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로 '거절당할 두려움' 없앴더니 전세계 18~25세 몰려와"

입력 2019.08.23 03:00

[Cover Story] 밀레니얼 세대 공략… 이렇게 하라
세계 최대 데이팅앱 '틴더'의 엘리 사이드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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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사이드먼 틴더 최고경영자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대응한 덕분에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남민우 기자
2012년 문을 연 틴더(Tinder)는 밀레니얼 세대의 달라진 사고방식을 파고들어 파죽지세로 성장 중인 미국의 테크 기업이다. 불쏘시개를 뜻하는 틴더는 새로운 연인 관계를 시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튀는 불꽃을 표현한 말이다. 2~3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다가 올해 상반기엔 넷플릭스를 제치고 글로벌 앱 매출액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18세부터 25세 이하의 사회 초년생이다.

틴더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애자의 '거절당할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상대방의 사진을 오른쪽으로, 안 들면 왼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상대방도 자신의 프로필에 호감을 표시해야만 서로 매칭(연결)에 성공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데이트를 신청하려 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한 친구의 모습을 보고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는데, 지금은 매일 스와이프 건수만 20억건에 달한다는 게 틴더 측의 설명이다. 엘리 사이드먼(Seidman) 틴더 최고 경영자(CEO)를 홍콩의 'RISE' 테크기업 행사장에서 만나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을 들어봤다.

틴더 개요 / 엘리 사이드먼 프로필
대학생 스마트폰을 집중 공략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 등 젊은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사회 생활의 출발점이다. 이들 대다수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매우 어릴 적부터 사용해왔다. 그 결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느 세대나 겪는다. 예를 들어 나에겐 컴퓨터가 익숙하다. 1984년쯤에 아버지가 컴퓨터(맥)를 사줬던 게 계기였다. 당시 나는 처음으로 그래픽 기반의 컴퓨터 사용법(GUI·Graphic User Interface)을 익혔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GUI는 내 삶에 있어서 당연하게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서 스마트폰은 필수 도구라는 점에 주목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가.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설문조사 연구원이 젊은 층에게 질문을 던질 때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차이점을 느끼는지 물어보려고 'IRL(In Real Life·현실 세계에서는)'이라는 말을 종종 썼다고 한다. 나름대로 친근감을 표시하려고 줄임말을 쓴 것이었다. 그런데 대다수 응답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이 곧 현실 세계였기 때문에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단순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내 나이대의 경영자들이 간과하는 대목 중 하나다."

―틴더 출시 초기의 상황은 어땠나.

"2012년 틴더가 막 출시됐을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앱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것을 매우 어색하게 여겼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데이팅 사이트는 웹 기반이 중심이었다. 이마저도 사용자의 대다수가 30대 이상이었다. 젊은 층으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사용자군(群)이었다."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였나.

"사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데이팅 상대를 찾아주는 비즈니스 모델은 몇십 년 전부터 쭉 존재했다. 틴더의 차별점은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대학생부터 공략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대학 캠퍼스로 발을 옮겨 학생들에게 앱을 써볼 것을 권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했던 이들은 웹 기반 데이팅 사이트로는 연애 상대를 찾아본 적이 거의 없는 집단이었기에 틴더에 열광했다. 현재 사용자가 수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봄방학을 겨냥한 이벤트를 추진하는 등 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기능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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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 사용자들이 와인과 음악을 즐기는 술라 페스티벌에서 만나 포도 밟기 체험을 하고 있다. / 틴더
앱 화면은 글자보다 사진 위주로

틴더는 다른 데이팅 사이트과 달리 수십 개의 설문에 응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없앴다. 또한 앱 화면도 읽기 힘든 깨알 같은 글씨 대신 화면 대다수가 큼직큼직한 사진이 차지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상대로 스마트폰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제품·마케팅 전략을 답습하면 안 된다는 게 사이드먼 CEO가 강조하는 밀레니얼 공략법 중 하나다.

―밀레니얼 대응 전략을 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앱을 출시한다고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영자가 스마트폰 앱을 만들 때 웹 화면에 있는 것을 스마트폰에 구겨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좁은 화면에 이것저것 축소해서 넣으려다보니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 서비스를 만들려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의 유행과 수요를 파악하나.

"틴더에는 (밀레니얼 세대 이후 세대인) Z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전담 리서치 팀이 있다. 오로지 Z세대의 특성 분석에 전념한다. 이들의 리서치를 토대로 다른 데이터를 조합해 밀레니얼 세대의 마케팅 전략, 제품 디자인 등을 고안해낸다."

―세대별로 비교해볼 때 주목하는 차이점은.

"1980~90년대만 해도 물욕이 사회적 대세였다. 당시 젊은 층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멋진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YOLO 열풍도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나.

"1997년쯤 대학을 졸업했을 당시 팜 파일럿(Palm pilot)이라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스마트폰의 초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 기계를 꺼내서 달력이나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색했다. 주변 친구들이 '사회성이 부족한 공돌이'로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2005년쯤엔 블랙베리를 여자 앞에서 꺼내 보이는 것이 '멋진(cool)' 행동으로 변해 있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도 이렇게 가파르게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틴더가 큰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러한 사회 변화의 일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기 부여는 모든 세대 직원에 기본

―밀레니얼 세대 직원을 관리하기 힘들다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동기 부여는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세대나 지금 세대나 일터의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단순히 돈 벌러 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으로 나의 일이 타인의 삶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틴더의 수익 구조는.

"일각에선 광고 수입에 의존할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틴더 수익의 95%가 앱의 부가기능에 따른 것이다. 틴더 골드 등 만남 성공률을 높여주는 유료 기능이다. 많은 사람이 광고를 싫어한다. 그렇기에 나 자신도 광고 모델을 구상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

―데이팅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커지면서 범죄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책은.

"우선 틴더는 18세 이상, 즉 성인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이버 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 곧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신고 절차도 간단하다. 프로필 상단에 있는 점 3개를 클릭하고 '신고'를 선택하면 된다. 틴더 커뮤니티 전담 대응팀이 실시간으로 사용자를 분석하고 대응 조치에 나선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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