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중심지에서 NYT와 경쟁하다

입력 2019.11.08 03:00 | 수정 2019.11.10 18:10

[Cover Story] 실리콘앨리 주요 스타트업들

뉴스 플랫폼 '버즈피드'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창업자 [위키피디아]

버즈피드(Buzzfeed)는 뉴욕에 본거지를 마련하고 있는 인터넷 뉴스 플랫폼이다. 조나 페레티(Peretti) 창업자는 뉴욕에 몰려 있는 전통 미디어들이 부러워 본사를 맨해튼에 지었다고 한다. 이유는 맥빠질 정도로 단순하지만 버즈피드는 놀라운 속도로 전통적인 뉴욕 미디어를 제치고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 저력의 밑바탕엔 소셜미디어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이 쪽에 화력을 집중한 통찰력이 빛을 발했다.

버즈피드는 당신이 ○○에 대해 알아야 하는 ●●가지라는 이른바 목록형 기사(Listicle) 유행을 선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면 이런 목록형 기사가 즐비하다. ‘누드 사진을 잘 찍는 10가지 방법’ ‘학자금 대출에 대해 알아야할 49가지 비법’ ‘가장 인기 있는 아기 이름 19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해 목록을 제시한다. 실제 기사 내용을 보면 그닥 대단한 것도 없지만 어쨌든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다음엔 카드뉴스, 퀴즈 형식의 인터랙티브 뉴스, 움직이는 사진과 텍스트로 이뤄진 비디오 뉴스 등을 선보이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버즈피드 최대 무기는 소셜미디어와 빅데이터. 사이트 방문자 성별나이소셜미디어 활동 내역를 낱낱이 수집해 분석한 다음 기사 선정에 활용한다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유 빈도가 높은 콘텐츠를 알아내고 콘텐츠 제작 전략에 참고했다뉴스 포맷도 꾸준히 바꿨다버즈피드 퀴즈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면 성격과 취향기분 등에 대한 정보가 버즈피드로 전달된다버즈피드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유하기 원하는 콘텐츠 유형키워드 등을 판별해낸다치밀한 데이터 분석은 막대한 소셜 트래픽으로 되돌아온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버즈피드로 유입되는 트래픽의 75%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온다페이스북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이메일이다.

버즈피드는 사람들이 왜 콘텐츠를 공유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사람들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공유 수를 늘려가고 트래픽을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가 발생하는 3가지 심리적 요인을 흥분셀프 이미지 관리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버즈피드는 이러한 심리를 적극 활용해 트래픽을 늘려가고 있다.

버즈피드를 이끄는 주역은 창업자인 조나 페레티와 발행인 다오 구엔(Nguyen). 구엔은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앤더슨 컨설팅에서 일하다 프랑스 신문 르몽드에서 디지털 담당으로 일하면서 언론업계에 발을 들인 뒤 2012년 버즈피드에 입사했다사내에선 그녀를 데이터 천재로 부른다.

다오 구엔이 강조하는 건 세 가지첫째 도전 정신낮은 곳에 있는 과일만 따먹으면 안 된다둘째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insight). 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말해 주지만그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는 정성적 역량이 중요하다다만 그 정성적 역량은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셋째 자기주도적 업무 구조버즈피드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의 일을 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사업자들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그러려면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해야 역량도 극대화할 수 있다데이터(data)를 정보(information)로 변환하는 건 직관의 영역이지만그 데이터라는 게 개인적 경험에만 그치면 그건 도박이 된다.

버즈피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쓸 지 결정하지 않는다데이터가 편집 방향을 인도한다독자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신호가 뜨면 그 쪽으로 인원을 배치한다그러다가 건강인테리어로 쏠리면 다시 구조를 재편한다기존 언론처럼 안건이 있으면 책상에 모여앉아 의논하고 검색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바로 바로 행동에 옮긴다실험해보고반응이 있다 싶으면 더 빨리 움직인다이 모든 걸 데이터가 말해준다.

버즈피드는 독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이유를 세세하게 분석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다. ‘콘텐츠는 데이터 과학이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내일 독자들이 읽고 공유할 만한 기사도 예측한다.

큰 이미지나 매혹적 사진을 뉴스 곳곳에 배치, 독자들 흥분을 자아낸다. 이 같은 사진이 게시될 경우, 글은 짤막하게만 정리한다. 오로지 이미지로만 독자들의 흥분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버즈피드는 누구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내려 간다. 텍스트 복잡도(text complexity) 조사 결과, 주류 언론사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스트 복잡도란 가독성(Readability)을 측정하는 지표로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글이 쓰여졌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텍스트 복잡도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어휘와 문장으로 글이 쓰여진다는 얘기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버즈피드의 순방문자 수는 2014년에 1억5000만명을 넘었고, 2018년에는 2억명을 넘었다. 특히 트래픽의 70% 이상이 SNS를 통해 들어왔다. 2014년 버즈피드 기업 가치는 8억5000만달러(약 9915억원)에 달했다. 1년 전인 2013년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된 가격(2억5000만달러)의 3.4배였다. 당시 버즈피드 부사장이었던 조너선 페렐먼(Perelman)은 "콘텐츠가 왕이면, 유통은 여왕"이라며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버즈피드가 밀고 있던 콘텐츠 유통 전략에서 벌어졌다. 페이스북이 뉴스 콘텐츠보다 친구 소식 등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비즈피드의 트래픽이 확 줄었다. 주요 콘텐츠 유통 경로였던 페이스북 트래픽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감소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버즈피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튜브,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콘텐츠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또 검증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저널리즘 매체로서 정체성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An attendee fills out a contact form for jobs with Buzzfeed Inc. during the TechFair LA career fair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on Thursday, March 8, 2018.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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