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국에 간호사 1만2000명 활동… "일본도 네덜란드 간병 배워갑니다"

입력 2019.09.06 03:00

[Cover Story] 초고령화 시대 앞서가는 기업들
네덜란드 간병기업 '뷔르트조르그' 요스 드 블록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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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뷔르트조르그는 간호사의 간병 부문 자율성을 보장해 고령층 환자 곁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늘렸다. / 뷔르트조르그
뷔르트조르그(Buurtzorg)는 네덜란드 간호·돌봄 서비스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 기업)'이다. 2006년 간호사 4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뷔르트조르그는 12년이 지난 지금 35국에서 1만2000여 간호사와 함께하는 거대 간병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네덜란드 간병기업 '뷔르트조르그' 요스 드 블록 창업자
핀란드의 고령화 관련 콘퍼런스에서 만난 요스 드 블록(Jos de blok) 뷔르트조르그 대표 겸 창업자는 간호사 출신이다. 네덜란드 곳곳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 환자들을 돌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이끌던 간병 서비스가 비용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불만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창업에 나섰다고 했다.

유럽은 1980년대 말까지 지역사회별로 우수한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간호사 1명당 맡은 노인 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간호사가 해당 노인을 맡는 기간도 길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간병 서비스 체계가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런 관계는 무너졌다.

"관료주의적이고 과업 지향적(task-oriented)으로 사회가 바뀌면서 많은 간호사가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전에 간호사들은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무엇을 스스로 하도록 배울 수 있을까?' '같은 마을에 사는 환자들끼리 서로 지원해주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까?' '간병인이 바뀌어도 정기적으로 환자를 방문해서 도움을 줄 만한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이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정부 부처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위계질서와 형식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굳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보람을 잃은 간호사들이 이탈하고, 오랫동안 자신을 봐줬던 간호사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들의 불만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습니다."

뷔르트조르그 개요
지역별로 특화된 간병 서비스

블록 대표는 간호사 조직과 시스템, 문화를 변화시키면 간호사도 행복하고 환자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봤다. 지시에 따라 개인별로 환자를 방문해 기계적으로 보살피는 대신, 해당 지역에서 오래 일한 숙련된 간호사 4~10인으로 마을별 간호팀을 꾸리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했다. 그러니 지역 구분 없이 기계적으로 내렸던 통일된 방침이 사라지고, 1980년대 간호 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환자와 간호사가 인간적인 교류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블록 창업자는 "건강과 심리적 안정이 행복한 노후를 약속한다. 궁핍하고 병든 노인을 그대로 놔두거나 마지못해 도움을 주는 사회는 생명력이 떨어지고, 생명력이 떨어진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고령층 환자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들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하게 약을 투약하고, 입원을 쉽게 결정하는 풍조는 자취를 감췄다. 네덜란드 정부는 뷔르트조르그식 간호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고령층 의료비 관련 예산이 최대 4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임감 있는 간호 서비스가 단기적으로 인건비는 더 필요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재정에 치명적인 만성 질환 발병률을 낮추고, 치료 기간 역시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 창업자는 "오랫동안 진행된 인구 고령화로 병 간호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일본 역시 2009년 네덜란드를 찾아 뷔르트조르그 간호 모델을 배워 갔다"며 "간호 영역에서 대형 병원의 역할이 분명 있지만 신체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환자에게는 지역사회별로 맞춰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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