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싹 바꿨다, 매장 진열·구성부터 화장실까지

입력 2019.09.06 03:00

[Cover Story] 초고령화 시대 앞서가는 기업들
도쿄 게이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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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 역에 자리 잡은 게이오백화점 신주쿠점 전경. / 블룸버그
'시니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시니어 특화백화점'으로 일본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백화점이 있다. 대형 백화점의 격전지라 불리는 도쿄 신주쿠의 터줏대감, 게이오(京王:Keio)백화점이다.

게이고백화점 개요
게이오가 시니어 전략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건 1994년. 신주쿠 남쪽에 다카시마야백화점이 새롭게 문을 열면서 게이오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미 이세탄, 오다큐백화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1991년부터 매출 하락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차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 또 1960년대 당시 주요 고객층이던 20~30대가 50~60대로 접어든 것도 시니어 전략에 집중한 이유다.

게이오는 고령층 눈높이에 맞춰 대대적인 매장 단장에 나섰다. 게이오는 1990년대 당시로서는 일본 백화점의 상식을 깬 파격적인 매장 구성으로 주목을 끌었다. 먼저 1층 눈에 잘 띄는 곳에 걷기 편한 신발 전용 매장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백화점 구두 코너는 하이힐 등 화려한 외양에 치중한 신발이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여기에 발에 고민이 많은 중년 여성을 겨냥해 게이오는 '슈피터(shoe-fitter)' 자격증을 가진 사원을 배치해 고객의 발 모양이나 특징에 맞춰 맞춤형 신발을 제안했다. 이렇게 신발을 구매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게이오의 단골고객으로 편입됐다. 1995년 가을부터는 4층 전체를 중년 여성 전용 매장으로 단장했다. 특히, 중년 여성의 대부분이 옷을 구매하는 계기가 여행이라는 점에 주목해 '여행과 외출, 일상복으로도 손색없는' 1만엔(약 10만원) 전후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집중 배치했다. 2013년에는 4층에 아예 70대를 겨냥한 의류만 따로 모은 매장을 별도로 설치했다.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체형에도 주목했다. 상의는 M사이즈여도 스커트는 L사이즈로 구매 가능한 판매 방식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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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이 약한 고령 소비자가 앉아서 손을 닦을 수 있도록 설계한 노인 친화형 화장실. / 게이오백화점
쉼터 의자 배치… '친구 모임' 운영

게이오는 고급 매장보다는 편안한 쇼핑을 유도하는 매장 분위기 연출에 힘썼다. 화장품 매장의 상담용 의자 높이는 고령층에 맞게 낮추고 신발을 신어 보기 편한 의자를 따로 배치했다. 매장 구석구석에도 신경을 썼다. 다목적 화장실이나 약을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음료수 공간도 따로 설치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젖어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재를 전층에 사용하고 쉼터 의자를 200개 배치해 지팡이를 짚는 고객도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에스컬레이터도 다른 매장보다 천천히 오르내리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백화점을 방문한 고령층 고객들이 쇼핑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쉽도록 연령대가 비슷한 판매원들도 집중 배치했다.

게이오는 주로 고령층을 겨냥한 '게이오 도모노가이(친구 모임)'라는 독특한 회원제도도 마련했다. 회원 수만 9만명이 넘는다. 회원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거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회비는 월 1만엔으로 비싼 편이지만 1년(12개월)을 적립하면 1개월분을 게이오가 이자로 얹어준다. 1년이 지나 쌓인 총 13만엔으로 회원들은 게이오백화점 상품권을 받는다. 게이오에 따르면 이 회원들의 연간 평균 구매액은 18만엔으로 단골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이오는 '시니어 특화 백화점'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4년에는 자체 의류 브랜드인 '미듀(mi deu)'도 출시했다. 데뷔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한 이 브랜드는 2016년에는 매출이 43% 증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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