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인 삼촌은 왜 라파엘 나달을 테니스 학교에 안 보냈나

    • 서진영 자의누리 경영연구원장

입력 2019.08.23 03:00

[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영학] (10) 노자의 나무 키우기와 인재 관리

[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영학] (10) 노자의 나무 키우기와 인재 관리
프랑스오픈 12회 우승에 빛나는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 나달은 약점인 백핸드를 보강하는 대신 강점인 포핸드 샷을 집중 개발하면서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 블룸버그
常善救人

상선구인: 좋은 지도자는 사람을 쓸 때 상대방의 강점과 장점을 잘 파악하여 버려지는 사람이 없게 한다

見素抱樸

현소포박: 인재를 양성할 때는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을 바탕으로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

노자(老子)에게 나무는 각별하다. 기원전 604년 그의 어머니가 오얏나무(李樹)에 기대어 그를 낳았다.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할 줄 알았던 노자는 "나는 이 나무를 따서 성(姓)을 짓겠다"며 오얏나무 이(李)에다 자신의 큰 귀(耳)를 상징하는 이름을 붙여 스스로 이름을 이이(李耳)라 했다. 오얏 열매는 붉은색이라 붉을 자(紫), 오얏 이(李) 자를 써서 자리(紫李)라 불리었는데, 그 모양이 복숭아하고 비슷해 붉은(紫) 복숭아(桃), 즉 자도(紫桃)로 변했다. 이렇게 이름 지어진 '자도'가 '자두'가 되었다는 것이 전해 내려오는 자두나무 이름의 유래이다.

중국 산시(陝西)성 중난산(終南山) 북쪽 기슭 누관대(樓觀臺)에 올라 자두나무 잘 키우는 법을 노자에게 물어보았다. 노자는 빙긋이 웃으며 '나무 키우는 법을 알면 인재 양성은 저절로 되는 것'이라며 마음속 질문까지 파고든다. 인적자원개발인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는 현대 경영에서 인적자원의 교육, 훈련, 육성, 역량 개발, 경력 관리 및 개발 등의 관리법을 말하는데 노자의 나무 철학으로 한 켜 한 켜 풀어보자.

자의누리 경영연구원장
자의누리 경영연구원장
①강점을 잘 파악해 채용(常善救人)

커다랗게 가지를 뻗은 자두나무 아래서 노자에게 인재 육성의 시작을 묻자 상선구인(常善救人)이라 일러준다. 항상 사람을 잘 구한다는 뜻이다. '나무도 좋은 품종을 골라 심어야 하듯이 항상 최고의 사람을 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노자는 '아니다'라고 한다. 책 '노자' 제27장의 원문은 '성인 상선구인 고무기인(聖人 常善救人 故無棄人)'이라고 적혀 있다. 좋은 지도자는 사람을 쓸 때 상대방의 강점과 장점을 잘 파악하여 사용하기에 세상에 버려지는 사람이 없게 한다는 뜻이다.

이를 후대 당나라 한유(韓愈)는 '장도사(張道士)를 보내며'라는 시(詩)에서 '대장무기재 심척각유시(大匠無棄材 尋尺各有施)', 즉 '대목장에게 쓸모없는 목재란 없다, 보잘것없이 짧은 목재라도 각자의 쓰임이 있다'라 쓴다. 훌륭한 목수는 나무의 재질을 보고 각기 필요한 곳에 쓰기 때문에 어떤 목재도 버리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강점 육성의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인의 테니스 황제 라파엘 나달이다. 나달은 약점이 많은 선수였다. 백핸드를 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발이 빠르지도 않았고, 남자 테니스에서 꼭 필요한 강력한 스매싱도 없었다. 하지만 최대 강점인 포핸드 하나로 세계를 정복했다.

나달이 14세 때 두각을 나타내자 스페인 테니스협회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바르셀로나의 테니스 아카데미에 입교를 권유했다. 그러나 당시 코치였던 삼촌은 나달이 테니스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약점인 백핸드를 보완하기 위해 집중 훈련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대 강점인 포핸드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 우려해 거절한다. "약점을 보완하면 평균이 되지만 강점을 강화하면 자신감과 독창성이 생긴다"고 생각해 강점인 포핸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훈련을 집중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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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②직원의 강점을 살려준다(見素抱樸)

자두나무 그늘에 앉자 잎이 무성하게 느껴진다.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노자에게 이 나무는 어찌 이리도 건강한지 물었다. 노자는 현소포박(見素抱樸)의 인재 양성법을 일러준다. '본래의 순수하고 소박함을 지킨다'는 뜻으로 '소박하다'는 말에서 '소'는 염색하지 않은 생사를 말하며 '박'은 조각하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나무를 말한다. 두 글자 모두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가리킨다.

인재 양성에서 현소포박은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을 바탕으로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가장 잘한 사람이 나무 심기의 달인 곽탁타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명인 유종원(柳宗元)은 '곽탁타, 나무를 심다(郭橐駝種樹)'에서 장안성의 곽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고, 굵고 튼튼하게 자라고 열매가 일찍 열릴 뿐만 아니라 풍성하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비결은 무엇일까?

곽탁타는 "나에게는 나무가 오래 살거나 빨리 자라게 하는 특별한 재주는 없다. 다만 나무의 천성을 살펴 그것의 본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할 뿐이다. 뿌리는 쭉 뻗게 하고, 흙을 고르게 북돋는 게 전부이다. 만약 나무뿌리의 흙이 오래된 것이라면 버리고,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이와 같이 했다면 다시 그것에 손을 댈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나무 심기를 끝냈으면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떠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왜 나무 키우기에 실패할까? 사람들은 나무를 심을 때 뿌리를 구부릴 뿐만 아니라 애정이나 걱정이 지나친 나머지 아침저녁으로 가서 살피는 것도 모자라 되돌아가서 또 본다. 심지어는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긁어 나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살피고, 뿌리를 흔들어 흙에 단단히 박혀 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나무의 천성은 날이 갈수록 망가진다.

인재 양성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많은 개입은 인재의 능력을 해치게 된다. 이는 현대 HRD의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과 이어진다.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 설정 및 교육 프로그램의 선정과 교육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게 되는 학습 형태이다.

③리더는 자기를 낮춘다(善用人者爲之下)

잘 익은 자두를 하나 따 베어 물었다. 노자에게 이렇게 맛있는 열매를 맺도록 한 비결을 묻자, 선용인자 위지하(善用人者爲之下), 사람을 쓰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을 잘 낮출 줄 알아야 한다고 답한다. 허리를 깊이 숙여 퇴비를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자신을 낮출 줄 알아야 다투지 않고 남의 힘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을 잘 부리는 사람은 인품과 덕성을 갖추고 아랫사람을 겸손하게 대한다. 그래서 노자는 바다는 참으로 넓고 크지만 항상 낮은 곳에 처하기에 수만 갈래의 강줄기가 그곳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겸손한 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를 '단계 5'의 리더십으로 칭송하며, 기업의 수익 증대는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겸손한 리더는 언제나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반대 의견도 폭넓게 수용한다. 리더는 플랫폼을 펼치고 구성원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개개인의 리더가 되어 창의와 융합을 할 수 있는 자유도(自由度)를 가지게 하는 것이 지금부터 필요한 HRD이다.

④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千里之行始於足下)

자두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길 떠날 준비를 하자 노자는 '한 아름 되는 나무도 싹에서부터 자라고, 9층의 누대도 한 더미 흙에서 시작되며,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라고 마무리한다.

여린 새싹이 거목으로 자라나려면 처음 성장하는 동안 잘 보살펴줘야 한다. 가지를 손질하고, 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땅이 척박하면 자양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존중하고 신뢰하며 스스로 장점을 찾아낼 수 있게 밑에서 받쳐 주고 뻗어나가게 해야 한다. 아주 작고 가냘픈 새싹을 수십 개의 동량지재(棟梁之材)로 만들 수 있는 인적자원 개발과 리더가 무엇보다 절실할 때이다.

地·水·火·風

나무가 곧 우주이기에 나무가 자라는 데는 우주를 구성하는 땅·물·불·바람을 알맞게 맞추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대 인도의 힌두 철학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땅·물·불·바람(地水火風) 네 가지다. 사대(四大)라고 한다. 놀랍게도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기원전 493∼433)도 만물이 물·공기·불·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4원소설'을 주장한다. 나무가 곧 우주이기에 나무가 자라는 데는 우주를 구성하는 지수화풍을 알맞게 맞추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베란다와 실내에 있는 화분 식물을 키우는 법으로 생각해보자.

①지(地)

화분을 키울 때는 어떤 흙에 심는지가 중요하다. 식물은 기본적으로 흙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게 되는데 작물의 생장 정도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환경을 요구한다. 씨앗을 발아시켜야 하는 파종 단계 작물이나 채소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공급이 이루어지게 채소용 상토를 쓰는 것이 좋다. 열매채소는 열매를 맺기 위해 영양분을 많이 요구하므로 거름 성분이 함유된 분갈이토를 쓰지만, 씨앗을 파종할 때나 모종을 옮겨 심을 때 또는 꺾꽂이로 번식시키려 할 때는 너무 영양분이 많은 흙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흙은 뿌리에 산소를 잘 공급해주는 통기성과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N), 인산(P), 칼륨(K)을 적절히 가지고 있을 때 식물 생장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②수(水)

화분 식물에 적절한 물 주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식물의 특성이 수국처럼 물을 좋아하는지, 다육 식물처럼 물을 싫어하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계절에 따라서 물 주는 시간, 빈도, 양 조절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흙 표면이 마르면 바닥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물이 흘러나오면서 공기가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노폐물, 묵은 비료 등이 배출된다. 찔끔찔끔 화분에 물이나 커피, 녹차 등을 주면 뿌리가 썩는다.

③화(火)

화분 식물에 불은 햇빛과 온도를 의미한다. 모든 식물이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실내에서 키우는 많은 식물 가운데 아열대 식물이나 열대 식물은 햇빛이 많이 들지 않는 땅에서 자라는 것이 많아 강한 직사광선이 해로울 수도 있다. 난(蘭)처럼 꽃을 피우기 위해 늦가을에 일부러 추운 곳에 두는 경우도 있다

④풍(風)

바람(風)은 움직이는 것을 성질로 하여 만물을 키우는 바탕이 된다.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 식물에 병해충이 많은 것은 식물이 잎 뒷면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배출한 노폐물 때문이다. 이를 없애주는 것이 바람이다. 겨울에도 낮에는 잠시 환기해주고, 여름에는 잠시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쐬어주면 병해충을 막을 수 있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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