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9.27 03:00
| 수정 2019.09.27 21:26
[Cover Story] 거래액 세계 1위, 씨트립 성공 비결
세계 최대 여행사 中 '씨트립' 량젠장 창업자
중국 상하이 도심 훙차오(虹橋)공항에서 국도를 따라 15분 달리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씨트립 본사 건물이 나타났다. 거대한 유리 외벽에 '달리는 기차' 모습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사옥 내부를 둘러보니 안마 의자에서 피트니스 클럽, 당구대 같은 사원용 여가·오락 시설이 눈에 띄었다. 중국 기업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실리콘밸리형 복지 시설이다. 복도에서는 찢어진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차려입은 직원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이 주류인 중국 1세대 IT 기업 화웨이나 징둥팡(BOE) 풍경과는 다른 분위기다. 량젠장 씨트립 회장은 "(미국 경쟁 여행사인) 익스피디어를 따라잡으려면 익스피디어보다 더 혁신적인 문화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5세에 상하이 푸단대에 입학한 천재였다. 미국 유학을 떠나 20세에 조지아공대를 졸업했고, 이후 소프트웨어회사 오러클에서 연구·개발(R&D)직으로 근무했다. 중국으로 돌아와 오러클 중국 지사 컨설팅 부장으로 일하면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조언했던 경험이 씨트립을 창업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했다.
창업 후 20년 동안 여행업 한 우물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한 비결을 꼽는다면.
"1999년 호텔 예약 서비스를 시작으로 창업 후 약 20년 동안 한 우물만 팠다. 여행업 본업의 역량을 갖추는 데 충실했다.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했다. 창업 초기 중국 여행 업계는 서비스 수칙이 없이 임기응변으로 일관했다. 표준화된 품질관리가 전무했던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규격화된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24시간 콜센터 같은 조직도 그런 취지였다."
―경쟁사와 비교해 강점이 뭔가.
"일단 규모부터가 크다. 중국 여행업이란 거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총거래액(GMV)은 익스피디아보다 더 많다. 내년에는 총거래액 1조위안을 돌파하는 게 목표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자들을 최우선 대우한다. 연구·개발 비용은 단연 업계 최대다. 호텔 부문 서비스 하나를 개발하는 데 엔지니어 수천 명을 투입한다. 매일 50TB가 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고 3억명에 이르는 개별 고객에게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력만큼은 여행 업계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여행 상품 80%를 모바일로 판매
씨트립이 해외시장을 돌파하는 동력은 역시 공격적 M&A(인수·합병)와 지분 투자다.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도메인 '트립닷컴'을 사들인 것도 그런 맥락. 씨트립(Ctrip)에서'중국(C·China)'를 지운 셈이다. 세계 최대 여행 검색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인수 역시 대표작이다. 스카이스캐너 이용자는 3분의 2가 유럽이라 씨트립 해외 진출의 든든한 증원군이 됐다.
―스카이스캐너를 비롯해 공격적 M&A가 인상적이다.
"지분 투자나 기술 투자는 모두 여행·관광 업종에 집중한다는 게 원칙이다. 지난해 초음속 여객기 개발 스타트업인 붐 수퍼소닉에도 투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하이를 6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역시 여행 수송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스카이스캐너는 매년 매출이 20~30% 증가하고 있다. 모험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국 성공한 투자였다."
―일찍부터 모바일 서비스 구축에 힘썼는데.
"중국은 PC보다 스마트폰이 보급 속도가 빨랐다.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모바일 앱을 출시했고, 호텔·항공 예약뿐 아니라 렌터카 예약, 열차표 예약, 관광 명소 티켓 예약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한곳에 모아둔 '원스톱 숍'으로 만들었다. 현재 씨트립 여행 상품의 80%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여전히 여행 검색 엔진이 웹 기반이 많다. 모바일에선 그들보다 앞섰다고 자부할 수 있다."
연구 개발 비용은 무제한 지원
―R&D에 대해 남다른 열정이 있다고 들었다.
"오러클에서 엔지니어로 경험을 쌓아온 덕분에 R&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기술 개발팀에서 요구하면 개발 비용은 제한이 없다. 지금은 넓이 8만㎡ 콜센터에서 1만5000여 직원이 고객 질문에 응대하고 있으나, 앞으로 예약 취소부터 재난 대응 등 늘어나는 고객 클레임에 제때 응대하려면 사람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이 필수다. 어떤 곳에서 지진·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다 치자. 교통편을 구하거나 긴급 문의가 쏟아지면 콜센터 직원만으로 감당 못 한다. 로보챗이나 AI가 응답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대란을 잠재울 수 있다."
―아직 매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비스 업종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 씨트립 역시 아직 아시아 시장 밖의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작다. 해외 매출 비율이 10% 미만이다. 그러나 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경쟁사와 협력의 문도 열어 놓았다. 부킹닷컴은 과거부터 중국 관광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씨트립과는 호텔 재고를 공유해 고객이 더 많은 호텔을 찾을 수 있도록 두 회사가 서로 돕는다."
중국 여행업, 매년 10~20% 성장
씨트립의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여직원 복지 시스템이다. 현 최고경영자(CEO)인 쑨제(孫潔) 역시 여성이다. 통근 시 무료로 택시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자녀 출산 때는 재택 근무와 동시에 축하금과 교육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한 중국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당장 임신을 원치 않는 경우 난자(卵子)를 냉동 보관하는 직원에게 직급에 따라 10만~200만위안(약 1700만~3억4000만원)의 보조금과 7일간의 유급 휴가를 지원 중이다.
―여성 직원 지원책이 눈에 띈다.
"많은 기업에서 여성 간부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이다.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나오려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씨트립 여직원 비율은 전체의 절반 정도. 중국 내에선 최고로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여행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거시 경제 여건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여행 산업은 낙관적이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은 7~8%대이지만 여행업 성장률은 10~20%를 기록한다. 특히 바링허우(80년대생), 지우링허우(90년대생) 세대가 여행업계의 중심이 되면 또 다른 여행 트렌드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본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0년 중국인 여행객 수가 1억6000만명에 관련 지출이 3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급 여행객도 점차 늘고 있다. 씨트립이 2017년 내놓은 1인당 20만달러 초호화 여행 패키지는 출시 17초 만에 다 팔렸다.
―2016년에 CEO에서 내려왔는데 현재는 어떤 일을 맡고 있나.
"현 쑨제 CEO가 주로 회사 경영과 조직 구조, 직원 인사를 비롯한 내치(內治)에 공을 들인다면, 나는 기술 혁신·개발, 해외 진출, 지분 투자, 인수·합병 같은 대외 전략에 집중한다.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진 셈이다."
창업 후 20년 동안 여행업 한 우물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한 비결을 꼽는다면.
"1999년 호텔 예약 서비스를 시작으로 창업 후 약 20년 동안 한 우물만 팠다. 여행업 본업의 역량을 갖추는 데 충실했다.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했다. 창업 초기 중국 여행 업계는 서비스 수칙이 없이 임기응변으로 일관했다. 표준화된 품질관리가 전무했던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규격화된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24시간 콜센터 같은 조직도 그런 취지였다."
―경쟁사와 비교해 강점이 뭔가.
"일단 규모부터가 크다. 중국 여행업이란 거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총거래액(GMV)은 익스피디아보다 더 많다. 내년에는 총거래액 1조위안을 돌파하는 게 목표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자들을 최우선 대우한다. 연구·개발 비용은 단연 업계 최대다. 호텔 부문 서비스 하나를 개발하는 데 엔지니어 수천 명을 투입한다. 매일 50TB가 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고 3억명에 이르는 개별 고객에게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력만큼은 여행 업계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여행 상품 80%를 모바일로 판매
씨트립이 해외시장을 돌파하는 동력은 역시 공격적 M&A(인수·합병)와 지분 투자다.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도메인 '트립닷컴'을 사들인 것도 그런 맥락. 씨트립(Ctrip)에서'중국(C·China)'를 지운 셈이다. 세계 최대 여행 검색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인수 역시 대표작이다. 스카이스캐너 이용자는 3분의 2가 유럽이라 씨트립 해외 진출의 든든한 증원군이 됐다.
―스카이스캐너를 비롯해 공격적 M&A가 인상적이다.
"지분 투자나 기술 투자는 모두 여행·관광 업종에 집중한다는 게 원칙이다. 지난해 초음속 여객기 개발 스타트업인 붐 수퍼소닉에도 투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하이를 6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역시 여행 수송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스카이스캐너는 매년 매출이 20~30% 증가하고 있다. 모험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국 성공한 투자였다."
―일찍부터 모바일 서비스 구축에 힘썼는데.
"중국은 PC보다 스마트폰이 보급 속도가 빨랐다.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모바일 앱을 출시했고, 호텔·항공 예약뿐 아니라 렌터카 예약, 열차표 예약, 관광 명소 티켓 예약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한곳에 모아둔 '원스톱 숍'으로 만들었다. 현재 씨트립 여행 상품의 80%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여전히 여행 검색 엔진이 웹 기반이 많다. 모바일에선 그들보다 앞섰다고 자부할 수 있다."
연구 개발 비용은 무제한 지원
―R&D에 대해 남다른 열정이 있다고 들었다.
"오러클에서 엔지니어로 경험을 쌓아온 덕분에 R&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기술 개발팀에서 요구하면 개발 비용은 제한이 없다. 지금은 넓이 8만㎡ 콜센터에서 1만5000여 직원이 고객 질문에 응대하고 있으나, 앞으로 예약 취소부터 재난 대응 등 늘어나는 고객 클레임에 제때 응대하려면 사람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이 필수다. 어떤 곳에서 지진·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다 치자. 교통편을 구하거나 긴급 문의가 쏟아지면 콜센터 직원만으로 감당 못 한다. 로보챗이나 AI가 응답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대란을 잠재울 수 있다."
―아직 매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비스 업종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 씨트립 역시 아직 아시아 시장 밖의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작다. 해외 매출 비율이 10% 미만이다. 그러나 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경쟁사와 협력의 문도 열어 놓았다. 부킹닷컴은 과거부터 중국 관광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씨트립과는 호텔 재고를 공유해 고객이 더 많은 호텔을 찾을 수 있도록 두 회사가 서로 돕는다."
중국 여행업, 매년 10~20% 성장
씨트립의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여직원 복지 시스템이다. 현 최고경영자(CEO)인 쑨제(孫潔) 역시 여성이다. 통근 시 무료로 택시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자녀 출산 때는 재택 근무와 동시에 축하금과 교육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한 중국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당장 임신을 원치 않는 경우 난자(卵子)를 냉동 보관하는 직원에게 직급에 따라 10만~200만위안(약 1700만~3억4000만원)의 보조금과 7일간의 유급 휴가를 지원 중이다.
―여성 직원 지원책이 눈에 띈다.
"많은 기업에서 여성 간부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이다.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나오려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씨트립 여직원 비율은 전체의 절반 정도. 중국 내에선 최고로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여행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거시 경제 여건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여행 산업은 낙관적이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은 7~8%대이지만 여행업 성장률은 10~20%를 기록한다. 특히 바링허우(80년대생), 지우링허우(90년대생) 세대가 여행업계의 중심이 되면 또 다른 여행 트렌드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본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0년 중국인 여행객 수가 1억6000만명에 관련 지출이 3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급 여행객도 점차 늘고 있다. 씨트립이 2017년 내놓은 1인당 20만달러 초호화 여행 패키지는 출시 17초 만에 다 팔렸다.
―2016년에 CEO에서 내려왔는데 현재는 어떤 일을 맡고 있나.
"현 쑨제 CEO가 주로 회사 경영과 조직 구조, 직원 인사를 비롯한 내치(內治)에 공을 들인다면, 나는 기술 혁신·개발, 해외 진출, 지분 투자, 인수·합병 같은 대외 전략에 집중한다.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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