업 중 일부가 힘을 가진 베헤모스(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수)로 성장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는 경제를 흔들 수 있는 힘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고 시장 경쟁을 공정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 엘리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고 그 혜택은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불공평해진 경제 상황을 보면 엘리트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7억3600만명이 하루 2달러 미만 생활

빅테크의 부상으로 소수의 사람은 매우 부유해졌다. 그중 가장 부유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난주 주식 하락으로 하루 만에 잃은 70억달러(약 8조1080억원)는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인 부룬디와 시에라리온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총재산보다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추정되는 베이조스의 총재산은 1680억달러(약 194조원)로 이번에 잃은 70억달러는 그의 전 재산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약 7억3600만명의 사람은 하루에 1달러90센트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수십억 명에 달하는 사람은 하루에 2달러50센트 미만으로 살아간다. 또 아마존에서 일하는 단순 근로자, 우버 같은 플랫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를 포함한 전 세계 근로자들은 열악하고 악화된 근무 조건과 정체된 임금 구조에 직면해 있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큰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 규모의 경제에 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점에 도달만 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창업 이후 7년 동안 20억달러 부채를 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들은 회사의 규모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고 충분한 구매자와 판매자를 얻게 되면 경매 같은 경쟁을 도입해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한 불공평한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오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민주당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직접 페이스북 같은 주요 기술 회사 해체를 촉구할 정도다.

독점금지법은 플랫폼 능력도 앗아가

미국 대통령 후보인 샌더스와 워런이 아마존과 페이스북 같은 강력한 거대 기술 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한 독점금지법은 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알리바바, 아마존, 우버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플랫폼 구조 자체가 자연스럽게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독점금지법이 적용되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어진다. 세계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던 혜택도 없어진다. 또 독점금지법은 소비자를 보호하지만, 근로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근로자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단순 독점금지법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단일 조직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독점금지법 등을 통해 거대 기술 기업을 해체하는 것에 해결책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거대 기술 기업의 이익이 더욱 널리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의 경우 다수의 개인에게 주식을 분산시켜 소수에게 이익이 독점되는 걸 막거나 관련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비영리 모델로 전환하는 것도 대안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공공기관과 비슷하게 비영리 모델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중앙은행은 한때 민간은행이었다. 하지만 화폐를 찍는 것처럼 중요한 업무를 민간은행 한 곳에 맡겨두기에는 리스크(위험)가 컸다. 그렇다고 여러 기관에 화폐를 찍는 권한을 줄 순 없었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신속한 업무 처리도 불가능해서다. 이 때문에 인도준비은행은 1949년 공공기관으로 전환됐다. 물론 이 해결책은 시장 경제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을 피하기 위해 아껴둬야 한다.

독점금지법 같은 거대 기술 기업 길들이기에 대한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윤곽이 드러나고 더욱 발전할 것이다. 샌더스나 워런 같은 두 정치인이 도덕적인 의도를 갖고 소비자, 근로자, 사업주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런 과정을 이끌길 바란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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