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자전거·폰…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 보험 가입 됩니다

입력 2019.10.25 03:00

[Cover story] 보험 혁명 3명 인터뷰

'온디맨드 보험' 트로브의 스콧 월첵 창업자

지난 8월 미국의 인슈어테크 기업 ‘트로브’ 본사에서 만난 온디맨드 보험의 선구자 스콧 월첵. 60대의 나이에도 열정이 넘치는 CEO였다. /최종석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댄빌.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기술) 기업 트로브(Trov)의 본사는 아담했다. 카페 같은 공간에 총직원 90여 명 중 10여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벽에는 '해 봐…무엇이든, 언제든, 어디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곧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보험'의 선구자인 스콧 월첵(Walchek·61)이 기자를 만나러 나왔다.

2012년 월첵 등이 공동 설립한 트로브는 노트북, 카메라, 악기, 자전거, 스키 등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기간만큼 보험에 들 수 있는 온디맨드 보험을 출시해 보험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싱글아이템(single-item) 보험'이라고도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무엇이든, 당신이 필요한 언제든, 당신이 가는 어디에서든 들 수 있는 보험'이 슬로건이다.

트로브 가입자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보험에 들 물건들을 등록해 놓고 필요에 따라 켰다 껐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 앱에 등록해 놓은 자전거를 클릭하고 보장 기간을 설정하면 보험이 켜진다. 나중에 집에 들어오면 끄면 된다. 보험료는 사용한 시간만큼 부과된다.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앱에서 채팅을 하면 된다. 전화 통화를 하거나 청구서를 쓸 필요가 없다. 일반 보험과 달리 우연한 파손이나 분실, 절도도 보상해 준다. 월첵은 "스마트폰을 자기만의 디지털 보물창고(treasure trove)로 만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기 물건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은 지금까지 1억1400만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다.

자율주행차·공유차량 보험도 출시

트로브는 2016년 영국과 호주에 온디맨드 보험을 내놨다. 그리고 올 4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손보저팬, 대형 가전 마트인 빅카메라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온디맨드 가전 보험을 출시했다. 빅카메라에서 산 노트북, 카메라 등에 대해 하루 단위로 보험을 들 수 있는 상품이다. 하루 보험료는 100엔대로 스마트폰 앱에 제품의 정보와 사진을 등록하면 가입할 수 있다.

온디맨드 보험은 소비자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맞춤형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가입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으로 손해율이 뛸 가능성이 크다. 월첵은 "그동안 영국과 호주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품을 보완했다"며 "모럴 해저드가 적은 일본에선 상대적으로 잘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트로브는 모빌리티(이동수단)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업체인 '웨이모'와 자율주행차 보험을 출시했고 공유 차량·자전거·스쿠터용 보험도 만들었다. 트로브의 공유 차량 보험은 실시간으로 리스크(위험)를 분석해 보험료를 아껴주는 게 특징이다. 월첵은 "모든 공유 차량으로부터 10초마다 12개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받는다"며 "이를 토대로 리스크를 확인해 실시간으로 서로 다른 커버리지(보장)를 적용하면 30% 정도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공유 차량을 살펴보면 실제로 운행하는 시간은 10%에 불과합니다. 90%는 주차해 있어요. 달릴 때와 주차할 때는 리스크가 전혀 다르잖아요."

트로브는 판촉비가 많이 드는 직접 판매보다는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선호한다. 지난 8월 고객 2600만명을 보유한 영국의 로이즈뱅킹그룹과 함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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