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면 보인다, 초고령화 사회 기회들… 생명공학·제약·돌봄·레저

입력 2019.09.06 03:00

[Cover story] 초고령화 사회는 기회다

日 기저귀 회사 성인용 만들어 매출 4배, 中 댄스 교습 앱 2억5000만 실버 공략
'노화는 사회의 敵' 공포 마케팅은 안돼… 호기심·참여·용기 '3E' 자극 초점 맞춰야

일본 최대 위생용품업체 유니참 간판 상품은 종이 기저귀다. 저출산 시대로 접어든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유니참은 매출은 4배, 순이익은 20배 증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 기저귀였다. 매년 출생자가 20만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인용 기저귀 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던 것이다. 2011년엔 일본 내 성인용 기저귀 전체 판매 규모는 1600억엔으로 아기용 1400억엔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런던 민영 택시회사 애스콧캡컴퍼니는 운전사 48명 중 34명(70%)이 60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런던에서 택시기사를 하려면 2만5000개 도로와 수천 개 광장, 새로 생긴 상점이나 공사 구간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 내비게이션 없이 여러 단계 시험을 거쳐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1800년대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택시기사 일을 꺼렸고 택시회사들은 인력난에 시달리자 고령자 채용을 적극 확대했다.

고령사회는 기업에 신(新)시장

장수(長壽) 시대를 맞는 시선은 복잡하다. 고령화를 떠올렸을 때 흔히 '노후 파산'이나 '고독사' 같은 우울한 단어가 먼저 등장한다. 고령화를 건전한 재정, 활력 있는 내수, 사회적 혁신, 생산성 향상 등 사회 긍정적인 측면의 적(敵)처럼 다루는 풍토도 퍼져 있다.

그러나 고령사회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노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걷어내면 기업엔 거대한 신(新)시장이 열릴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돈 씀씀이는 물론, 주거 형태도 달라지고 가족관계도 변한다는 걸 의미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복지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까지 고령 인구는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 인구에 합류하면 그 경제적 영향력은 역대 어느 시기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중은 올해 14.9%(세계 51위)에서 2045년 37.0%로 치솟아 현재 세계 1위 고령 국가 일본(36.7%)을 넘어설 전망이다. 2067년에는 46.5%까지 높아져 2위 대만(38.2%), 3위 일본(38.1%)을 멀찌감치 따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평균(18.6%)의 2.5배 규모다.

고령화라는 단어를 제외하곤 경제성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작정 고령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라는 식으로 '공포 마케팅'을 구사해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미 건강과미래연합 연구소는 "건강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60세 여성은 1960년대 40세 여성에 해당하고, 80세 남성은 1975년 60세 남성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노인을 굼뜨고 쇠약하고 무딘 존재로만 대해선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불안·불만·불편 '3불'을 해결하라

일본 잡지 이키이키에서 성인 대상 한 달짜리 보스턴 체류 여행·어학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하자 금세 30명 정원이 다 찼다. 120만엔(약 1370만원)이란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적 체험을 원하는 50~60대가 대거 몰린 것이다. 이에 대해 시니어컨설턴트로 유명한 무라타 히로유키는 "시니어 비즈니스는 3불(不), 불안·불만·불편을 해결하는 걸 기본으로 해서, 3E(Excited·호기심 자극, Engaged·참여감, Encouraged·용기를 주는)에 초점을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는 '분유는 영·유아들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노인을 위한 분유를 만들어 연착륙에 성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령 은퇴자 자산 관리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후유증을 벗어나 재기에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노령 인구를 겨냥해 탕더우 같은 댄스 교습 스마트폰 앱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WEEKLY BIZ는 유럽과 미국에서 고령화 관련 최고 권위를 가진 연구소를 찾아 고령화 시대 기업이 어떻게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에 성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고령자 입장을 철저히 공감하되 세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만들라" "고령층이 구직 시장에 해를 입히거나, 젊은 일꾼의 경력 사다리를 걷어차는 존재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거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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