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완취 프로젝트 70% 완성… 중국판 실리콘밸리, 美 뛰어넘을 것"

입력 2019.10.25 03:00

홍콩~마카오~광둥 경제권 프로젝트… 홍콩 정협 우제좡 위원은 말한다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중국의 올해 1·2·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각각 6.4%·6.2%·6%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이러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 전쟁으로 수출이 둔화된 탓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다양한 장단기 경기 진작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홍콩-마카오-광둥(廣東)성을 아우르는 중국 남부의 웨이강아오(粤港澳·광둥성+마카오+홍콩) 다완취(大灣區·the greater bay area) 프로젝트이다. 선전(深圳)과 광저우(廣州) 등 광둥성의 9개 도시와 마카오·홍콩을 합친 총 11개 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은 첨단 기술 결합 지역이다. 일명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중국인들은 다완취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세계 최장 해상 다리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를 꼽는다. 지난 2009년 착공 후 9년 만인 작년 10월에 개통됐다. 광둥성부터 마카오, 홍콩을 연결하며 길이는 55㎞에 달한다. 해저터널(6.7㎞)과 인공섬(4개) 등을 뺀 해상 교량 구간은 29.6㎞. 건설비로 1269억위안(약 21조원)이 들었다. 기존 육로로는 3시간 30분 걸렸던 마카오~홍콩 여정을 30분으로 단축했다. 중국 정부는 강주아오대교가 중국 본토와 홍콩의 인재·사업 교류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서 "세계 일류를 개척하는 민족적 기개를 구현한 다리"라고 평가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성패를 가를 비장의 카드로 내세우기도 했다.

남한 절반 면적에 경제 규모는 더 커

홍콩 정협 우제좡 위원
중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다완취 프로젝트를 시작했을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17년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처음 공개한 다완취 계획은 이렇다. 광둥성은 내륙 행정 중심 도시, 홍콩은 국제금융·무역·항공·물류 중심 도시, 마카오는 국제관광·포르투갈어 경제권 교류 중심 도시로 각각 만든다는 게 요지다. 특히 화웨이·텐센트 등 중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밀집한 선전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줄여 미국을 제치고 군사 최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선전의 중국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5G(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은 국방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밀리테크(military technology)이다.

다완취의 면적은 5만6000㎢. 남한(10만378㎢)의 절반에 달한다. 2018년 이 지역 GDP 규모는 1조6419억달러(약 1870조원)로 중국 전체 GDP의 12%를 차지한다. 한국(약 1조6194억달러)을 뛰어넘는다. 다완취 지역 인구수는 중국 전체 인구의 5%인 7116만명으로 한국(5181만명)의 약 1.4배다. 중국인들은 다완취의 경제 규모가 2038년에 5조달러까지 치솟아 뉴욕만·샌프란시스코만·도쿄만 경제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한다.

과학·창의 센터 건설…첨단 기술 산실

강주아오 대교가 완공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다완취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방한한 우제좡(45·吳傑庄) 중국 전국정치경제협상회의(정협) 13대 위원은 "다완취 프로젝트는 인프라 측면에서 70% 정도 완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완취 프로젝트는 중국 국무부가 주도하고 관련 11개 도시 대표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데, 우 위원은 가장 영향력이 큰 홍콩을 대표하는 정협 위원이다. 정협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 결정에 앞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국정자문기구이다. 정협 위원은 정치인, 기업인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자 전문 분야에서 조언한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과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도 정협 위원이다.

우 위원은 "선전, 광저우 등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 등이 건설되고 있으며, 도시마다 과학·창의센터가 건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창의센터를 통해 인재를 모아 기술을 발전시켜 해외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과학센터는 인근 대학 등과 연계된다. 우 위원은 "중국은 매년 2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칩을 수입하고 있다"며 "이런 첨단 기술을 국산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다완취에서 나온 성공 사례를 여러 도시에 심어 제2의 선전, 제3의 선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홍콩 쪽 회사들이 선전 기업의 인재들과 교류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초반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재 유입 증가 예상

컨설팅사 '아펠라 파트너스' 회장도 맡고 있는 우 위원은 정책 자문 중 특히 IT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1년에 6~7개씩 IT 관련 법안에 대한 자문에 응한다. IT가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우 위원은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벌어진 대지진 때 우리 회사가 개발했던 안면인식기술이 실종된 가족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때 IT가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IT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는 난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인재이지만, 중국은 세간에 퍼진 좋지 않은 인식으로 글로벌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 위원은 "한때 중국에 가면 무조건 망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를 모으려 하면 중국 본토인 혹은 화교 출신들만 모였다.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통제가 잦다는 인식 때문에 중국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위원은 다완취가 이런 부정적인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중국이 유일하게 떨어지는 게 인재 유입 측면"이라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글로벌 샌드박스(시험지대)로 성장할 홍콩에 자리 잡으면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들이 홍콩에 거주하면서 강주아오대교를 통해 중국 본토를 방문하면 긍정적으로 바뀐 중국의 분위기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완취 프로젝트에 포함된 여러 도시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도록 홍콩이 안전한 쿠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위사태 불구하고 홍콩 배제 안 해

다완취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획 자체가 선전과 홍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결국 나머지 9개 지역은 선전과 홍콩의 들러리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나아가 최근 홍콩 시위 사태가 심화하면서 홍콩이 다완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우 위원은 "중국이 홍콩을 다완취에서 배제했다는 일부 뉴스가 나왔지만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선전과 홍콩만 키우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중국 자체를 첨단 기술 국가로 바꾸려는 게 다완취 프로젝트의 일차 목표"라며 "이 과정에서 다완취는 전 세계 사람들과 화합하고 협업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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