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팀장들은 지독하게 솔직… 다만 직구 아닌 변화구로 말한다

입력 2019.09.27 03:00 | 수정 2019.09.27 20:57

'팀장 리더십' 전문가 킴 스콧

미국 실리콘밸리는 쟁쟁한 기업들이 특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는 전장이다. 이러다 보니 인재들은 회사나 팀장이 맘에 안 들면 언제라도 짐을 싼다. 갈 곳이 즐비하기 때문. 그래서 팀장 리더십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다. 어떻게 해야 인재들이 회사에 남아서 성과를 낼 수 있게 할 것인가. 이게 지상 과제다.

‘팀장 리더십’ 전문가 킴 스콧이 오두막 작업실에서 저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내려다보이는 이 오두막에서 속편을 쓰고 있다.
‘팀장 리더십’ 전문가 킴 스콧이 오두막 작업실에서 저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내려다보이는 이 오두막에서 속편을 쓰고 있다. /최종석 기자

킴 말론 스콧
실리콘밸리의 총아 구글에서 팀원과 팀장으로 일했고, 실리콘밸리 인재 교육 의 산실인 애플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팀장 리더십' 전문가 킴 스콧(Scott·52)은 "실리콘밸리는 말하자면 온갖 팀장 리더십이 경연을 벌이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경험을 토대로 2017년 컨설팅 회사 래디컬 캔더(Radical Candor)를 차렸고, 기업을 돌며 팀장 리더십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년 전 출간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Radical Candor·완전한 솔직함)'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달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차로 15분 거리 떨어진 도시 로스앨토스힐스에서 스콧을 만났다. 실리콘밸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오두막을 짓고 속편을 쓰고 있었다. 코요테가 거닐고 인터넷이 없는 별천지다.

"요즘은 실리콘밸리 IT 기업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교회, 심지어 교도소에서도 강연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는 특히 팀장에 집중해 처방전을 내놓는다. "우리는 하루 8시간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체스판의 졸이 아닌 완전한 자아로 일하려면 팀의 문화가 중요하죠. 그 팀의 문화를 바꾸는 건 결국 팀장입니다."

솔직한 지적의 귀재 샌드버그

스콧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팀장들은 대부분 "지독하게 솔직하다"고 했다. 물론 그들이 갖고 있는 지독한 솔직함은 막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지독한 솔직함에는 동료에 대한 사랑, 개인적인 관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콧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리더들과 경험담을 예로 들었다. 스콧이 솔직한 피드백(지적)의 귀재로 꼽은 인물은 지금은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Sandberg)다.

스콧은 2004년 구글에 입사한 직후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무난히 끝났지만 샌드버그가 스콧을 사무실로 불렀다. 샌드버그는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걸 칭찬했다. 이어 부드러우면서 분명하게 고쳐야 할 점을 일러줬다. 스콧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음'이란 말을 자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샌드버그는 이를 두고 "그런 식으로 멍청하게 말하지 마세요"라는 직구를 던지기보단 "그렇게 얘기하면 멍청하게 들릴 수 있어요"라면서 변화구를 구사했다. 그리고 강연 전문가까지 소개해줬다. "그동안 그런 습관이 있는 줄 몰랐어요. 치아에 시금치가 낀 채로 평생 살았던 거죠." 오랫동안 아무도 그 '시금치'를 거론하지 않아서 자각하지 못했는데 샌드버그가 그걸 끄집어내준 셈이다. 그는 "샌드버그가 진심으로 내 성공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보다 일을 지적했던 잡스

애플의 전설 스티브 잡스(Jobs)도 비슷한 성향의 리더였다. 그는 업무가 미숙한 팀원들이 있으면 개인을 공격하기보단 "그 일은 엉망이군요"라면서 업무 자체를 평가하는 식으로 과녁을 돌렸다. 표현 수위는 샌드버그보다 강했지만 "넌 문제가 많아"라는 식이 아닌 "이번 일은 문제가 많아"라고 접근법을 달리한 셈이다. 스콧은 잡스에 대해 "지독한 솔직함과 불쾌한 공격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성공한 리더들의 리더십
스콧은 2000년 주스소프트웨어란 회사를 세운 자신을 최악의 팀장 사례로 꼽았다. 당시 스콧은 '직장 동료 모두 일과 서로를 사랑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창업했다.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큰 실수를 범했다. 스트레스 없는 근무 환경에만 신경 쓰다 보니 '힘들지만 피할 수 없는 임무'를 회피한 것. 그는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할 때 분명한 피드백을 주지 않고 '악덕 팀장'이란 욕을 듣지 않기 위해 오히려 거짓 칭찬을 했다. 그런데 그 팀원은 스스로 변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이어지며 팀 전체 성과와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스콧은 결국 그 팀원을 내보내야 했다. 어렵게 해고 얘기를 꺼낸 날 그 팀원은 스콧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 난 내가 잘하는 줄 알고 있었다"면서 원망했다. 그 경험은 스콧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그 직원은 잘못된 팀장 리더십 탓에 열심히 도전할 기회를 잃었던 겁니다."

팀원들 지적에 너그러웠던 페이지

피드백을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팀원들이 자유롭게 팀장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다. 스콧은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Page)와 가진 회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회의에서 페이지는 애드센스(구글의 광고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던 맷 커츠(Cutts)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다퉜다. 급기야 커츠가 페이지의 계획을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스콧은 '이게 뭐지? 끝나고 잘리는 거 아냐'라면서 조마조마했지만 페이지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 웃었다. 고성이 오간 그날 회의에서는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최고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콧은 이런 자유로운 회의 문화를 구글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구글에는 팀원들이 팀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걸 의무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팀원이 내 생각에 도전하면 물론 기분 나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선 열린 자세가 중요하죠.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을 채용해 놓고 왜 입을 닫게 하나요?"

스콧은 팀장에겐 팀원들 이야기를 듣는 귀가 입보다 더 중요하며 이것이 팀원들을 더 도전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잡스가 이끈 애플도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봤다. 잡스는 "우리가 지시를 내릴 사람 대신 우리에게 지시를 내릴 사람을 채용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잡스는 한때 팀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품을 출시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잡스는 그 팀원을 찾아가 항의했다. 팀원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했지만 잡스는 "그 제품이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당신에게 있지 않으냐"고 따졌다고 한다.

자기 약점을 드러내며 소통하라

스콧은 한국 팀장들에게 줄 조언의 하나로 "팀원들을 정기적으로 각각 따로 만나 피드백을 묻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그냥 불쑥 피드백을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줄 게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팀장이 먼저 자기가 생각한 스스로의 단점을 기꺼이 드러내며 다가가라고 권유했다. 팀장 자신이 겪은 프로젝트 실패담이나 상사에게 깨진 경험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독한 솔직함'의 시동을 먼저 걸라는 얘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여섯까지 세어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팀원 피드백을 들을 때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려고 해야지 자신을 방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리고 팀원의 정직한 피드백에 대해선 바로 보상을 해야 한다. 그 보상은 팀원 의견이 이치에 맞는다면 자기주장을 바로 수정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관계가 되면 샌드버그처럼 진심을 담아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경지에도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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