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력·수익률 좋은 기업 되길 원하는가… 性·인종 등 다양성 높여라

    • 오창훈 사이먼프레이저대 석좌교수

입력 2019.09.06 03:00 | 수정 2019.09.07 14:12

全美경영학회 탐방기

오창훈 사이먼프레이저대 석좌교수
'포용적 조직 이해하기(Understanding the inclusive organization)'. 지난달 9~13일 미 보스턴에서 열렸던 2019년 전미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학술대회 핵심 주제다. 포용적 조직이란 과거의 획일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개성·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방적 관리 체계를 갖춘 조직을 가리킨다. 모든 구성원이 원활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하고 조직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제 적잖은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인종, 문화, 언어, 사고방식을 가진 서로 다른 개인이 섞인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 고용뿐 아니라 조직 관리도 전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시대다.

포용적 조직에 대한 논의는 경영학에서 새로운 연구 주제는 아니다. 그동안에도 경영학계에선 어떤 특성을 가진 조직이 성과를 내는가를 면밀히 관찰한 바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나 이사회 임원들의 성별, 인종, 국적, 전공·학력 등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다양성이 어떻게 지식 창출과 업무 분담에 따른 효율화를 달성하는가를 분석했다. 조직 구성에서 다양성은 창의력과 혁신을 촉진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의사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왔다. 반면 다양한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실증적으로 검증해 왔다.

2017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경영진 구성이 다양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19% 높은 수익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다양성이 혁신을 수반하기 때문이라는 게 BCG 추정이었다. 2018년 맥킨지는 최고경영진에서 성별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경쟁력과 수익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성별 다양성을 두드러지게 도입하는 기업으로는 P&G와 소프트웨어회사 SAP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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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종교·성 정체성…다양성 논의 확대

이번 학회에선 다양성 범위를 성별이나 인종, 학력 등 표면적인 수준을 넘어 조직원 행동, 사고방식, 종교·정신적 신앙, 성 정체성까지 확대했다. 또 AI(인공지능)나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해 논의했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라고 해서 조직원들의 소속감이나 상호 이해가 반드시 증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이 주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내·외부 요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을 탐색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최고경영진 리더십, 윤리 경영 확산, 기업 지배 구조 변화 등은 조직의 다양성·포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다양성·포용성이 상의하달식 접근이 아니라 기업 전체 조직원의 유기적인 통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전제 아래 연구 범위도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 임원들뿐 아니라 모든 조직원까지 포함하는 연구가 많았다. 또 중간 관리자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도 관심사였다. 중간 관리자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행하는 리더이자 변화 촉진자로 조직 내 반응·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포용적 조직 범위를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 넓히고 있다. 협력업체, 시민단체, 지역사회, 중앙·지방정부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조직이 포용성을 가지고 이들에게 인본주의적으로 접근(humanistic approach)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 외부에 대한 포용성은 기업 추문이나 경기 침체를 비롯, 기업이 직면하는 각종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줄 수 있다. 국제 정치·경제가 격동하는 시기에는 포용적 조직일수록 협동과 상호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전미경영학회는 포용적 조직을 핵심주제로 펼쳐졌다. 다양성을 확보한 조직이 성과가 높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AOM(Academy of Management)
인터넷 시대, 개방성·혼종성 증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네트워크가 기업 조직의 개방성(openness)과 혼종성(hybridity)을 증가시켜 나타나는 새로운 조직 특징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개방성·혼종성은 벤처 기업과 사회적 기업에서 흔히 보이는 특성인데, 복잡한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새로운 이론적 기반과 실증적 분석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학회에선 북미·유럽과 중국·인도뿐 아니라 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의 기업과 조직에 대한 연구 발표도 늘었다. 상대적으로 정부 기관 수준이 낮은 개도국·후진국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문제, 열악한 자본·노동시장, 그리고 소득 재분배와 불평등 문제에 맞닥뜨린 기업이 포용적 조직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가 눈에 띄었다. 후진국에서 포용적 조직이 정부를 돕거나 대신해 이런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취약한 정부 기관을 돕거나 대신하면서 폭넓은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는 차원이다. 포용적 조직은 이 밖에도 조직 안팎의 권한 남용에 따른 갑질과 성범죄, 비정규직 갈등, 외국인 근로자 차별, 비윤리 경영, 노사 대립, 기업과 지역사회 마찰 같은 한국 사회가 골머리를 앓는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주제다.

이번 학회에서는 포용적 조직 외에도 학술적 연구로 현실에서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현상 위주 연구(phenomena-based research)와 기업의 사회적 참여와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아졌다는 측면이 두드려졌다. 경영학 내뿐 아니라 외부 다양한 학문과 공동 연구를 통해 조직과 조직 구성원이 사회, 자연환경,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용성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통합적 해결책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미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전미경영학회는 국제 경영, 기술·혁신 관리, 기업가 정신, 인사, 전략 경영, 조직 이론, 조직 행동 등 모두 25개 분과에 속한 전 세계 경영학 연구자들이 참석하는 연례행사. 1936년부터 시작, 올해가 79회째다. 올해는 1만2000명이 넘는 경영학 교수·연구자들이 모여 2240개 세션에서 지난 1년 동안 수행한 연구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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