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체조부터 시작하는 '시니어 쇼핑몰' 속속 등장

입력 2019.09.06 03:00

[Cover Story] 초고령화 시장 공략 이렇게 하라
日, 고령화 마케팅 열풍

日, 고령화 마케팅 열풍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중장년층 전문 쇼핑몰 G·G몰의 중앙 광장에서 동네 주민들이 의사들로부터 건강진단을 받고 있다. / 남민우 기자
도쿄 중심부에서 전철로 30분 달려 도착한 에도가와구 가사이(葛西)의 주택가. 한적한 주택가 중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4층에 아침 7시부터 백발의 동네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체조를 시작했다. 이곳은 일본 유통 대기업 이온(Aeon)이 세운 55세 이상 고령층 전용 대형 마트 'G·G(Grand Generation)몰'이다. 매일 아침 7시 아침 체조를 시작으로 워킹 강좌, 근육 저축 체조, 라디오 체조 등 다양한 노인 전용 운동 프로그램이 열린다. 1만6145㎡ 넓이 매장 외곽을 '워킹 코스'로 만들어 놓아 체조 시간이 아니더라도 이곳을 한두 바퀴씩 도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이온은 5년 전 30년 넘은 노후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한 층을 모두 '시니어 쇼핑몰'로 개조하는 실험을 했다. 노인 취향에 맞는 옷 가게와 잡화점, 악기 가게 등 기본 매장을 중심에 배치했다. 여기에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는 카페, 음악·조화(造花) 등을 구비한 카페, 게르마늄 온천 등 노인들 즐길 거리를 구석구석 마련했다. 서점에도 책 상당수가 역사 소설이나 여행 서적 등 노년층이 즐겨 읽는 장르 중심이다. 매장 한쪽 편 '컬처클럽'에선 사진, 시 낭송, 합기도, 요가 강좌, 트로트 행사, 건강 검진 등 매달 색다른 강좌와 이벤트들이 노년층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결과 고객 1인당 백화점 평균 체류 시간도 30분에서 50분으로 늘었고, 매출은 이전보다 10~20% 증가했다.

고령층 대상 취미·운동 커뮤니티 조성

일본에서 '시니어 마케팅'이 주목을 받은 것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8년생)가 60세를 넘긴 2007년 무렵부터다. 퇴직금과 자유 시간을 얻은 고령층 지갑을 목표로 기업 마케팅이 급증했다. 세계일주를 하는 호화 유람선부터 지방·해외 이주 프로그램, 별장 구입 등 고령 은퇴자를 겨냥한 다양한 호화 상품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몇 년 못 가 시들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자산 가격이 급락한 데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건강·수입·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전보다 장기 과제로 고민해야 하는 고령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 과정을 거쳐, 최근 수년간 일본에서는 이온의 'G·G몰'처럼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장(場)을 만들어 놓은 곳이 고령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고령층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도쿄 중심부 신보초에 있는 고서점 거리다. 젊은 시절 이 부근에서 책을 읽었던 고령층이 아예 고서점의 점주로 변신, 동세대 취미에 맞는 책이나 영화, 옛 잡지 등을 구비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전문 영화관이 생기는 등 이 부근은 평일 낮에도 책을 읽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고령층으로 북적인다. 덴츠 시니어프로젝트 사이토 도루 대표는 "시니어 마케팅의 실패 사례 대부분이 고령층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초심자' 혹은 '역동적인 소비자층'으로 봤던 공통점이 있다"며 "집 주변에 마련된 즐길 거리, 복지 서비스를 받는 가정을 위한 생활용품 등 고령층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日, 고령화 마케팅 열풍
Knowledge Keyword

: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사회. 경제 발전으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개선되면서 사회적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난 결과이다. 선진국으로 이행할 때 자연스럽게 거쳐 가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고령화사회 진입이 앞당겨지고 있다.

: 고령사회(aged society)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사회. 2017년 한국에 이어 2018년 대만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중국(2025년), 베트남(2034년), 인도(2052년)가 뒤를 이을 것으로 추정된다.

: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 정치적으로 다문화와 이민 정책이 중요해지고 경제적으로는 정년퇴직 연령이 높아진다. 현재까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나라는 일본·이탈리아·독일·스웨덴 등이다. 노인이 많이 이용하는 병원과 인접한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고 위성 도시가 쇠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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