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손이 큰지 한판 붙어보자

입력 2019.09.06 03:00

마윈은 전자상거래, 마화텅은 메신저에서 출발… 게임·동영상·AI·음식배달까지 곳곳서 격전
馬·馬의 투자 전쟁

'마·마(馬·馬) 대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마윈(馬雲·55) 회장과 최대 인터넷·게임서비스 업체 텐센트 마화텅(馬化騰·48) 회장이 치고받는 투자 대결을 비유하는 말이다. 두 회사는 출발점은 전자상거래와 메신저 서비스로 달랐지만, 지금은 인터넷 관련 온갖 사업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투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윈은 한때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서 "온라인 게임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백히 텐센트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2014년 '마블올스타배틀'과 '트랜스포머' 게임으로 잘 알려진 게임 개발사 카밤(Kabam)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2017년엔 게임업계 생태계 발전을 위해 1억3000만달러를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등 호시탐탐 게임업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역시 텐센트에 대한 경쟁심리가 발동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지난해 쏟아부은 투자 규모만 각각 80곳·1800억위안(약 30조원), 132곳·900억위안(15조원). 업종도 음식배달에서 동영상, 쇼핑, AI(인공지능)까지 식성을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터넷 시대 플랫폼 패권을 놓고 두 '말(馬)'이 이끄는 제국이 혈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龍虎相搏 투자 전쟁

'마마 대전'의 기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뉴욕 증시에 입성시키면서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12억2000만달러를 들여 '중국판 유튜브'로 불렸던 유쿠(Youku) 지분 18.5%를 사들였던 게 대표적.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해 마윈은 미국 모바일 메신저 스타트업 탱고(Tango), 문화·엔터테인먼트사 차이나비전미디어, 온라인지도 서비스 오토내비(AutoNavi),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인터넷TV 와수미디어, 유통업체 인타임리테일그룹, 가전업체 하이얼까지 33개 회사에 지갑을 열면서 숨 가쁘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마화텅도 지도 분야 나브인포(四維圖新), 전자상거래 분야 58퉁청(同城) 등 알리바바 사업에 맞서는 경쟁업체를 골라 거액을 쏟아부었다. 전자상거래에서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내 2인자로 평가받는 징둥과는 2억1400만달러 규모의 합작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

두 회사가 워낙 근접 육박전을 벌이다 보니 '마·마'가 움직이면 해당 업계는 뜻하지 않게 지각 변동을 겪기도 한다. 음식 배달 시장은 최근 '마마 대전'이 가장 뜨겁게 펼쳐진 전장(戰場)이었다. 텐센트가 2위 뎬핑(點評), 알리바바가 1위 메이퇀(美團)에 투자해왔는데 2015년 메이퇀과 뎬핑이 합병되면서, 메이퇀이 텐센트 편으로 투항하자, 알리바바는 지난해 경쟁 음식배달업체 어러머를 635억위안(10조원)에 완전히 삼켜버리는 강수를 뒀다. 중국 인터넷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두 기업의 투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년 전 인도네시아 1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토코피디아(Tokopedia)는 마윈이 투자한 싱가포르 기반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Lazada)를 주요 라이벌로 생각하여 마화텅과 손을 잡고자 했다. 2017년 텐센트 임원과 심도 있는 논의를 했고, 마화텅도 투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협상 체결 시점에 토코피디아는 갑자기 마윈을 선택했다. 알리바바가 토코피디아 지분 일부를 11억달러에 인수한 것. 이에 마화텅은 불발된 투자금을 회수하는 대신 5억달러를 인도네시아 온라인 여행사 트래블로카와 오토바이 공유서비스업체 고젝에 쏘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최근 두 회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 플랫폼. 올 3월 초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과 라오후증권이 부동산 플랫폼 단커궁위(蛋殼公寓)에 5억달러를 투자하자, 텐센트는 베이커자오팡(貝殼找房)에 8억달러를 투입했다. 두 회장의 투자 경쟁이 5년 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 스타일은 확연히 달라

두 마 회장 투자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 마윈은 투자하면 파트너사 주식을 일정량 보유하고 해당 회사를 지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알리바바가 인도네시아 라자다를 인수했을 땐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 대표 펑레이(彭蕾)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마윈은 또 본인이 투자한 기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선두주자가 되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다. 어러머를 인수·합병하면서 외식 서비스 시장을, 가오더지도(高德地圖)를 매입하면서 차량서비스 시장, 요우쿠투도우(優酷土豆) 지분을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외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보인다.

반면, 마화텅은 내성적이며 과묵한 성격이라는 평가처럼 투자 철학 역시 '소유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에 가깝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소수 지분 보유를 선호한다. 지금까지 텐센트가 기업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준 인수·합병은 손에 꼽을 정도.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스와 슈퍼셀을 인수하고 지배주주가 된 뒤로도 지분만 소유하고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있다. 라이엇게임스 마크 메릴 공동창업자는 "텐센트 경영진이 기업 활동을 일일이 보고하길 원한다면 기업 고유 장점과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면서 "이런 특성을 그들이 잘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마화텅 투자 스타일은 텐센트 대주주인 남아프리카 미디어그룹 내스퍼스(Naspers) 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다. 내스퍼스는 2001년 텐센트에 32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33%를 확보, 마화텅 지분(10% 내외)보다 오히려 많지만, 자본만 투자했을 뿐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있다.

부호 순위는 마화텅이 앞서

세계 부호 순위에서 마윈·마화텅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발표한 '2018년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마화텅은 388억달러 자산을 보유해 세계 20위, 중국 1위에 올랐다. 마윈은 373억달러로 세계 21위, 중국 2위. 2017~2018년에는 마윈이 중국 1위, 마화텅이 2위였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 41%)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향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51% 증가한 935억위안을 기록, 시장 예상치(915억 위안)를 무난하게 넘어섰다. 반면, 텐센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약 855억위안에 그치면서 10년 만에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 시장 예상치 886억 위안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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