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붕 보고 보험료 매기고… 접촉사고땐 영상 자동전송 받아 보험금 청구

입력 2019.10.25 03:00

[Cover story] 보험 혁명 3명 인터뷰

미국 '아반타 벤처스' 스티브 베르나데스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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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AA 보험 그룹의 벤처 자회사 ‘아반타 벤처스’의 스티브 베르나데즈 파트너(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미국의 한 주택가 모습. CSAA 보험 그룹은 위성사진으로 지붕의 상태를 분석하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주택보험을 혁신하고 있다. /아반타 벤처스·CSAA 보험 그룹
CSAA(California State Automobile Association) 보험 그룹은 미국 자동차운전자협회인 AAA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주택보험 등을 파는 회사다. 자동차보험, 주택보험 부문에서 미국 내 4~5위권을 달린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이 회사는 벤처 투자 자회사로 아반타 벤처스(Avanta Ventures)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아반타 벤처스에서 일하는 스티브 베르나데스(Bernardez·55) 파트너의 임무는 CSAA 보험그룹의 혁신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을까.

모빌리티와 헬스케어에 주목

베르나데스 파트너는 "세계적인 보험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몰려와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며 "요즘 가장 뜨거운 분야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헬스케어(건강관리)"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공유 차량, 개인 비행기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와 관련된 보험이 마지막 블루오션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아프면 돈을 주는 게 보험이었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게 예방하는 쪽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다." 베르나데스는 이어 "여기 보험사들은 20·30대 밀레니얼 고객 잡기와 보험 업무의 디지털화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보험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는 것을 싫어하고 모든 걸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려고 하죠. 보험사가 스마트폰에 모든 걸 다 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 고객을 찾아야죠." 그는 "계약의 인수부터 보험금 청구·정산까지 보험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아낀 돈으로 제품 개발에 힘써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사진 보고 주택 화재 위험 분석

CSAA 보험 그룹은 올 초 아반타 벤처스를 세워 본격적으로 테크(기술) 스타트업과 협업에 나섰다.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실시간 영상 촬영·전송 기술을 가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아울캠(Owlcam)과 손잡았다. 아울캠은 차량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일종의 블랙박스 카메라를 만든다. 기존 블랙박스와 달리 사고가 나면 바로 운전자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전송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주차장에서 발생한 접촉 사고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울캠의 블랙박스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고 전후 영상만 자동 편집하는 기능도 갖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이 영상을 첨부해 보험사에 사고 신고도 할 수 있다. 베르나데스는 "사고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SAA가 찾은 또 다른 스타트업은 위성이나 항공기, 드론 사진으로 주택의 지붕 상태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케이프 애널리틱스(Cape Analytics)다. 그들이 데이터화한 주택은 미국 내 7000만 채에 이른다. CSAA는 지난 7월 이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주택보험은 보험사 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집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케이프 애널리틱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그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화재 위험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화재의 관점에서 지붕이 어떻게 생겼고 얼마나 낡았는지 봅니다. 집 주변에 불이 번질 수 있는 나무나 수풀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고객에게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언도 할 생각입니다."

가장 최근에 파트너십을 체결한 스타트업은 보험 스타트업 킨(Kin)이다. 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주택보험 커버리지(담보 범위)를 추천해주는 스타트업이다. 복잡한 주택보험에 15분 이내로 가입할 수 있다. CSAA는 킨과의 협업으로 주택보험 가입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다.

이종 산업간 합종연횡하는 시대

베르나데스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기업과 기술 혁신을 지켜봐왔다. 그의 눈에 비친 보험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보험의 핵심인 리스크(위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세상이 발전하고 있지만 또 다른 위험이 등장하고 있죠. 50년 전 사람들은 사이버 리스크를 상상도 못 했어요. 기술의 발전은 보험 산업에 기회입니다. 예전에 자동차보험을 인수할 때는 차량의 연식, 운전자의 나이 등 5~6개 질문만 했어요. 이제는 AI가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요. 리스크를 더 정확하게 평가해 적절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 거죠. 기술 덕분에 파라메트릭(parametric) 보험 등 아예 새로운 형태의 보험도 나오고 있어요." 파라메트릭 보험은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AI·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겨났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지연 운항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주는 항공기 지연 보험, 집 근처에서 일정 강도 이상의 지진이 나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보험금을 주는 지진 보험 등이 파라메트릭 보험이다.

"보험 산업은 그동안 역동적인 산업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보험사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거대 보험사인 CSAA도 외부에서 CSIO(최고 전략·혁신 책임자)를 영입해 팀을 꾸렸습니다. 아반타 벤처스는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찾아 함께 일할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있어요. 벤처캐피털은 단순한 투자 회사가 아니에요. 보험사와 스타트업을 오가며 트렌드를 먼저 읽고 각각 필요로 하는 것을 확인해 정확하게 연결해주죠."

베르나데스는 끝으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보험사가 혁신을 도울 다양한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그게 인슈어테크 기업일 수도 있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일 수도 있습니다. 외부의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죠. 그리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하기엔 시간이 없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생존 경쟁은 치열하니까요. 바야흐로 산업간 합종연횡의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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