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본 것은? ①노인 ②액자 ③관람객 ④그림

    • 채승우 사진가

입력 2019.09.06 03:00

[채승우의 Photographic] (11) 프레임(frame)

[채승우의 Photographic]
독일 뮌헨 미술관에서 독일 사진가 토마스 스트루스의 사진 작품 앞을 한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 채승우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 있는 듯하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하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사진을 더 잘 찍게 됐다. 많은 사진 전문가가 이 얘기에 동의한다. 사진을 점점 더 많이 찍어서 실력이 좋아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에는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 차이점이 사진을 더 예쁘게 만든 건 아닐까. 이 생각 역시 사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피사체 규정하는 사각형, 프레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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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의 구조적 차이 중 사용자에게 가장 영향이 큰 요소는 디지털 카메라에는 모니터가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카메라건, 휴대폰 카메라건 사람들은 널찍한 사각형 모니터를 보면서 사진을 찍는다. 필름 카메라에는 모니터 대신 뷰파인더라는 게 있었다. 눈을 대고 들여다보는 카메라 뒤편 구멍이다.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들여다보게 되면,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본다. 무엇을 찍을지 보는 건 당연하다. 디지털 카메라는 카메라를 잡는 포즈부터 다르다. 사람들은 디카를 눈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든다. 모니터를 보기 위해서다. 그때,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모니터의 사각형 틀이다. 디카를 사용해 찍으면서 사람들은 대상보다 모니터의 틀을 먼저 보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일은 사각형 틀 안에 무언가를 늘어놓는 일이 되었다. 단지 어떤 대상을 찍느냐 하는 문제가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문제로 바뀐 것이다. 예쁘게 늘어놓건, 삐딱하게 놓건 틀 안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 안에도 사각형 틀이 있다. 한데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그 사각형을 보고자 얼마간 시간을 들이는 훈련이 필요했다. 훈련을 거치고 나면 뷰파인더 안에서 사각형 틀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적어도 15년은 걸린 것 같다. 한데 디지털 카메라가 나타나 그 훈련 시간을 건너뛰게 해 준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건 ―DSLR이라는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도 물론이다― 사각형의 틀을 잘 봐야 한다. 사각형의 구석구석을 모두 보면서 찍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한눈에 사각형 틀 전체를 볼 수 있겠지만, 처음에 그것이 힘들다면 천천히 사각형 틀 안을 살펴보는 버릇을 기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사각형의 틀, 즉 '프레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틀 안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늘어놓아야 하는지는 그다음 과제다. 쉽게 생각하면, 예쁜 사진을 만드는 몇 가지 요령을 나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진의 역사에서 진지한 사진가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특히 프레임이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프레임 감추려는 사진가들

20세기 후반의 사진가이자 이론가인 빅터 버긴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존의 소위 잘 찍은 사진들을 비판하면서 한 이야기다. '원래 사진은 오래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는 이는 프레임이 한정된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데, 구도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들의 방해로 인해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좋은 구도란 다른 것이 아니다. 보는 이가 프레임의 방해를 알아차리는 것을 지연시키는 도구일 따름이다.'

실제로 우리가 예쁜 사진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구성을 따져보면, 대부분 보는 이의 시선이 사진의 주인공, 즉 피사체를 주로 향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사진에서는 보는 시선이 흩어져 가장자리 프레임까지 가지 않는다. 우리는 사진을 시작하면서, 구성, 빛의 사용, 아웃 포커싱 등 모든 기술을 그렇게 사용하라고 배워왔다. 지금도 한눈에 사진의 주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사진들을 일반적으로 잘 찍었다고 말한다.

빅터 버긴을 포함한 여러 사진가들은 이런 사진들이 '허상'을 만들기 때문에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혹은 사진이란 원래 허상인데 이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이 어떻게 허상일 수 있는지는 이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빅터 버긴 같은 사람들 생각에서 조금 더 논쟁적인 사진이 시작될 수 있겠다. 사진에서 프레임을 드러낼 것인가, 숨길 것인가? 프레임이 눈에 띄게 할 것인가, 눈에 덜 띄게 할 것인가? 잘 찍은 사진이란 뭘까? 많은 현대 사진가의 사진이 안 예뻐 보이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그들이 프레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면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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