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세워두고 주말에만 타는데 왜 보험료는 남과 같이 낼까?… 美 '메트로마일' 보험 혁명

입력 2019.10.25 03:00

[Cover Story] ① 美 메트로마일社의 보험 혁명
'美 최초 디지털 車보험사' 댄 프레스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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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조선일보 DB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S씨는 작년에 자동차보험을 바꿨다. 그가 갈아탄 건 샌프란시스코의 보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트로마일(Metromile)이 내놓은 '페이-퍼-마일(pay-per-mile)' 보험이었다. 말 그대로 자기가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이다. 차량에 작은 텔레매틱스(차량 무선통신) 기기를 달아 자동으로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그는 한 달에 150달러꼴로 나가던 보험료가 자동차보험을 바꾼 뒤 절반 수준(60~80달러)으로 줄었다고 했다. 사고가 날 경우 보험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회사에 손쉽게 신청한다. S씨는 "평일엔 우버(공유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말에만 차를 쓰는데 매일 운전하는 사람과 같은 보험료를 내는 것이 부당하지 않나요?"라며 차 보험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보험 혁명' 이끄는 스타트업

'美 최초 디지털 車보험사' 댄 프레스턴 CEO
메트로마일은 2012년 운전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을 시장에 출시했다. 예전에 비슷한 시도는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성공한 회사는 메트로마일이 처음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등 미국 7개 주에서 이 보험을 팔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수입보험료)은 8725만달러(약 1000억원) 정도다. 댄 프레스턴(Preston·34)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가장 변하지 않은 게 자동차보험"이라며 "그걸 바꿔 보려고 디지털 보험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과 차량 공유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빈도가 계속 줄고 있는데도 자동차보험은 수십년 전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보험료는 보험사가 평균 주행거리 등을 반영해 책정한다. 메트로마일은 그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넘겨 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해상과 캐나다 최대 손해보험사인 인택트파이낸셜에서 총 9000만달러(약 1000억원) 투자를 받은 메트로마일은 최근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직원 수를 300명에서 600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갓 시장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이 단숨에 해외 진출까지 노리는 것이다. 프레스턴은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자동차 제조사와 주요 보험사들을 만나고 있다.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 '보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메트로마일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보험의 선두 주자인 미국 트로브(Trov)는 올해 일본 최대 손보사인 손보재팬과 가전 보험을 출시했다. 온디맨드 보험은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기간만큼 가입할 수 있는 주문형 보험을 말한다. 보험 대상물 선정의 주도권이 보험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있다.

'美 최초 디지털 車보험사' 댄 프레스턴 CEO
보험 주도권, 보험사에서 소비자로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 레모네이드(Lemonade)는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해 보험 사기를 잡아내고 3분 안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중국 최초의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상품의 반송 비용을 보장하는 반송보험을 출시하는 등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전통 보험회사들도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상하이 등에 혁신 연구소를 열었던 프랑스의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는 올해 초 이 조직들을 확대·통합해 '악사 넥스트(AXA NEXT)'를 출범했다. 미국의 CSAA 보험 그룹도 벤처캐피털사를 세워 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 전문가들은 "이제 보험에서 남은 마지막 시장은 모빌리티(차량 등 이동 수단)와 헬스케어(건강 관리)"라며 "보험사 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보험과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테크(InsurTech)'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인슈어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14년 8억6800만달러에서 지난해 41억5200만달러로 5년 새 5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94건에서 257건으로 뛰었다. 미국·프랑스·일본·중국의 인슈어테크 업체들이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보험 혁명을 WEEKLY BIZ가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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