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다방의 추억, 日 스타벅스엔 악몽

입력 2019.09.27 03:00 | 수정 2019.10.11 21:12

日 커피 체인 '코메다' 열풍

일본 커피 업계에서 '코메다(Komeda) 커피' 돌풍이 거세다. 지난 2013년 한국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업체다. 점포 수로는 스타벅스(1415곳)와 도토루(1111곳)에 이어 업계 3위(861곳)이지만 성장세는 놀랍다. 2015~2018년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30%. 일본 요식 업계 평균(8.6%)을 크게 웃돈다. 지난 2017년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코메다는 일본 카페 업체 1180사 중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2008년 300곳이던 매장도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부터는 해외로도 진출, 현재 중국 상하이(4곳)와 대만(3곳)에 매장을 갖췄다.

코메다 커피의 한 교외형 매장. 넓고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코메다는 일본에서 ‘다방식’ 커피전문점 부흥을 이끌고 있다.
코메다 커피의 한 교외형 매장. 넓고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코메다는 일본에서 ‘다방식’ 커피전문점 부흥을 이끌고 있다. /코메다

코메다는 일본 나고야에서 가업으로 곡물 도매점을 운영하던 가토 다로가 1968년 문을 연 개인 카페 '코메다 커피점'에서 출발했다. 치열한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코메다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갖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테이블에서 고객 주문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주는 옛 다방식 서비스와 넓은 교외형 점포가 특징이다. 코메다 성공에 고무되어 일본 교외형 커피숍 시장 규모는 2008년 617억엔(약 6892억원)에서 2017년 1338억엔으로 증가했다.

①로열티 정액제로 가맹점 부담 최소화

코메다는 고객 회전율이 낮은데도 수익률은 높은 커피 전문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4.95%. 경쟁 업체 스타벅스(8.4%)의 3배에 이른다. 일본 맥도널드(9.2%)도 뛰어넘는다. 비결은 코메다만의 독특한 프랜차이즈(FC) 운영 방식에 있다. 본래 프랜차이즈는 상품 개발과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는 본사와 현장을 담당하는 가맹점 오너가 수익을 나눠 갖는다. 본사 수익 대부분은 로열티다. 하지만 코메다 로열티 수입은 전체 매출의 20%를 밑돈다.

코메다의 로열티 지불 방식은 독특하다. 점포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매기는 업계 관행을 깨고 로열티 정액제를 도입했다. 산정 방식은 매장의 테이블당 1500엔이다. 매출이 늘어도 매장 테이블을 늘리지 않는 이상 매달 지불하는 로열티는 일정하다. 덕분에 점주의 매출 향상에 대한 동기 부여는 높다. 본사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매장의 매출이 높아지면 그만큼 본사의 커피·빵 도매 판매도 늘어나 일석이조다. 코메다의 우스이 오키타네 사장은 로열티 정액제를 "코메다만의 마법 시스템"으로 평가했다.

코메다커피는 옛날 다방의 서비스 스타일을 유지, 종업원이 손님 주문을 직접 받고 커피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접객 서비스가 특징이다.
코메다커피는 옛날 다방의 서비스 스타일을 유지, 종업원이 손님 주문을 직접 받고 커피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접객 서비스가 특징이다. /코메다

점주의 재량권도 넓혔다. 우스이 사장은 "(코메다는) 본부가 두꺼운 매뉴얼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코메다는 각 지역 사정에 밝은 점주들에게 재량을 마음껏 부여했다. 가령 고객 취향을 반영해 한 메뉴에 주문 패턴을 20가지 마련한 매장도 있다. 가격 자율권도 부여한다. 코메다 본사는 커피 가격을 중부 지역은 420엔, 그 외 지역은 440엔 등으로 최저 가격 선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점포 재량에 맡겼다. 각 지역마다 물가 체감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②커피·음식 직접 제조
·판매로 수익선 다변화

코메다는 로열티보다 커피와 빵 등 카페에서 팔리는 음식의 도매 판매에 집중해 수익을 키웠다. 지난해 코메다의 전체 매출 중 제조·도매에서 나온 수익은 69%를 차지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운영에서 발생하는 로열티와 임대료 수입은 18%에 불과했다.

코메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커피와 빵의 제조를 식품 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자사 공장에서 직접 제조한다. 커피도 매장에서 주문을 받자마자 직접 추출하지 않고 공장 추출 방식을 도입했다. 자사 공장에서 뽑은 '코메다 브랜드' 커피는 원두나 분말 형태 반(半)제품보다 가맹 매장에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

코메다

커피 추출 공장인 아이치현과 도쿄 인근의 지바현 2곳 공장에서는 커피 맛이 떨어지지 않도록 추출과 동시에 급속 냉장해 10L 용기에 채워 매일 전국 매장으로 배송한다. 매장은 코메다 본사가 직접 제조한 식품들의 안정적인 고정 구매처인 셈이다.

모닝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토스트 빵도 최고 등급 밀가루인 '특등분'으로 만든다. 빵 제조 노하우를 살려 지난 2017년 전문 빵 브랜드 '쿠페빵'을 설립해 열두 매장으로 확대했다. 쿠페빵은 기다란 빵 사이에 잼이나 팥, 소시지 등을 채워 넣은 빵이다. 코메다는 공장에서 각 매장까지 커피와 음식을 직접 운송한다. 유통 비용과 중간 업체의 이윤을 줄이기 위해서다.

③전통 찻집 분위기로 고령층 끌어모아

옛것을 고수한 코메다 경영 방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일본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유행하던 일본식 찻집 '킷사텐(喫茶店)'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매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빛났다. 코메다는 옛날식 인테리어로 꾸민 매장으로 고령층을 끌어들였다.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8년생) 등 60세 이상 고령층은 옛 추억을 찾아 모여들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981년 15만4000여 곳이던 킷사텐은 2016년 6만7000여 곳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 등의 유명 커피 체인이 위세를 떨치고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체인 등 이종 업종까지 커피 시장에 뛰어든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메다는 일본에서 주춤하던 '킷사텐' 붐을 다시 일으켰다.

코메다는 테이블에서 직접 주문을 받고 가져다주는 방식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1977년에 창업자가 개발해 지금도 판매 중인 돈가스 빵 등 음식 메뉴 대부분도 그 시대를 추억하는 고령층을 불러모았다. 커피의 대용량 사이즈도 '그란데' 같은 영어식 명칭을 쓰지 않고 '닷푸리(듬뿍)' 로 이름 붙였다. 활자 매체에 익숙한 고령자를 위해 매장 안에 다양한 신문과 잡지도 구비했다.

예전 방식을 고수한 것이 오히려 다른 커피 전문점들과 차별화되며 고정 팬도 늘어났다. 코메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코메다 내점 고객의 연령 구성은 20대 이하가 27%, 60대 이상이 28%로 청년층과 고령층이 과반을 차지했다. 또 30대 15%, 40대 17%, 50대 14%로 다른 연령층에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40~50대를 타깃으로 했는데 뜻밖에 모든 연령층이 골고루 이용하면서 성장하는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외식 산업에 정통한 JMR생활종합연구소의 오자와 히로카즈 연구원은 "저가 커피, 셀프식 카페는 이미 포화 상태"라면서 "(코메다처럼) 옛 다방식 커피 전문점은 아직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④목재 인테리어로 편안감 창출

코메다의 간판 상품은 모닝 메뉴다. 아침 11시까지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하면 따뜻한 토스트와 삶은 달걀을 무료 제공한다. 아침을 먹는 습관을 가진 고객은 단골로 유입되는 비율도 높다.

단골 유치를 위해 매장도 독특하게 꾸몄다. 실내장식은 목재와 시멘트와 안료를 섞지 않은 외벽재, 벽돌로 공간을 꾸며 아늑하다. 코메다는 건축 업계에서 쓰는 전문용어 '목시율(木視率)'을 주목했다. 눈에 건축 자재인 나무가 보이는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 주택이 20%인 데 비해 자연 소재를 많이 사용해 이 수치가 40%를 넘으면 사람이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목재 사용 비율을 높였다. 또 입출입이 쉬운 주차장이 재방문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판단, 매장 대부분을 주차장 터 확보가 쉬운 교외형 점포로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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