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오일 DNA 염기 편집… 세상에 없던 새 향수 제조

입력 2019.10.11 03:00

[Cover Story] 합성 생물학 선도 기업들

징코 바이오웍스

징코 바이오웍스
합성생물학 기업들이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보통 자연에서는 구하기 힘든 진귀한 재료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연금술과 같은 이 기술을 보유한 대표 기업인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이하 징코)는 재배가 어려운 식물이나 멸종된 꽃의 DNA 코드를 활용해 해당 식물을 대량생산한 후, 새로운 향의 향수를 개발하거나 식품 감미료를 만들어낸다. 미생물에서부터 단백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새 물질을 만들어내다 보니 징코의 창립자인 제이슨 켈리(Kelly)는 자신의 회사를 '유기체 회사(organism company)'라고 소개한다.

예를 들어, 향수에 사용되는 장미 오일은 장미가 재배하기 어렵고 한 그루당 매우 적은 양의 오일만 생산할 수 있기에 공급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징코는 장미 오일만을 합성생물학으로 아예 새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우선, 다른 기업에서 장미 오일의 유전자 자료와 유리병에 든 장미 오일 DNA 액체 샘플을 넘겨받아 장미 오일의 DNA 염기를 편집한다. 독특한 향을 내는 오일을 제조할 수 있을 때까지 DNA 샘플을 계속 넘겨받아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DNA 합성을 통해 재생산해 낸다. 기존 제품보다 새로운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비용을 50%에서 90%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DNA 염기를 각기 다르게 짝짓고 배열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향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게 징코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제약 업체 바이엘과 합작 회사를 만들어 채식주의자용 대체 육류에 쓰일 단백질을 개발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 출신인 켈리 CEO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 연구실에서 단백질 합성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2004년 합성생물학 프로젝트의 경연 대회인 국제유전자조작기계(iGEM)의 출전을 계기로 징코를 세웠다. 그는 제조 공장에서 일부 자동화된 시설을 만들어 DNA 합성 속도를 높이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단백질 합성 실험을 자동화함으로써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더 복잡한 실험 결과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가설을 세워도 제대로 된 자동화 프로그램만 있으면 자동화 시설이 인간 연구원 실험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화 실험에 집중하는 징코는 최근 1672㎡ 규모의 두 번째 제조 공장을 열었다. 이곳은 발효 탱크와 질량 분석기, 소프트웨어, 로봇, 기존의 생물학 도구 등을 갖추고 있다. DNA를 디자인하고 제조하고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설을 바탕으로 최근엔 식물의 뿌리 체계에 바로 작용하는 비료의 재료가 되는 미생물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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