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통하는 혁신 상품 개발하라' 5년간 새끼 호랑이 수십 마리 키웠다

입력 2019.09.27 03:00

[Cover Story] 거래액 세계 1위, 씨트립 성공 비결
씨트립의 사내 벤처 '타이거 프로젝트'

씨트립
중국 상하이에 있는 씨트립 본사 사옥 앞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씨트립
씨트립은 여행 상품 거래액 규모로는 세계 1위 여행사로 자부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최고라고 주장하기엔 아직 중국 국내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전체 매출 중 70%가량이 중국 국내 수요에서 발생하며, 글로벌 시장에선 점유율이 10% 미만이다. 경쟁업체인 미국 익스피디아가 국내·해외 매출이 55대45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직 '중국 안 개구리'인 셈이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씨트립은 2015년부터 '새끼 호랑이 프로젝트(小老虎計劃)'라는 사내 벤처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 여행 상품을 만들라'는 특명을 받은 별동대들이다. 10명 미만 정예 사원들이 모여 본사 간섭 없이 철저하게 예산과 인력 운용을 독립적으로 꾸려가며 신상품을 궁리한다. 이런 '새끼 호랑이'가 씨트립 안에서 수십 마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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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씨트립의 경쟁 상대인 미국 최대 여행사 익스피디어의 모바일앱 화면.
그 대표작은 지난해 영국에서 대박을 친 기차표 예약 앱 '트레인팔(Train Pal)'이다. 세계 최초로 철도가 깔린 영국은 국영·민영 철도회사가 20개 넘게 영업하다 보니 노선을 제각각 설정하는 바람에 최적 환승 구간이나 저가 요금 노선을 찾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온라인 철도표 예약 사이트 트레인라인(Trainline)이 기차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소비자들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이런 불만 틈새를 파고들어 씨트립 '새끼 호랑이'가 영국 철도회사 데이터를 탁월한 알고리즘으로 재배열, 원하는 구간을 가장 빠르고 싸게 갈 수 있게 기차표를 추천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편도·왕복에 예약 취소 불가능 노선, 입석·좌석 등 각양각색 기차표 데이터를 모아 특정 여정에 대해 평균 20~30% 싸게 기차표를 끊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영국 회사들이 쩔쩔매던 난제를 중국 회사가 해결해준 것이다. 씨트립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인 셈이다.

트레인팔은 출시 1년 만에 이용률이 5배 넘게 급증했고, 탄력을 받은 씨트립은 이를 프랑스와 스페인, 스위스, 러시아, 독일에도 보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트레인팔을 개발한 '새끼 호랑이'들은 3명으로 시작, 지금은 50명까지 규모가 커졌다. 에이미 웨이 씨트립 국제철도부문 대표는 "영국은 물론, 유럽과 북미, 아시아까지 전 세계 철도표를 한곳에서 다 예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인도 여행업체에 인수·투자

씨트립은 '새끼 호랑이' 육성 외에도 해외 업체 인수와 지분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충하고 있다. 스카이스캐너(스코틀랜드)와 투어스4펀(미국)을 사들였고, 메이크마이트립(인도)에는 1억8000만달러를 투자, 대주주로 등극했고, 텐센트 대주주로 잘 알려진 내스퍼스(남아공)와는 주식을 맞교환했다. 프라이스라인(미국)엔 5억달러 투자를 받고 업무를 제휴했다. 씨트립에서 C자를 빼 글로벌 대표 여행 브랜드로 개발한 트립닷컴은 한국에서 적극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트립닷컴은 한국용 TV 광고 모델로 유명 배우 틸타 스윈튼과 이시언을 캐스팅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호텔신라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씨트립은 기본적으로 OTA(Online Travel Agency)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자산 확보에도 관심을 쏟는다. 중소 규모 교통편 예약업체와 여행사, 호텔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면서 상호 매출을 증진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취지다. 중국 항공편 예약사 베이징하이안과 렌터카 회사 e하이를 인수하고, 미국 버스투어 회사 유니버설 비전에 투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쑨제 씨트립 CEO는 "M&A(인수·합병) 전략에서 중요한 건 해당 분야에서 1위나 2위를 차지하고 있느냐에 있다"면서 "1·2위가 아니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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