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도 견디는 미생물 접착제 개발

입력 2019.10.11 03:00

[Cover Story] 합성 생물학 선도 기업들

지머젠

지머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한국 방문길에 "첫째, 둘째,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가 합성 바이오 업계에서 베팅한 회사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유전자를 재설계하는 기술을 가진 곳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지머젠(Zymergen). 손 회장은 이미 2016년 이 회사에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를 투자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이 회사에 투자한 데 이어, 그룹의 3세 후계자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지머젠 경영진을 만나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 장관은 지머젠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지머젠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세균 등 미생물 분야 연구다. 예를 들어, 미생물의 유전자 구성을 바꿔 혹한 등 극한의 조건에서도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는 접착 물질을 개발한다. IT 기업들은 떨어뜨려도 파손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만드는 데 이 접착제를 활용할 수 있다. 미생물 유전자 구성을 바꾸는 과정에서 머신 러닝 기술을 도입해 비용 감축이나 생산성 증대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독특한 미생물을 만들어낸다.

연구·개발 분야는 식품뿐 아니라 전자, 소재, 제약을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에 두루 적용할 잠재력이 있는 재료 개발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TV의 핵심 부품인 OLED도 지머젠이 특수 소재를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다. 조슈아 호프먼(Hoffman)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화학석유제품에서 추출하는 TV 필름은 색깔이 너무 파랗거나 긁힐 가능성이 높거나 합쳐진 필름들이 다시 분리될 위험이 있는 등 여러 단점이 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화학물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므로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머젠 역시 다른 합성생물학 기업처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다. AI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두뇌로는 파악할 수 없는 재료의 복잡한 특성을 더 빨리 파악해낼 수 있고, 인간 실험자들의 오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학습량이 쌓일수록 더 복잡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경쟁자들은 쉽게 물질을 복제하지 못하게 된다. 호프먼 CEO는 "우리가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물질의 70%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게놈의 일부"라고 말한다.

지머젠은 이미 상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성생물학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직접 팔기보다는, 기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재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매출의 75%가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이다. 완제품 판매는 아직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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